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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5장의 절정에서 

안정에서 열정으로, 최선에서 최고로

 

글 이희숙 (서울교육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고대그리스 예술의 이상은 ‘자연의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진지하고도 일정한 길이를 가진, 그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행위의 모방(mimesis)이며, 그 매개체는 시적 언어이고 양식은 희곡형식”이라고 정의했다. 일정한 길이란 시작과 중간, 그리고 이야기가 따르지 않는 끝부분의 구성을

말한다. 18세기에 등장, 19세기 문학의 꽃이 된 소설은 사건의 발단(Opening)과 전개(Developing), 위기(Crisis)와 절정(Climax), 결말(Closing) 등 3막5장으로 진화했다. 이야기의 핵은 갈등이다. 갈등이 얽히면서 위기로 치닫고, 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전환

점(Turning Point)에 서 한숨 돌리고 눈앞의 내리막을 전망하면서 사건결말의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모더니즘 계열의 ‘의식의 흐름’ 소설은 잠재의식을 따라 논리도 없이 종횡무진 막무가내로 기술한다.

예술이 인생을 모방해서인지 인생이 예술을 모방해서인지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생도 소설도 전통도 문화도 국경도 뒤죽박죽 돼버렸다. 20세기 중반에 대두된 탈모더니즘은 아예 기존질서와 전통문화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구세대 질서와 전통은 눈치껏 꼬리를 내리고 뒷방 따라지신세로 밀려났다. 중심은 변두리로 변두리는 중심으로 자리바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냥저냥 눈치 백단으로 숨죽인 체살만해지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며 지구촌 구석구석 문화를 들춰낼 뿐 아니라, 구세대라고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선농포럼 참여자 대부분은 이런 소용돌이에 갇힌 기성세대다.

그것도 인생 3막5장에서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4장의 막판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선한 결말을 짓기 위해서 폭풍전야와 같은 안정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결말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급박한 시공에 처해있는 것이다. 분초를 다투며 초고속으로 흔들

리는 위태위태한 전환점에 선 삶이 신산스럽기만 하다. 평균 2, 30년 남은 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삶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값싼위안과 그나마 일군 것에 안주하려는 닫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매순간을 최고로 만드는 열정으로 복을 지어 대문 밖으로 흘러넘쳐 나누는 삶으로……

 

문제는 ‘어떻게’다.

헬 레 니 즘 ( H e l l e n i s m ) 이 지 배 하 던 고 전 주 의(Classicism) 예술은 시각적 완성미를 추구하는 절대미의 규범(비례법·원근법·콘트라포스토 등)이 있었다. 인생에도 신화와 영웅이라는 모델이 있었다. 그런데 헤브라이즘(Hebraism)과 더불어 사정이

달라졌다. “스스로 있는 자” 창조주는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그러나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고,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개성이 다르게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님 형상대로, 그러나 개성있게 지어졌으니 서로 사랑하고, 공연히 사람 만든다

고 “나처럼 해봐, 요렇게” 애쓰지 말라신다. 세상 살아갈 능력(talents)도 피조물에 따라 알맞게 주어졌으니, 배정도만 키우면 하나님나라 복을 다 받는다는 것이다.

 

1.jpg

 

 

 

각기 생김새도 재능도 다르게 태어났으니, 미의식이나 가치관도 다를 수밖에. 至高美의 전범이 폐기된 것이다. 그러니 고전미의 표상인 <밀로의 비너스>를 능가할 미의 여신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안정에서 열정으로.

얀 반에이크의 작품, <재상 니콜라 롤랭의 성모상>의 실재인물인 니콜라 롤랭(1395-1441)은 재임동안 공국을 6배로 확장했고, 영불 백년전쟁(1337~1453)을 외교력으로 종식시켰다. 그림에 보이는 강 양쪽에 끝없이 전개되는 영지의 포도밭은 “시냇가에 심

은 나무처럼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가 헌정한 영지의 포도수확만으로도 구제병원이 지금까지 운영될 정도다. 60대 중반의 재상은 성모자상 앞에 무릎꿇고 기도서 위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화상을 선택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이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김만 못하다.” 하지 않던가.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가. 그런데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재상은 기도하고 있고, 아기예수도 손을 들어 축복하고 있지만, 재상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멀리 거대한 영지와 그가 평정한 공국들이 전개되어있고 실크로드를 타고 온 비단과 담비털을 두른 옷을 입고 온갖 부귀영화를 과시하고 있지만, 하나님과의 기도소통이나 사람과의 대화소통이 영 시원치 않은 듯, 그 얼굴 표정이 어딘가 불안하고 불만에 차 있다.

 

소통 가운데 평화와 기쁨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행복의 본질’ 을 표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왜 일까? 리자의 외모는 비너스처럼 아름답지 않다. 남성처럼 큼직한 손과 넓은 어깨, 그리고 억센 뼈대는 화가자신이 모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 소박하고도 고요한 미소에 화가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리자는 꽃다운 나이에 20여년 연상의 홀아비에게 시집가서 가정과 남편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남편의 사업은 불같이 일었고 자녀도 여럿 두었다. 남편은 아내의 공덕을 방문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아내의 초상

화를 의뢰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런저런 핑계로 <모나리자>를 끝까지 의뢰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최고를 다하고, 이웃과 따듯이 소통하는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저 은근한 행복과 화평의

미소!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리자의 생애와 내면의 표출인 더 신비한 미소에서 ‘보편적 아름다움인 행복’을 나누어 받았던 그 순간의 행복감을 기억할 것이다.

 

 

이희숙 교수의 <인생 3막5장의 절정에서>는 오는 3월 22일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선농소식 7pag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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