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숙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문화가 살아야 민족이 산다.
나라가 살아야 민족이 산다.
2013년 8월 여름방학 중, 연변대학교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길림성(吉林省)에 방문했다. 그 때 길림성 옌볜 조선족자치구 용정시 해란강경기장(吉林省 延邊朝鮮族 自治州 龍井市 海蘭江竞技场)에서 중국거주 조선족이 중심이 된 가야금 연주자들이 기네스북에 등재를 위해 분주 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장구춤, 상모춤(2012.8)으로 이미 기네스북 등재에 성공한 중국은 연이어 1000명의 가야 금연주에 도전해 기네스북에 올리려는 것이었다. 가야금은 내가 일평생을 동고동락 했을 뿐 아니라 2000여 년 전 우리 나라 도시국가였던 금관가야, 대가야로부터 우리 민족의 애 환을 담아서 고락을 함께 한 악기이다. 가야나라의 금(琴)이 란 의미로 가야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악기가 세계에 중국의 가야금으로 소개되는 것이 가슴 아팠다. 한국으로 귀국 후 나는 이를 막아보려고 노력했지 만, 개인의 힘으로 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었다.
2013년부터 4년이 지난 2017년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 의 소망을 쫓아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17년 9월 30일 토요일 3시 의정부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서 1,004명(천사금)이 함께 가야금 연주를 하는 모습을 꿈꾸 어 볼 수 있게 되었다. 북녘 땅을 바라보며 ‘우리의 소원’, ‘아 리랑’ 등을 1,004명이 가야금 연주와 함께 떼창으로 부르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문화•나라•민족의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 천사금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