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조회 수 8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권오길.jpg

 

모계성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에너지의 대명사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녹색을 품은 광합성의 본체인 엽록체(葉綠體)는 긴긴 세월동안 세포가 바뀌어 온 탓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시절, 약 15억 년 전에 애당초 독립해서 살던 원핵(原核,핵이 없는)호기성세균(好氣性細菌)이 숙주(宿主)인 진핵(眞核, 핵이 있는)세포에 꼽살이 끼어들어 함께 살게 되었으니 그것이 미토콘드리아로 이고, 그런 원시세포에 엽록소와 남조소를 가지고 있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남조류(藍藻類,cyanobacteria)가 쳐들어갔으니 이를 세포진화설(細胞進化說,hypothesis of cell evolution), 또는 세포내공생설(細胞內共生說,theory of endosymbiosis)이라 한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유전이란 핵의 염색체(유전자, DNA)가 대물림하는 핵유전(核遺傳,nuclear inheritance)을 말하는데, 이들 내림물질(유전자,gene) 탓에 어느 자식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는다. 헌데,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는 핵이 아닌 세포질에 들어있어서 다음대로 이어지니 이를 세포질유전(細胞質遺傳,(cytoplasmicinheritance)이라 한다. 세포질유전(모계성유전) 설명을 조금 보탠다. 0.1 mm 크기의 난자에는 세포막과 세포질(세포소기관)을 다 가지고 있지만 0.06 mm 밖에 안 되는 정자는 정핵(精核,머리)과 몇 개 안되는 미토콘드리아가 붙어있는 꼬리(편모)만 있어서 도통 세포질이 없는 괴이한 세포이다(처음 정모세포는 세포질을 가졌음). 어찌하였거나 난자에는 30만개의 미토콘드리아를, 정자는 유전정보가 담긴 머리와 헤엄칠 꼬리 사이에 고작 150개를 가지고 있고, 수정하면 정자가 가지고 들어온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송두리째 부숴버린다고 한다. 결국 수정란 속에는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없고 고스란히 어머니의 것만 들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성유전, 또는 세포질유전이다. 너와 나, 우리의 미토콘드리아는 단연코 어머니의 것! 그렇다면 인류의 조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것인데,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모계의 유전물질(mtDNA)을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찾아 따라 올라가면 그 뿌리가 보인다. 그것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어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진화의 유물이요 흔적인 그녀의 mtDNA가 모조리, 잇달아 우리에게도 전해온다.

검은 할머니의 그것이!

 

이를테면 생명의 본산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끝없이 사무치는 모정(母情)을 찾아도 좋을 듯. 품안에 포실하게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를 어른거리게 하는 미토콘드리아여!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미토콘드리아는 내 몸에 오롯하게 남아 있나이다!

 

입덧의 까닭은?

세상에 이런 희한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메뚜기나 귀뚜라미(그놈들을 잡아먹은 사마귀)의 배속에서 자란 파렴치한 기생충(寄生蟲)이 화학적으로 숙주(宿主)의 뇌를 자극하여, 그것도 한밤에 그들로 하여금 강이나 연못으로 찾아가 거침없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게끔 한다면? 이렇게 빌붙어먹는 것들이 주인의 행동(行動,behavior)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수가 수두룩하다. 기생충이 특수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직?간접으로 숙주의 중추신경계와 내분비계(內分泌系)를 충동질하기 때문이라 여기지만 그 까닭은 확실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뇌도 호르몬도 없는 곰팡이(fungi)가 제 홀씨(포자)를 흠씬 퍼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곤충이 죽을 때 벌렁 나뒤집어지게 해놓기도 한다니….

 

이야기를 본론으로 데리고 온다. 어찌하여 아기를 가지면 어김없이 입덧이 나는 것일까? 메스껍고 구역질나는 오심구토(惡心嘔吐), 임신 2주면 시작하여 12주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쪽같이 살아져 버리는 입덧. 입덧을 영어로는 morning sickness라 하는데 이른 아침 공복 때에 심하기에 붙은 이름이고, 그렇다고 아침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를 삼신할머니의 시기질투라고 해야 하는가. 의학이 날고 기어도 아직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입덧(악조증, 惡阻症)은 태아를 보호하는 긴요한 생리현상이며 태반(胎盤)이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신 3~4개월까지는 태아의 기관발생이 가장 활발할 시기다(이 시기 지나면 입덧이 잦아듦). 이때 만일 임산부가 게걸스럽게 아무거나 마구 먹다보면 음식에 묻어(들어) 있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세균에다 농약, 중금속은 물론이고 어류나 육류기생충이 들어와서 태아에 해를 끼쳐서 기형아출산이나 조산, 유산의 위험이 늘게 된다. 이런 저런 약도 태아엔 그지없이 해롭다. 입덧을 못 참아 약을 먹는다. 부디 삼가라. 입덧 치료제로 쓰였다가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던 약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섬뜩한 탈리도마이드다. 탈리도마이드증후군(Thalidomidesyndrome)을 일으킨 약 말이다. 여느 약치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없으매….

 

어이없는 해석에 마뜩찮게 여기지 말 것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놀랍게도 음식을 못 먹게 한 주인공이 바로 엄마 배 속의 나였다. 좀 매정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지만 ‘어머니는 숙주요 태아는 기생충’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짓궂게도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바꾸는 예가 바로 홑몸이 아닌 임부(妊婦)의 입덧이었다니! 허허, 어미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몰염치한 태아 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질이도 못 생긴 발칙한 자식! 이제 결론이다. 고통스런 입덧은 건강한 임신의 신호로 유산위험을 줄이고, 기형아가 될 확률도 낮추며, 지능지수(IQ)가 높은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이를 앙다물고 모질게도 참는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고맙습니다!

 

 

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의 <달팽이 박사의 자연이야기>는 오는 10월 11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선농소식 7pag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갈등이 없는 관계는 죽은 관계이다.’ - 고영희

      가끔 부모교육 특강을 가면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아이들이 여러분 말을 잘 듣나요???”   그러면 십중팔구 손을 절래 절래 흔들면서   “징그럽게 말 안 들어요. 속상해 죽겠어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내친 김에 “그럼 남편(아내)께서는 말 잘 들...
    Date2016.05.02 Views112
    Read More
  2. 역사에 리더십을 묻다! - 김진혁

      역사에 리더십을 묻다! 글 김진혁 (미래성공전략연구소장/행정학 박사)     퇴근해서 옷도 채 갈아입지 못한 남편에게 아내가 몰아세웠다. “여보, 알지? 201호 사는 여자, 교양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있나, 자기가 기르는 애완견이 아무 때나 짖어도 ...
    Date2016.05.02 Views140
    Read More
  3. 달팽이가 가르쳐 준 세상 - 권오길

      모계성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에너지의 대명사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녹색을 품은 광합성의 본체인 엽록체(葉綠體)는 긴긴 세월동안 세포가 바뀌어 온 탓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시절, 약 15억 년 전에 애당초 독립해서 살던 ...
    Date2016.05.02 Views823
    Read More
  4. 베토벤, 새로운 시대! - 정윤수

        프랑스 혁명은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귀족 계급과 지식인의 보금자리인 살롱이 폐쇄당했다. 두세기 동안 지식사회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살롱은 혁명 이후 불과 10여 년만에 그 권위가 무너졌다. 정보의 교감과 토론의 광장이었던 살롱이 ...
    Date2016.05.02 Views78910
    Read More
  5. ‘3만불 시대, 한국 경제의 변화’ - 김형주

        우리도 1인당소득 2만(20K, K=1000)달러, 인구 5천만(50M, M=Million)명 을 뜻하는 ‘20-50 클럽 ’에 진입했다.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 및 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Date2016.05.02 Views115
    Read More
  6. 한국의 명문가(名門家) - 조용헌

          한국의 명문가(名門家) 글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명문가는 전통고택을 보유한 집안이다. 어떤 집안을 명문가로 볼 수 있는가. 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전통 고택을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
    Date2016.05.02 Views440
    Read More
  7. <死의 찬미> 속에 숨은 비밀 - 강헌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희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신여성 소프라노, 조선 음악산업의 역사를 개막하다.   박채선과 이류색 이 두 기생에 의해 녹음된 <이 풍진 세월>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여명이라면 1926년 소프라노 윤심덕에 의해 녹음된 <사...
    Date2016.05.02 Views261
    Read More
  8.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안동현

          변화가 보이지 않던 상태에서 갑자기 폭발적 변화를 보이는 경계점을 물리학에서는 특이점(singular point)이라고 부른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은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실상은 오랜 세월 땅속에서 지각변화가 이루어지다가 힘의 균형이 무...
    Date2016.05.02 Views101
    Read More
  9. 새로운 삶을 위한 창의력 개발법 - 이광형

        창의성은 기를 수 있는가? 아니면 창의성은 타고난 것인가? 노력하여도 길러지지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무엇인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생각은 질문을 많이 하고 ...
    Date2016.05.02 Views121
    Read More
  10. 클래식 친구되기, 바흐를 중심으로 - 정윤수

        클래식 친구되기, 바흐를 중심으로   정윤수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바흐는 젊은 날에 아른슈타트와 뮐하우젠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일했으며 바이마르 공작의 예배당에서는 오르간을 다뤘고 서른이 넘어서는 쾨텐의 궁정악장을 맡았다(1717-1723년)...
    Date2016.05.02 Views12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