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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

 

조환복
前 멕시코 대사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국가발전을 이룩했다. 인당 소득 3만불, 무역고 1조불, 외환보유고 4천억불의 경제적 성과를 일궈냈다. 또한 불과 수십 년 만에한국의 민주주의는 국제적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를 앞선 세계20위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영국 정보지 EIU 2017년 기준). 반도체 등 정보기기 생산, 인터넷 인프라, ICT 발전지수, 전자 정부 등정보화 분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런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이룩하며 선진국에 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리는우리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제대로 된 평가에 인색하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민은 자신들이 이룩한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르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보다는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의 발전을 제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국가발전 모델로서 한국을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또한 많은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은 한국의발전 경험을 공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인은 매우 부지런하고자신과 국가 발전을 위해 단합하고 헌신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여년 전 구한말 시대 조선을 여행한 외국인들에게 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게으른 국가로 보였으며 무기력한 조선인의 모습을 보고 타고난 철학자 같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또한 일제 강제병합 후 식민사관의 세뇌에 의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평가절하와 정체성에 대한 부정 작업을 지속했다.

 

그 이후 한국 전쟁을 거치며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 우리의 국가발전 과정을 통해 우리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협동 정신과 ‘빨리빨리’ 자세를 결합하며 단기간 내 산업화를 이뤄내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자신은 ‘백의 민족’으로 상징되는 정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이나믹하고 현대적인 ‘붉은악마’로 놀랍게 변신했다. 과거 패배주의적이고 현실 안주형이었던 한국인의 정신상태는 진취적이고 미래 개척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편 한국인은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서 더욱 강해지는 열정과 헌신이 있는 반면 잘못 되면 고집스럽고 이기적이며폐쇄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은 어쩌면 민족적 배경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북방 몽골계의 후손으로 강인하고 도전적이며 악바리 근성의 전사기질과 함께 높은 교육열, 유교전통, 일류병 등이 보여주는 농경사회의 선비기질을 동시에 구비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근성과 기질이 여하히 결합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결정된다. 구한말은 전사기질이 쇠퇴하고 문약한 선비기질이 흥성해 국운이 나락에 빠진 시기였다면 지난 70여 년은전사기질과 선비기질의 긍정적인 면이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결합하며 단군 이래 최대의 국운 융성기를 만들었다.아날로그 산업화 시대에서 디지털 산업시대로 바뀌는 전환기에서 다소 불량적인 기질의 한국은 모범생 기질의 일본에 당당히 대적하며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또한 베짱이 기질의 한국인은 개미 성향의 일본인이흉내내기 어려운 한류라는 문화를 창출하며 국제문화시장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쩌면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중국보다 잘 살게 되었으며 과거 조공국에서 원조 공여국이자 주요 투자국으로 양자 역학관계가 바뀌었다. 사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대국이었던점은 틀림 없었지만 그 관계가 일방적인 것 만은 아니었다.특히 중국이 한국의 국력을 얕잡아 보고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게 된 경우 결과적으로 제국이 멸망하는 계기가 되거나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 청나라의 청일전쟁) 국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명나라의 임진왜란 참전)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등 (신중국의 한국전 참전) 중국에는 확실한 한반도징크스가 있다. 한중일 3국 관계가 변화하며 역사상 한국의 위상이 이렇게 당당해 진 적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았으면 하는 소박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이제 우리는 강대국에 둘려 쌓인 수난의 역사라는 왜소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 식민사관과 중화사관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족쇄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우리의 인식은 ‘바다에막힌 한국’에서 ‘바다로 열린’ 한국이라는 진취적인 자세로전환돼야 한다. 우리의 최대 자산은 다름 아닌 ‘희망이 없던국가’에서 ‘선진산업 국가’로 걸어온 우리만이 갖고 있는 스스로의 역정이다. ‘잘 살아보세’라며 절박한 희망을 놓지 않고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라는 자세로 피눈물 나게 노력한 결과 불과 수십 년 만에 “좋아졌네 좋아졌어”를 마음껏 부를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부른 ‘강남 스타일’은 이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부르는 ‘세계 스타일’이 됐다.

 

21세기는 아시아 태평양 시대이다.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헬 조선, 삼포세대라는 자기 비하적인 표현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새롭게 인식하며 선비적 성품을 바탕으로 전사적 기질을 발휘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아시아 태평양 시대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불가능하다던 FIFA랭킹 1위 독일을 물리친 우리의 저력이 바로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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