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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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권 중 어느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요즈음 헌법상의 기본권인 두 권리간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보도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와 관련해 공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야할지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헌법 제 17조는 언론이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공익에 부합하거나 뉴스가치가 높다고 인정될 때 보도의 자유가 보도대상의 사생활보다 앞선다.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데도 무조건 개인의 사생활 보호만 고집할 경우 공공의 이익이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도대상이 공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인의 프라이버시는 일반인과는 달리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인 프라이버시가 공개되지 않고 남에게 간섭받지 않을 권리인 프라이버시권은 1890년 미국의 젊은 변호사인 워런(Samual D. Warren)과 브랜다이스(Louis D. Brandeis)가 프라이버시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 당시 미국에서 황색저널리즘의 만연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언론에 마구 폭로되면서 기존의 명예훼손 법리로는 구제,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자,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적사항을 폭로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프라이버시권(The Right to Privacy)’이라는 논문을 모교의 학술지인 Harvard Law Review에 실었다.

 

한국에서는 이로부터 90년 뒤인 1980년에야 비로소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프라이버시권에 관한 규정이 헌법에 명문화됐다. 그러나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등으로 다루어져 오던 프라이버시권이 독립법익으로 판례에 의해 최초로 채택된 것은 1993년으로 채 20년밖에 안된다.

 

이처럼 한국에 프라이버시권 도입이 늦어진 것은 한국사회에 공동체적 구속이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사람은 유난히 공동체적 의식이 강해 타인에게 식사를 했는지는 기본이고 체중과 허리 둘레는 얼마이며 살고있는 아파트는 몇 평이고 월급은 얼마인지, 성형은 했는지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물어보는 습성이 있다. 이같은 질문을 받은 외국사람들이 어이가 없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현대국가는 거의 모두가 국민주권을 기본 원리로 삼고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 특히 정부가 하는일, 이른바 공적 정보는 치자와 피치자의 자동성(自同性)의 원리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공적 정보 이외에 개인이 인격의 주체로서 혹은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도 많다. 이러한 정보에 마음대로 접근하고 취득할 수 있는 자유,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가 필요한 정보의 공개및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승화시킨 것이 알 권리 이론이다.

 

알 권리라는 용어는 1945년 미국 AP통신의 켄트 쿠퍼(Kent Cooper)국장이 뉴욕의 한 강연에서 “시민은 완전하고 정확하게 제시되는 뉴스에 접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제창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비밀주의 팽배와 언론의 대기업화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항하고 언론이 시민들의 알 권리에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 제창된 것이다.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권은 창과 방패처럼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숙명을 지니고 있는데다 자기 것은 감추면서 남의 것은 기를 쓰고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이중성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프라이버시에 관한 보도는 그 내용이 진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공개함으로서 얻는 이익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나 당위성보다 커야 한다. 문제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판단 논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보도가 심심치 않게 적정성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여배우와의 연애설 보도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프랑스 낭테르 지방법원은 연애설을 보도한 프랑스 연예 주간지 ‘클로저’가 여배우 쥘리 가예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가예에게 만5천 유로, 우리 돈 2천2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이번 판결문을 클로저 잡지 표지에 실으라고 명령했다. 클로저는 지난 1월 올랑드 대통령과 가예가 대통령실 부근 아파트로 들어가는 사진을 싣고 두 사람의 연애설을 집중 보도했으며, 가예는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클로저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었다.

 

또한 1994년 11월에는 미테랑 대통령에게 혼외 딸이 있다는 사실이 프랑스의 주간지 파리 마치에 보도됐다. 당시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지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이 보도를 비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11월 이만의 당시 환경부장관이 친자 확인 소송에 연루되자 조선일보의 한 간부가 칼럼을 통해 프랑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도 공직자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전제하고 공직자의 사생활 소문은 황색 인터넷에서나 다룰 내용이라고 치부하면서 르몽드지의 이 구절을 인용했다.

 

그런 조선일보가 2013년 9월에는 당시 검찰총장 혼외아들 존재를 최초로 독점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한국신문협회는 이 보도를 뉴스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고 이 신문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특별취재팀은 서재필 언론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사건 간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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