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2023.08.08 11:39

한국인과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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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복
 前멕시코 대사
 (사)선농문화포럼 이사

 

 

영국인들은 사석에서 자국을 방문하는 프랑스인에게 영국은 음식이 볼품없고 기후도 안 좋은데다가 예술 수준도 프랑스만 못하다는 자기 비하적인 변명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 영국 신문에서 영국이 프랑스 보다 훌륭한 점이 많다며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버리자는 어느 영국인의 기고문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기고자는 영국이 프랑스 못지 않은 높은 수준의 문화(특히 음악)와 전통이 있다는 논지에서 부터 런던에는 파리와는 달리 시내 한복판에 하이드 파크라는 시민의 휴식처가 있으며 길거리에서 개똥을 볼 수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 위대한 대영제국의 후손들도 자국에 대한 자부심 못지않게 이웃 국가에 대해 보이지 않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6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경제발전, 민주화, 정보화를 이룩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이다. 선, 후진국을 떠나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을 경탄스럽게 바라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업적을 정당하게 기리고 자랑스럽게 평가하는데 인색하고 상대적으로 자부심도 약하다.

 

우리의 놀라운 국가 발전상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좋은데 독재나 인권탄압 등 부정적인 면을 결부 시키며 스스로 초를 치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한국인은 자신들이 이룩한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 이유는 19세기 후반 이후 100년 가까이 우리가 너무 힘든 세월을 겪어 자학적인 면이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지난 세월 이룩한 업적보다 여전히 당면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너무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우리가 원하는 목표는 저 높은 곳에 있기에 현재의 발전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각오일 수도 있겠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우리 스스로 보아도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한국인은 스스로 개인적으로는 우수한데 쉽게 분열되고 단합이 잘 안 되는 모래알 같은 면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다.”는 정치적 구호가 나왔을까. 그렇다면 2002년 월드컵 축구 당시 수십만, 수백만 국민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거리응원에 참여하는 단합된 모습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시기심이 강하여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98년 외환위기 당시 무려 349만 명이 자발적으로 장롱 속 금붙이 등 귀금속 225 톤을 스스로 내놓은 것은 무엇인가. 또한 한국인은 평등 의식이 지나치게 강하여 자본주의 사회이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서 마치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한국인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경쟁심과 성취욕이 강하다. 게다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이상으로 무조건 상향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 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속살과 본성을 갖고 있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개미정신 이상으로 베짱이 기질이 있어서 가무에 능하고 놀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며는 못노나니”라고 떼창을 하면서 젊었을 때 성실히 일하기보다는 열심히 놀자고 서로 부추킨다. 그렇다면 새벽종이 울리면 너도 나도 일어나 일하고 또 일했던 새마을 정신은 누가 만든 것이고 중동 사막 한복판에서 횃불 아래 한밤중에도 죽어라고 일했던 우리 산업전사들은 누구인가.

 

2005년 홍콩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시 농업자 유화 반대를 위해 원정시위에 나선 한국 농민들이 홍콩 거리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평화롭게 야간 촛불집회를 갖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과연 고요한 아침의 나라 후손답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며칠 후 동일한 시위대가 동일한 장소에서 돌변하여 과격시위를 하다가 홍콩 경찰에 무더기로 체포되는 모습과 국내에서 흔히 보던 투석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폭력적 시위현장은 다이내믹 코리아의 모습인가. 한국인은 순결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는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서운 에너지를 폭발하며 격정적이고 악바리 같은 붉은 악마의 근성은 무엇인가.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인은 무뚝뚝하고 대부분 얼굴에 표정이 없는데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항상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아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들과 접촉해 본 많은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한국인들은 마음이 따듯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과 이웃해 살면서 힘이 없어 수많은 외침을 당하고 심지어 나라까지 빼앗긴 수치스러운 경험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 변방의 수많은 소수민족 중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도 중국에 병합되지 않고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민족이 한민족이고 과거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국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일본이라면 맞짱 뜨겠다고 나서는 기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우리는 이렇게 단일민족이라는 포장 아래 상반된 얼굴과 습관, 행동 양식을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북방 몽골계 기마민족 출신으로서 전사의 기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중국과의 오랜 교류로 인한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선비의 기질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근세에 들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양쪽을 모두 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서로 반목하며 모순적인 듯하면서도 조화롭게 함께 어울리며 함께 사는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음식으로 말하면 오색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보기에 좀 어지러운 것 같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원재료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맛을 창조해 내는 가장 한국적인 요리이다. 우리에게는 따로국밥의 맛도 있지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비빔밥의 맛과 문화가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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