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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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환경.jpg

 

 

 

사람은 누구나 자연환경과 문화 환경 속에서 산다. 문화 환경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이다. 그 가운데서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의 하나가 미디어환경이다. KBS의 ‘국민생활시간대조사’에 따르면 평균 한국인이 누리는 하루의 자유시간은 6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6시간 가운데서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시간이 약3시간쯤 된다. 그리고 잡지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시간, 영화를 보는 시간까지 합하면 6시간도 모자란다. 더구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을 보탠다면 미디어와 더불어 보내는 시간은 하루 10시간 가까울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미디어와 함께 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생은 미디어라는 거대한 그물 속에 갇혀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미디어환경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미디어는 문자, 도형, 음성,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매체이다. 이 매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게 되고(환경감시기능), 그러한 변화가 지니고 있는 의미도 파악하게 된다.(상관조정기능)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여론형성기능), 연예·오락도 즐기며 산다.(오락기능) 이 밖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미디어의 기능이 만드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중요한 개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디어가 만드는 환경, 말하자면 미디어가 제공하는 세계는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가공된 현실(재구성된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미디어에 의해 가공된 현실을 전문용어로는 의사환경(疑似環境, Pseudo-environment)이라고 한다. 쉽게말해서 사이비환경이라는 뜻이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큰 빌딩에 불이 났다고 하자. 불이 나고 진화될 때까지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한다. 화재의 원인, 진행과정에서 일어난 일들, 희생자와 관련정보, 재산상의 피해 등등 많은 정보를 수집하지만 지면과 시간의 제한 때문에 화재의 현장을 생중계하듯 낱낱 미디어환경,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기사로 쓰거나 방송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화재 현장은 재구성된다. 이 같은 현실의 재구성과정에서 그 화재사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실들을 빼놓지 않고 재구성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들의 화재 현실에 대한 인식은 달라진다.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현실은 모두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실을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해 주기 위해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을 자유(언론의 자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태도, 사실의 존중,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의 유지 등이 필요하다. 더구나 현실의 재구성에서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중요하므로 사실은 사실대로, 의견은 의견대로 별도로 제시되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의 현실 재구성에 대해 냉철한 접근과 수용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정보가 얼마나 현실을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해 주는지를 성찰해 보아야만 한다. 온라인 매체는 오프라인과 달라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 이른바 시민기자가 그러하다. 그들은 언론인이 갖추어야할 기본 자질을 습득할 기회를 못 가진 사람들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하지 않고 현실을 진실에 가깝게 인식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명감에 투철한 정보의 도수로(導水路)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 강조하건 대 사

회라는 우물 속에 독약을 풀어 넣을 자유는 아무에게도 없다.

 

둘째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미디어가 인간형을 형성시킬 뿐 아니라 문명의 형태마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만든 문화 환경 가운데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상징체계라고 할 수 있다.

 

상징체계는 쉽게 말해서 인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규정해 주는 기호의 체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은 기호를 만들어 내고, 그것에 구속되어 살아간다. 인간이 어떤 기호체계를 주로 사용했는가에 따라 소통의 단계는 달라져 왔다. 구술단계(Oral Stage), 쓰기단계(Written Stage), 시청각단계(Audio-Visual Stage)라고 커뮤니케이션단계를 구획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형’이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인쇄매체가 지배적인 시대의 인간형은 분석적이며, 논리적이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유형이다. 책은 읽으면 자연스럽게 분석하는 습성을 길러주며, 전과후의 연관관계를 확인하는 등으로 논리적 사고를 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한다.

 

이에 비해 시청각매체가 지배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분석하기 전에 느끼며, 논리 이전에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생각하기 전에 바로 행동으로 들어간다. TV를 주로 접촉하며 자란 세대, 인터넷과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게임이나 YouTube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란 세대는 자연스럽게 그런 스타일의 인간이 된다.

 

요약한다면 인쇄매체를 주로 접하며 살아온 세대는 이성적 인간형으로 만들어지고, TV나 인터넷과 같은 시청각 영상매체와 더불어 성장한 세대는 감성적 인간형으로 주조 된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나 연극을 볼 때 오히려 고뇌에 차거나 한탄하는 장면에서 웃어버리는 젊은 세대의 형태는 이상과 같은 다른 매체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란 사람들 사이의 차이일 것이다. 고뇌에 찬 심정을 표출하는 연기(행위)가 인쇄매체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내면의 성찰로 다가올 것이고, 시청각 영상매체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개그콘서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끝으로 한 가지 우려를 말하고 싶다.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클릭’세대로 표현해도 될만큼 모든 정보나 지식을 인터넷에서 클릭을 통해 얻는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접촉만 하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나타나는 세상이 되었다.

얼마나 편리한 좋은 세상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자. 생각하지 않고 클릭에만 숙달된 사람들이 몇 세대만 지속되어 존재한다면 인간의 두뇌는 점차 퇴화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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