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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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엔가는 ‘웰빙’이라는 말이 갑자기 유행어가 되더니 이제는 야심 있는 정치인들 저 마다가 보다 야심 찬 복지정책을 제시하느라고 서로 다툰다. 작년에 그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 전에 시장직을 물러났던 일의 여파인지 마치 무상급식이나 대학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이 복지정책의 핵심이나 되는듯 여야가 다 같이 그 문제를 들고 나온다. 경제적 빈곤층의 증가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특히 ‘보편적 복지’라는 말은 분명이 듣기 좋은 약속이다. 하지만 복지예산만 늘리고 여기저기 아우성이 나는 곳마다 복지라는 선물 봉지를 던져준다고 대한민국이 복지국가가 되는 것인가? ‘복지국가’란 도대체 무엇이고 우리 대한민국이 건설해야 하고 건설 할 수 있는 복지국가의 모습은 어떤것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복지국가 개념의 핵심은 국가가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데 있다. 자유민주주 정치체제의 핵심 목표는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전제군주나 군사독재, 또는 대중독재를 통해 비대해진 국가 권력이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임의로 침해하는 것을 막고 만인이 평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치주의 원칙을 수립하는 비교적 소극적 역할에 있었다. 반면 복지국가는 민주주의에서 자유 못지 않게 중요한 평등의 원칙에 더 강조점을 둔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기위해 국가는 사회공동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까지 어느 정도 간섭을 함으로써 능력 있고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납세를 통해 자활의 능력이 없는 노약자나 또는 불시의 재난을 당한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는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공동체의 결속과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의 존재이유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계층간의 불평등을 해소 할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생산활동을 하는 건강한 시민들의 경우에라도 생산력이 높을 때 소득을 비축하여 유년기와 노년기에 그 혜택을 입게 하는 여러 가지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사회구성원 전체가 빈곤과 불의의 재앙으로부터 해방되고 정신적으로도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는데 그 궁극적이 목표를 둔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개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복지의 하한선을 구축하고 그 선을 계속 높혀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원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복지국가의 싹을 배태(胚胎)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계몽주의라고 알려진 같은 사상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인간은 이성의 힘을 발동함으로써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그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지상에서 완전한 평등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것이 바로 혁명을 통하며 사회질서를 완전한 평등의 질서로 바꿀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 혁명적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차이이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성 이외의 정신적 특성, 예를 들어 권력에의 의지나 능력의 차이, 문화 전통이나 사회적 무의식의 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믿는 철학적 보수주의나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최대 악으로 여기는 무정부주의측의 반발에 부닥치는 이유다. 국가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고 복지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커지면 개개인 시민이 게을러져서 사회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반대론자들의 우려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국가만 아니라 모든 국가는 복지국가의 싹을 어느 정도 까지는 배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전제군주 조차도 백성을 배불리 먹일걱정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민주주의라는 용어 이전에 동양에도 있던 말이다. ‘복지국가’라는 표현이 유행되기 시작한 것은 히틀러에 맞서 싸우던 영국이 전쟁 고아와 과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입법조치를 하면서 부터였지만 사실상 영국도 독일도 핀란드도 복지국가의 첫걸음이 되는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도 먼저였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미 1948년 헌법부터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호하는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길을 확 터놓고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성공적으로 복지국가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경제적 선진국 들이며 그것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없이는 이상적 복지국가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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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복지국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그에 필요한 설계를 시작한 것은 나라 살림이 아주 어려워 스스로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절이다. 영국에는 튜더왕조때부터 구민법이 있었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의 구민법이 시도되고 있었다.

 

 

복지정책 전문가들은 복지국가의 형태를 북구 형, 유럽형,영국형, 미국형, 남미형 등으로 구분해 보는 것이 상례이지만 사실 그런 분류는 큰 의미가 없다. 각 나라는 자기의 문화, 정치 전통과 경제력에 맞는 복지체제를 구축하기 마련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복지국가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갖추고 있는 보편적 복지체제가 있다. 바로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실시되어온 무상의무교육 제도이다. 복지국가 체제를 구축해 가는 과정과 구체적 내용은 나라 마다 다르나 대체로 보편적 복지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것은 무상교육, 실업과 재해보험, 의료보험, 어린이 수당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각 종 연금제도가 뒤따른다. 우리도 의료보험을 비롯해 비슷한 제도들이 만들어졌으나 혜택과 책임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기는 허점이 있다. 운영상의 비능률과 부패가 큰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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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복지국가가 제대로 구축되어 기능을 발휘하는가 못하는 가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얼마나 양심적이고 능률적으로 제도를 고안하고 운영하는가에 달려 있지 예산의 규모에 따라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의 성공적 모델로 거론되는 핀란드, 스웨덴 등 북구의 국가들과 우리 대한민국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공공부문, 곧 정부나 지방자치체 등 공공 기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우리의 경우 아주 낮고 사회 간접 비용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헬싱키의 교통체계는 저렴하고 능률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것은 시가 그것을 직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일을 잘하는 회시에 위탁시켜 운용하고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의 이상과 시장경제체제의 이점을 잘 배합해서 복지체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개인 돈이라면 아껴 쓸 것을 시설이나 인건비로 써버리며 수혜자에게 돌아갈 몫을 침해하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복지 예산만 늘인다고 복지의 혜택이 그 만큼 크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복지 혜택의 배분에서도 수혜자,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보다 행정상의 편의나 이권다툼, 그리고 정치적 반사 이익에만 초점이 맞추어 지는 한 복지국가 이상의 달성은 요원하다.

 

우리에게 당장 급한 복지의 하한선은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굶거나 얼어 죽지 않고 아프면 병원에 갈수 있고 아이들은 적어도 고등학교 까지는 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상까지 받은 젊은 여성 작가가 굶다 못해 병들어 죽은 사건까지 있었다. 그런 젊은 싹들을 절망으로 내몰지 않고 구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 쪽방에서 사는 독거노인, 또는 에미 애비가 버리고 사라진 손자손녀를 기르는 조부모에 대한 보조, 평생 열심히 일하고 산 사람들에 대한 노후 생계의 최저한선 보장 등이 공부를 잘 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대학의 등록금 지원 보다 우선적이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구축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복지의 하한선이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야 말로 국회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진지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통해 정하고 집행해 나가야 할 일이지 책임도 지지 않을 사람들의 말잔치로 끝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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