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선농문화포럼

선농컬쳐

2020.09.12 15:46

임혜진 / 선한 영향력

조회 수 2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선한 영향력

 

임혜진
선농문화포럼 부장

sunforum_202009_선농문화포럼_낱장_페이지_38_이미지_0001.jpg

우울한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연일 부동산 관련 기사가 지면의 헤드라인을 도배하던 지난 7월 하순 눈에 번쩍 뜨이는 뉴스가 모처럼 시선을 끌었다. 뉴스의 주인공은 카이스트에 총 766억원을 기증한 광원산업 이수영(여, 83세) 회장이다. KAIST 개교 이래 역대 최고액 기부금으로,이 회장은 이미 2012년과 2016년에 각각 80억원과 1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카이스트에 기부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이 세 번째 기부다. 일찍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 회장은 "카이스트가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바랍니다"라는 말로 이번 기부의 의미를 에둘러 표현했다. 

 

이 회장은 평생 모은 676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해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수영 회장은 10년 넘게 경제지 신문기자로 일하다 돼지 두 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조그맣게 시작한 목장은 돼지 사육두수가 1천마리로 늘어날 정도로 커졌으며 이후 모래채취와 부동산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한다. 미혼 여성 기업가로 갖은 차별을 견뎌내고, 이권을 노리는 조직폭력배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등 역경을 이겨냈다. 한때 신장암을 앓기도 했지만 힘든 투병 생활을 극복하고 평생 일군 재산을 우리나라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쾌척한 것이다. 

 

필자는 TV뉴스를 통해 이수영 회장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서울법대 출신인 이회장이 어떤 연유로 카이스트에 기부를 하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서남표 총장, 그분이 나를 감동 시켰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회장의 인터뷰는 필자의 오래전 기억을 되살렸다. 2007년 카이스트 총장으로 임명된 서남표 선배를 서울사대부고 동창회 환영 행사에서 뵌 적이 있는데, 초면인 필자와 악수를 나눈 서총장의 첫마디가 바로 "카이스트에 기부하세요! 소액도 괜찮습니다!" 였다. 그 당시 만나는 사람마다 카이스트에 기부를 권하던 서남표 총장의 모습에서 애국심이 느껴졌다. 필자가 느낀 애국심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서남표 총장은 매사추세스 (MIT) 공대 학과장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다. 재미(在美) 과학자 출신의 서총장은 카이스트의 개혁을 주도하면서 한국대학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서총장이 주도한 학교 개혁 정책이 학생들 사이에 과도한 경쟁을 조장해 연쇄자살사건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3년 2월 카이스트를 떠날 때까지 엇갈린 평가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수영 회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나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 분야가 아니라 카이스트와 과학계에 기부하기로 결단한 것은 2012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언론과 가진 인터뷰 때문이다. 당시 서총장은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는데 이 한마디가 이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돌이켜보면 2007년 카이스트에 1천만 달러를 기부했던 재미사업가 박병준씨(4회)도 기탁증서를 전달하면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MIT공대 기계과를 세계 최고로 만든 서남표 총장이 KAIST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열정적으로 일하는데 감명 받았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해외교포가 한국의 대학에 기탁한 금액 중 최대 규모였다.

 

서울사대부고에 재학하다 1954년에 도미했던 서총장의 애국심과 그의 ‘선한 영향력’이 이 두사람의 기부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대학의 개혁을 외치다 변변한 퇴임식도 없이 황망하게 미국으로 돌아간 서남표 총장의 공과는 훗날 역사가 다시 평가할 것이다.


 “KAIST에 기부하고 참 행복했다.” 
언론에 소개된 이수영 회장의 소감이다.


  1.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과 안보_최명상

    미국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은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을 국무장관, 로이드오스틴(Lloyd Austin) 前 중부군사령관을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미국의 대외정책...
    Date2021.01.28 Views169
    Read More
  2. 천학지어의 가르침_권오용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상임이사 전 SK(주) PR어드바이저사장 2020년은 참 힘들었다. 캘린더에서 떼어 버리고 싶었다. 나이 에서 빼자는 이도 많았다. 어느 작가는 한 해를 지난 게 아니라 그냥 버텼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긴 터널의 끝이 왔다고도...
    Date2021.01.31 Views142
    Read More
  3. 새해의 간절한 소망

    2021년은 신축년, 하얀 소의 해이다. 흰색은 숭고함, 순결, 평화등을 상징한다. 예로부터 하얀 소는 성스러운 동물이라고 한다. 소는 믿음직하고 착하다. 소는 근면하고 성실하다. 소는 인내심이 강하고 검소한 반추동물이다. 이런 소의 해를 맞이해 우리나라...
    Date2021.01.31 Views105
    Read More
  4. 임혜진 / 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 임혜진 선농문화포럼 부장 우울한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연일 부동산 관련 기사가 지면의 헤드라인을 도배하던 지난 7월 하순 눈에 번쩍 뜨이는 뉴스가 모처럼 시선을 끌었다. 뉴스의 주인공은 카이스트에 총 766억원을 기증한 광원산업 이수...
    Date2020.09.12 Views202
    Read More
  5. 평범한 일상의 행복 - 주돈식

    평범한 일상의 행복 주돈식 전 문화체육부장관 세계 연극무대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는 작품은 손톤 와이더(Thornton Wilder)의 ‘우리동네 (Our Town)’*일 것이다. 무대 장치가 간단하지만 그 지닌바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
    Date2016.05.02 Views201
    Read More
  6. No Image

    고령화사회의 도전과 대응 - 전광우

    고령화사회의 도전과 대응 글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 前 금융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우리나라는 현대 인류역사상 가장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수명은 20년 이상 증가해 2010년에 이미 81세에 도달했으며 2060년에는 90...
    Date2016.05.02 Views4038
    Read More
  7. 박현채 / 부동산 시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동산 시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박현채 투데이코리아주필 前연합뉴스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당도 이런 시선을 인지하고 뒤늦게 나마 다주택을 지닌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을 팔라...
    Date2020.09.12 Views77
    Read More
  8. 윤덕균 / 조선 왕릉이 이야기 하는 것들

    조선 왕릉이 이야기 하는 것들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록된 조선왕릉은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 한 40기로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왕들의 묘를 총칭하는 말 로, 1897년에 수립된 대한제국의 역대 황제와 황후의 무덤도 포함 된다...
    Date2020.09.10 Views157
    Read More
  9. 권오용 / 나라 밖에서 만난 한국경제

    나라 밖에서 만난 한국경제 권오용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가면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한국의 노선버스가 양곤 시내를 오가는 것.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신기해서 즉시 카메라를 찾는다. 미얀마 사람들에...
    Date2020.02.05 Views262
    Read More
  10. 전광우/ 기로에 선 세계질서와 한국경제 한국경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기로에 선 세계질서와 한국경제 한국경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 이사장 글로벌 패러다임은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G2(미· 중) 패권경쟁 심화로 세계질서는 급속히 재편되면서 자 국우선주의...
    Date2019.08.29 Views16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