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선농문화포럼

선농컬쳐

조회 수 2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마음 속에
대나무를 심자

 

함기수
전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

 

제목-없음-1.jpg

마음 속에대나무를 심자함기수前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칵테일파티나 잔칫집은 언제나 화려하고 시끄럽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섞여서, 저마다의 식견과 관심사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유익한 지식과 정보가 오갈 터이다. 그러나 아무 관심사나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단지 소음에 불과하다. 칵테일파티 효과라는것이 있다. 파티의 참석자들이 시끄러운 주변 소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자들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집중해 받아들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구석진 곳에서의 ‘덩샤오핑’이라는말이 들린다.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드렁큰 타이거’라는 소리가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얘기는 귀에 들리는 것,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지각(selectiveperception)’ 또는 ‘선택적 주의’라고 한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문동(文同)이라는 문인이자 화가인 사람이 있었다. 자는 여가(與可)로 인품이 고결하고 박학다식하며 시문과 글씨,특히 대나무 그림(竹畵)에 뛰어나 후세에 묵죽(墨竹)의 창시자로 추앙받았다. 평소 그를 가까이하며 존경해 왔던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해야 한다(故畵竹,必先成竹于胸中)’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여가가 대나무를 그리려고할 때는, 가슴속에 이미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與可畵竹時,胸中有成竹)라고 했다. 이는 흉유성죽(胸有成竹), 즉 대나무를 그리기 위해서는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하는 바, 모든 일을 하는 데에는반드시 마음속에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문동(文同)의 대나무 그림이 그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나무를 좋아했고 대나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 자기집 앞뒤 마당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가득 심는다. 그리고 그는 날마다대나무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죽림(竹林)에 들어가서 대나무가 자라는 모습, 가지 치는 상태, 잎이 우거지는 모습, 죽순이 나오는 모양과 자라는 모습, 대나무의 길이와 굵기, 댓잎의 모양과 색깔 등을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대나무의마디가 많아야 수십 개, 눈을 감으면 마디가 보이고 마디가 흐트러져도 다시 곧을 걸 알았다. 이렇게 하며 날이 가고 달이 흐르자 어떤 계절, 어떤 날씨, 어떤 시각의 대나무 형상이라도 모두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게 됐다.
전국 시대 위(衛)나라에 계량(季梁)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길을 가는데 마차를 타고북쪽으로 가는 사람을 만났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남쪽에 있는 초나라로 간다고 했다.그렇다면 당연히 남쪽으로 가야할 것이지 왜 북쪽으로 가느냐고 묻자 그가 쓸데없는 참견이라며한 대답이 이러하다. “방향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냐, 어느 쪽으로 가든 길은 결국 초나라로 통해 있을 것이다. 나의 말은 준마라서 아주 잘 달리고, 마부는 말몰이 솜씨가 뛰어나며, 또한 나는 노자까지 두둑하다” 남원북철(南轅北轍),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위왕(衛王)이 조나라를치기 위해 무리한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계량이 왕에게 천하제패라는 목표와 전혀 부합되지 않은 행동임을 간언하면서 예를 든 것으로, 오늘날 마음과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여기에경제적 보수가 따른다면 이를 가장 성공한 것으로여기면서 부러워들 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주변에는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목표와 꿈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있으되 언감생심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사는 것이다. 대나무를 그리고자 하나 대나무를심을 앞뒤 마당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나무의 성장과정을 관찰할 여유는 더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스승이 귀한 시절이었다. 알고 싶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문동은 직접 대나무를 심어야 했다.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하루에도 수 없이 좋은 말과 유익한 정보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쏟아져 들어온다. 내가 원하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시공을 초월해 세계 모든 석학들의 의견과 함께 지천으로 주변을 흘러 다닌다.대나무에 대한 모든 것이 친절한 스승으로 주변에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나무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목표와 관심사가 없는 사람에게 칵테일파티는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 국자는 평생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고 한다. 그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모르면서 아무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10년 넘게 있었다고 영어를잘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살면서 시진핑의 임기를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내가 영어를 잘 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그리고 내가 중국을 배우고 더 알아서 앞으로 중국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없다면, 그는 그저 흘러간 허송세월을 후회할 가능성이 많다.
자료(Data)가 나의 소중한 정보(Information)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 정보에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이를 통해 느끼고 터득하게 되었을 때, 이는 나의 지식(Knowledge)이 되고 지성(Intelligence)이 되며, 나의 지혜(Wisdom)가 된다.이 과정은 내가 이루고 싶은 일, 즉 꿈과 목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우선 대나무를 그려 보도록 하자. 그리고 소박하지만 마음속에 대나무를 심도록 하자.그러면 소음 속에서 대나무 소리가 들릴 것이다.안개 속에 자리하고 있던 많은 스승들이 문득 내옆으로 다가와 나의 빈 손에 마차의 채찍을 들려줄 것이다.무언지도 모르고, 자신의 알량한 마차와 노자 돈을믿고 남으로 갈 길을 북으로 방향 잡지는 말아야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을 올바르게 갖고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에 있는 말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1. 윤덕균 / 100세 수명시대 지혜두뇌를 계발하라

    100세 수명시대 지혜두뇌를 계발하라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 ‘100세 수명시대’란 평균 수명이 100세라는 의미가 아니고 최 빈 사망연령이 90세일 때 이다. 현재 한국의 최빈 사망연령은 89세로서 2020년이 되면 100세 수명시대에 들게 된다. 인...
    Date2019.01.31 Views312
    Read More
  2. 마음 속에 대나무를 심자

    마음 속에 대나무를 심자 함기수 전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 마음 속에대나무를 심자함기수前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칵테일파티나 잔칫집은 언제나 화려하고 시끄럽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섞여서, 저마다의 식견과 관심사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진지...
    Date2018.08.23 Views292
    Read More
  3. 고미숙 / 열하일기,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유목일지

    열하일기,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유목일지 고미숙 고전평론가 1780년, 부도 명예도 없이 울울하게 4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던 연암 박지원에게 중원대륙을 유람할 기회가 다가왔다. 삼종형 박명원이 건륭황제의 만수절(70세 생일) 축하 사...
    Date2018.01.22 Views364
    Read More
  4. 말의 힘 - 이주행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요사이 공인들 중에는 말을 잘못해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못해 남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서 말의 중요성 과 더불어 바른말과 고운 말 교육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
    Date2017.08.28 Views285
    Read More
  5. 4차 산업혁명과 문화와의 황홀한 만남 / 김진혁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최고의 화두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인 4차 산업혁명이다. 포럼의 결론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지고, 5년 내 500만개의 일자리가 순감하고 부의 불평등 심화에 ...
    Date2017.01.23 Views236
    Read More
  6. 요즘 오윤이 그립다 / 김필규

    김필규 전 K.P.K 통상㈜회장 선농문화포럼 이사 40세에 요절한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 윤이 서울미대 조소과 를 졸업하고 현실화가로 등장하던 1970년대 초의 한국미술계는 순수 성과 예술지상주의를 절대가치로 주장하던 모더니즘이 주류를 이 루던 시절이었...
    Date2017.01.23 Views264
    Read More
  7.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 어떻게 볼 것인가 / 이경자

    이경자,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5위, 사회갈등 관리 지수는 27 위로 보고된바 있다. 사회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갈등관리 능력이 실종된 심각한 갈등사회이고, 그로 인해 값...
    Date2017.01.23 Views153
    Read More
  8. 《동의보감》을 통해 본 삶의 지혜와 비전 - 고미숙

    고미숙 고전평론가 《동의보감》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허준의 명성 또한 ‘범국민적’이다. 그만큼 동의보감과 허준이라는 기호는 한국인의 문화적 원형에 가깝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이해는 참 ‘썰렁한’ 편이다. 동의보...
    Date2016.08.29 Views1324
    Read More
  9. 중남미 올바로 이해하기 - 조환복

    중남미 올바로 이해하기 조환복 전 멕시코 대사 과거 중남미라고 하면 주기적인 외채위기와 고율의 인플레, 불안한 정치와 함께 광적인 축구열풍, 고대문명, 각종 축제와 카니발 등 낭만적인 이미지를 함께 갖고 있다. 그리고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경제개발 ...
    Date2016.05.03 Views119
    Read More
  10. 한국 문화유산에 나타난 소통과 화합의 정신 - 이배용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는 첨단 과학 기술이 다른 학문과 서로 융합해 발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는 기존의 질서와 가치관을 끊임없이 재편해 가는 과정에 있다. 글로벌화하는 시대에 당연히 외부로 시선을 돌...
    Date2016.05.02 Views11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