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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 ‘세상에 외치고 싶어’ 마무리 시간이다. 아나운 서가 출연자인 내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진행하던 그녀의 음성이 시작과 달리 떨려 있음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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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사도가 순례자인 작가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예수님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 사도는 포교의 명을 받아 이베리아 반도로 전도여행을 떠납니다.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로마로 붙잡혀와 참수형을 당하고, 예수님의 첫 번째 순교제자가 됩니다. 지금까지 천여 년 동안 수많 은 순례자들이 그의 전도여행길을 따라 걸었고, 지금도 복음을 묵상하며 걷고 있습니다. ‘순례 길에서 만난 이웃을 사랑하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걸으라’는 자신이 못다 한 복음전파를 내게 사명으로 부르고 있음을 깨닫 습니다.”

 

41년 6개월 동안 교단의 삶에서 정년퇴임 후, 야고보 사도가 순례한 길을 따라 걷는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을 온전히 두 발로 걸어내었다. 순례 길은 느린 꿈꾸기이고, 지난 내 삶의 십자가 의미를 반추해본 성찰의 길이 었다. 순례를 마치고 포르투갈 리스보아 관광 도중에 하루도 빠뜨리지 않 고 쓴 40일 간의 일기장 4권과 순례자 인증도장이 가득한 세 권의 순례자 여권을 모두 도난당했다. 의욕을 잃고 귀국해서 절망의 숲을 헤매던 중, 두 달 만에 산티아고의 모든 추억이 살아서 돌아왔다. 야고보 사도가 포르투 갈의 클라라 트로니라는 여인을 통해 일기장과 순례자여권을 주워 되돌려 보내준 축복의 선물이었다. 감격적인 순간은 글쓰기의 놀라운 동력이다. 수필로 써 월간문학지 ‘한국수필’의 신인작가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 하게 되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난생 처음 홀로 떠난 산티아고는 헐벗은 나와의 만남 이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진 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고행 없는 영광은 없다(No pain, no glory).’ 산티 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마을 벽면에서 본 글귀이다. 고행을 자초한 길에서 홀로 걷는 두려움과 외로움은 피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그것들을 극복해 친구로 만들어내는 길임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웃음 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평생의 교육관대로 길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먼저 웃음을 보이며 다가갔다. 교단에서 내려왔지만 길에서 나는 여전히 교사 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은 고행의 길 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순례자들과 위로를 주고 위안을 받았다. 순례 길 은 인생길과 같다. 환희에 차 있다가도 한 순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고통의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던 육십 여 세월이 순례 길을 닮아 있다. 매일 10kg 배낭을 메고 25km 정도를 걷는 고달픈 길에서 지쳐 쓰러져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산티아고가 속삭였다. ‘쉬더라도 멈추지 말고 한 걸음 더 뚜벅 뚜벅 걸어 나가라.’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걷기 길이 많은데 굳이 먼 나라까지 가서 걷느냐고 반문한다. 40일 동안 917km를 두 발로 걸은 산티아고 순례 길은 여느 걷기 길과는 달리 앞선 순례자들이 내려놓은 영적에너지가 가 득한 길이었다. 157km의 ‘서울 둘레 길’과 770km의 ‘해파랑 길’을 종주하면 서는 느껴보지 못한 영적인 깨달음을 얻은 길이다. 천여 년 동안 야고보 사 도가 이끄는 순례라는 혹독한 고난의 길에서 삶의 찌꺼기를 태워버리며 내면의 변화를 꾀하며 걷는 이들의 공감대 속 일원이 된 연유는 아닐까. 삶 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사랑이다. 이 사랑이 내 안에서 익어가고 있음을 순례 길은 선사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년이 걸 렸다’는 故 김수환 추기경의 고백은 가슴 뛰는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이 아닐 까. 뛰는 가슴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로 다리를 옮기는 이들과 희망의 노 래를 함께 부른다. 버릴수록 자유롭고 비울수록 가득 찬 내 발자국의 의미와 깨달음이 바로 복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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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기적을 체험하며 길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들로 생애 첫 기행수 필 책을 발간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 El Camino de Santiago, ‘길에서 희망 을 노래하다’》 이제 길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가 마음의 깊은 울림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삶의 메아리로 반향 되어 옴을 느낀다. 인생의 길은 포기 하거나 물러날 수 없는 길이다. 삶의 길에서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일어서서 ‘희망을 노래해야 함’의 긍정의 힘을 주는 책이라고 한국문인협 회 정목일 수필가는 서평에서 밝히고 있다. 곳곳에서 내 책을 읽은 많은 이 들이 북 콘서트를 요청해오고 있다. 이해인 수녀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산 티아고의 부르심을 예견하셨나보다. ‘순례 길에서 가수로 데뷔했으니 앞으로길에서할일이더많아질것같군요.’후반부인생의길에서도산티아 고의 희망을 노래하며 걸어 나가고 싶다. 산티아고를 함께 걷지 못한 쌍둥 이 동생과 새로운 순례를 꿈꾼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기타를 메고 달려가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매월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침묵 의 구속에서 살아가는 재소자들에게 음악 나눔 봉사로 작은 위로의 빛이 되어주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빛의 사람들’ 이라 부른다. 3년 째 이어지고 있는 이곳 수용자들의 물기어린 눈빛 속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이들이 순 례 길에서 고난의 메세타 같은 고통의 세월을 잘 이겨내고 빛나는 삶으로 나갈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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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사방이 모두 벽이거나 절벽이거나 혹은 길 을 잃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좌절의 시간을 지나고 있지 않나요? 그 렇다면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 발자국 내디뎌 보세요. 그 한 발자국이 주는 용기는 많은 것을 바꾸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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