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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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 著者 김경임 氏  인터뷰

 

 

약탈 문화재 환수 문제의 전문 외교관 출신

오벨리스크, 몽유도원도에 이은 3부작 출간

 

 

2012년 10월 2일 대마도 중서부 해안의 외진 기사카 마을. 저녁 7시 무렵이 되자 적막한 바다를 마주한 이 작은 마을 숲속에도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 때 세 명의 남자가 해안가의 한적한 도로변에 세워진 신사 도리이문 안으로 재빨리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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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관음보살 나타나다’라는 첫 챕터의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문 화재 관련 도서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부서지는, 박진감 넘치는 도입이 다.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책의 제목은 <서산 부석사 관음 상의 눈물> (곰시출판사). 3년 전, 3인의 한국인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에 서 고려불상, 신라 불상, 대장경 등 3점의 조선문화재를 훔쳐 팔아먹다 잡 힌 사건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자료의 적확한 제시와 저자의 명료한 인식의 태도에 문장이 주는 매력이 더해져 단숨에 읽힌다.


 세 점의 문화재 중 신라 불상은 이미 일본에 돌려주었고, 대장경은 행방 불명. 현안이 되고 있는 나머지 한 점이 바로 부석사 관음상이다. 이 불상 은 1330년 서산 마을의 평범한 주민 32명이 관세음불의 연민과 자비에 의해 그들이 처한 당대의 고통으로부터 구원 받기를 간절히 빌며, 서산 부석사에 봉안했다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 불상은 아름다운 고려불상이라는 예술적, 종교적 존재를 넘어 그가 아니었다면 후대에 전 혀 알려지지 않았을 서산의 이름 없는 서민들의 삶의 편린과 그들과 대마 도의 유일한 관계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역사적 가치가 큰 귀중한 문화재 인 것이다.


저자는 김경임 前튀니지 대사 (현재 중원대 초빙교수). 1978년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1978년부터 2007년까지 외교관으로 도쿄, 뉴욕, 파리(유네스코), 뉴델리, 브뤼셀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 다.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 당시에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 는 등 우리나라에는 드문 문화재 전문 외교관이다.


이번에 펴낸 <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은 이전의 저작 <클레오파트라 의 바늘><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와 더불어 약탈문화재 3부작이라 할 수 있는데요. 외교관 출신으로서 문화재, 특히 약탈 문화재에 천착하시 게 된 동기가 궁금하군요.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파리의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참사관을 역임 하며 문화재 반환 문제에 관한 국제적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재의 역사는 빼앗고 빼앗 기는 역사입니다. 원주인의 손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 환수운동 의 기본입장입니다.”


금동 관세음불상은 약탈 문화재 환수사례 중에서도 특이점이 있습니다. 즉 외교와 협상이 아니라 절도라는 극단적 방법이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는 한-일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주시하는 현안입니 다. 일본에서는 인터폴에 수사의뢰를 하며 ‘한국이 훔쳐간 물건을 돌려주 지 않겠다고 생떼를 쓴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은 듣지 못할지언정… ‘약탈’이라고 매도 하는 것은 분노를 넘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선에 교역을 하러 건너간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벌어지는 불교탄압의 와중에 불상의 몰수나 파괴의 참상을 보다 못해 불타는 절에서 불상을 구출해 낸 것을 약탈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실례가 아닌가? 불상이 대마도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존 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마인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오랫동안 지켜 온 불상을 훔쳐가서 생떼를 쓰며 돌려주지 않고 있으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재인식했다. 도둑질한 것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리 는 북조선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과 다를 바 없다.” -대마도 간논지(觀音寺) 前주지 다나카 세쓰코가, 대전지법의 불상 이전 금지 가처분 판결을 본 후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대마도 현지의 반응은 과잉이고 감정적입니다. 이 불상은 약탈당했다는 정황증거가 많습니다. 제가 책을 쓴 이유는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인 절도단에 의한 대마도 불상절도사건이 한일 양국의 언론에 일제 히 보도되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도난 문화재인 만큼 즉각 반환을 요청 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외교채널을 통해 반환을 검토하는 모양새였 어요. 하지만 저희들은 압수된 불상 중 적어도 관세음보살좌상만큼은 반 환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1330년 서산 부석사에 봉안된 이 불상 은 왜구에 의한 약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연히 주장 해서는 안 됩니다. 반환운동만으로는 안되고, 저작(著作)을 통한 자료와 사료의 제시가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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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당했다는 정황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첫째, 조선에는 ‘폐불훼석(廢佛毁釋)’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은 조선 이 숭유억불 정책을 펴면서 불상을 부숴버렸기 때문에 자기네가 가져가서 잘 보관해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공권력은 물론이요, 사 가에서도 불상을 훼손한 일은 없었습니다. 둘째, 일본과 불상의 기증이나 교 류는 없었다. 셋째, 불상을 사고파는 교역도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근거의 세부적 증거는 무엇입니까?

“고려 말 왜구의 서산 침공 기록. 부장물, 불상이 입은 화상으로 보아 전쟁 중 약탈이라는 것. 일본 관음사의 위치가 서산에서 불상을 약탈해간 왜구의 일 족의 거주지와 일치한다는 점 등이 그 증거입니다. 특히나 1330년 충남 서 산 부석사 주존불로 봉안했다는 발원문이 불상에서 나왔다는 점, 왜구들이 서산을 침략했다는 기록이 남은 <고려사>, 서산을 침략한 왜구의 정체와 그 일족의 근거지를 보아 이는 약탈해 간 문화재가 틀림없습니다. 장물이기 때 문에 돌려줘야 한다는 발상은 우리 역사에 눈을 감는 비정한 처사입니다.”


제목에 ‘눈물’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누구의 눈물입니까?

“서산의 백성 32명이 염원을 모아 바친 이 불상의 눈물입니다. 결가부좌하 여 앉은키 50.5cm 이 관음 불상은 화상으로 그을린 두 뺨과 녹아 버린 손 가락 끝, 때가 낀 온 몸, 훼손된 가사 소맷자락에 더해 관음보살이 당연히 써야 할 보관(寶冠)은 벗겨졌고, 광배와 대좌 또한 망실된 채 초라한 행색 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지난번에 이 불상을 친견 했을 때의 아름다움과 탄생 후 675년간의 기구한 여정에 눈물이 났어요.” 


수백 년 전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문화재가 절도범들에 의해 원소유국으로 되돌아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마도 불상 절도사건은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희귀한 사건입니다. 국제적으로 원 소유주의 소유권을 인정받아야 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70년 성립된 ‘유네스코 불법문화재 반환협약’은 도난이나 불법에 의해 반입된 문화재는 반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에 한국과 일본이 가입하고 있는 만큼 부석사 불상이 단순한 도난 문화재라면 한국 은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불상을 반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석사 불 상이 약탈문화재라면 그렇지 않습니다.” 


신라불상은 이미 돌려줬다는데, 어떤 이유에서 돌려주었습니까?

“그게 저도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겨우 신라불상 10점(국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무려 5백~8백점의 신라불상이 있습니다. 이 번에 신라불상을 돌려준 것은 이로써 일본이 외교문제에서 우리에게 선 의를 갖게 되거나 모종의 양보를 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한 모양입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이 고려불상도 돌려주지 않았나 의심스러워서 문화재청에 수차례 친견을 요청했어요. 다행히 돌려주지 않고 보 관하고 있어서 안심했답니다. 부석사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환수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문화유산 국민신탁>(김종규 이사장), <동북아 역사위원회>등이 환수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불상을 보관하고 있던 대마도 관음사는 어떤 절입니까?

그들의 말대로 이 불상을 잘 보관하고 있었나요? 도난범 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나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사찰의 유일한 불상이었습니다.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요. 유일한 불상이었는데 없어졌으니 현재 사찰은 폐쇄된 형 편입니다. 이 불상은 지금 우리 문화재청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환수가 결 정 되면 고대유물로서 국보가 될 것입니다. 도난범 들은 모두 재판을 받고 복역 중입니다.”  


약탈 문화재 3부작을 쓰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하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해외문화재를 그리 힘들게 되찾아 와서 뭐 하나, 외교문제 도 있는데 그럴 거 있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져오지 말고, 그 나라에 박물관을 지어주자는 사람도 있어요. 뺏어간 사람들은 ‘왜 야단 이야, 여기 두면 홍보도 되고 좋잖아’ ‘너희 나라에 두었으면 6.25때 다 망 가졌을 거야’식으로 대응합니다. 이집트가 약탈당한 오벨리스크나 몽유 도원도, 부석사 관음상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면, 앞으로도 약탈 문화재의 운명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前 TV저널 편집장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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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

<약탈당한 고려문화재와 대마도 왜구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고려의 미소-서산 부석사 관음보살 돌아오다> . 제2부는 <대마도 이야기> .

1부는 도난사건으로 시작한 관음상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한 관음상의 출생의 기록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특히나 이 불상이 어떻게 대마도 로 건너갔는지의 과정과 약탈의 증거를 하나하나 제시하는 방식이 탐정 소설의 주인공이 단서를 제공하는 것처럼 구체적이고 흥미 있다. 2부는 대마도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면서 이곳에 한국의 문화재가 어떻 게 산재해있는지를 미시적으로 소개해 대마도를 관광지로 보던 시각을 문 화재의 보고로써 바꿔 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의 고교동창인 이두원 씨의 사진도 책의 권위를 높여준다. 저자의 ‘문화재 트릴로지(trilogy)’라 할 수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2009, 홍익출판사),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2013, 산처럼)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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