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평행이론이 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동일한 패턴 으로 역사적 시차를 두고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평행이 론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학자들은 오늘 우리가 접하는 뉴스가 수백 년 전 사건이 평행이론으로 반복됨을 보인다. 그 사례로 미 국 대통령 재임 중 암살된 링컨과 케네디를 든다. 두 사람의 이름 은 알파벳으로 모두 7자다. 그리고 두 대통령의 이름에 n이 2개 씩 들어 있다. 링컨과 케네디 모두 둘째였다. 링컨은 1846년, 케 네디는 100년 뒤인 1946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링컨은 1860 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케네디는 100년 후인 1960년에 당선 됐다. 링컨과 케네디는 모두 뒷머리 부분에 금요일에 총을 맞아 암살됐다. 링컨의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와 케네디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생년도 각각 1839년, 1939년으로 딱 100년 차이 가 난다. 이름 역시 알파벳 15자로 일치하고 재판을 받기 전에 사 살된 점도 동일하다. 두 대통령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24 살의 여성(메리 토드 링컨, 재클린 케네디)과 결혼했다.
이들 부인은 총을 맞을 당시에 옆자리에 앉아있었고 모두 40년 후인 64세에 사망했다. 부통령 역시 거의 유사하다. 링컨의 뒤를 이은 앤드루 존슨 부통령은 1808년생, 케네디 사후의 린든 존슨 부통령은 1908년생으로 100년 차이가 난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성은 존슨으로 동일하고 이름의 알파벳 숫자가 13자로 똑같다. 둘 다 대통령 사후 10년 후에 나란히 사망했다. 억지라고 우기기 에는 역사의 평행이론은 냉엄하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 는 것은 일본 소니와의 평행이론을 예견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한국 주부들이 일본에 가서 제일 많이 사 온 것이 코 끼리 전기밥통이었다. 남자들은 소니의 워크맨이었다. 당시 일 본은 세계 최고의 전자 산업 국가였다. 그런데 지금 동남아인들 은 한국에서 쿠쿠 전기밥통을 사간다. 2001년 1월 일본의 경제 주간지 동양 경제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을 ‘21세기형 경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10년 만에 소니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퇴락했다. 소니의 몰락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에 40년 전에 만연했던 이공계 기피 현상에서 빚어진 기술개발의 핵심 역량의 붕괴에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입시 배치의 상황 전개 가 바로 소니를 몰락시킨 일본의 입시 배치 상황과 평행이론으 로 전개되고 있다. 1970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1985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를 150명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현에 의 대를 설치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1961년 3,000명의 의대 입학 정원이 1973년 6,200명으로 배가 됐고, 현재는 9,357명으로 3 배가 됐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철없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일본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촉진했고 그 결과가 소니 몰락을 초래했다.
일본 소니의 몰락을 초래한 이공계 기피 현상이 한국에서 반복 되고 있다. 2023학년도 속칭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SKY(서울대· 연세대·고려대) 대학의 이공계 정시모집에 합격한 뒤 등록을 포 기한 학생이 1,2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모집 정원 4,660명의 1/4 에 해당한다. 이들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 중 상당수는 의학 계열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철없는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라는 일본의 평행이론을 반복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지망생 은 의약계로 진학하며, 공학계열은 차하위 학생이 진학한다. 서 울공대생의 20%가 미적분을 모르고, 진학한 학생들도 반 이상 이 의전원, 로스쿨, MBA 과정으로 전공을 바꾼다. 40년 전의 일 본 사회의 이공계 기피에 의한 기술개발 핵심역량의 붕괴로 소 니가 삼성전자에 추월당하듯, 현재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 중국의 화웨이 등에 추월당하는 역 사적 평행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소니와 삼성전자의 평행이론 은 한국의 50배에 달하는 중국의 이공계 졸업생 수 470만 명에 서 확인된다. 양적으로도 비교가 안 되지만 질적으로 더욱 무섭 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의대 선호도가 지극히 낮다. 결과 적으로 WIPO의 '2019년 국제 특허 출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이 미국을 제치고 특허 출원 1위로 등장한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기고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던 것은 1980년대 초의 대학입시 배치표에 답이 있다. 당시 한국 최고 인재들이 진학했던 학과가 바로 전자공학과였다. 그들이 바로 삼성전자의 기술개발 핵심 인력인 이공계 박사 6,000여 명과 연 구 인력 6만여 명이었다. 1999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4배에 달하 던 소니의 시가총액은 현재 삼성전자의 ¼에 불과하다. 1999년 만 해도 소니는 세계 5위의 특허 출원 기업이었고 삼성전자는 16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1위다. 소니는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사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그런데 냄비 속의 개구리, 삼성의 경영진 특히, 이재용 회장은 작년 한 해 동안 7번이나 대통령을 수행하여 해외 방문의 꽃놀 이를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오류에 대한 해답은 요원 하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 다.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은 미뤄지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은 만 성 적자다. 파운드리에서 막대한 투자에도 TSMC와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무차별 삼성전자를 순매도한다. 8만 전자는 5만 전자로 약 20%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450조 원 에서 350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의 살길은 호암이 반도체 선언을 하던 도쿄 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인재 양성부터 시 작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가 되는 것보다 삼성전자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가성비가 높도록 설계해야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정규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경우 고등학교 3년, 의 예과 2년, 의과대학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그리고 군의관 3년을 포함하면 17년이 소요된다. 이공계 박사를 정규적으로 취득할 경우에는 군복무 2년을 포함하여 고등학교 3년, 대학 4 년,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3년 등 14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의 사의 수명은 70세 이상인 데 반해서, 이공계 박사는 60세 미만 이다. 의사와 이공계 박사의 가성비는 절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이를 획기적으로 돌파하는 방법은 혁명적 발상을 필요로 한다. 제안하는 이공계 속성 박사 기간은 군 면제를 전제로 고등학교 2년, 대학교 3년, 석박사 과정 4년, 모두 9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이다. 이 경우 일생 소득에서 결코 이공계 박사가 전문의에 뒤지 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우위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제안된 획 기적인 이공계 박사 양성 과정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 삼성전자 와 같은 대기업에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현행 법체계에 서 기업체 계약학과, 이공계 박사 군 면제, 고등학교 2년제, 대학 3년제, 석박사 과정 4년제는 현행 시행되는 제도이다. 고등학교 에 입학 시에 기업체 사원으로 입도선매해서 의과대학에 진학 하는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가 소니와의 평행 이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아직은 삼성전자에 기술력 이 남아 있다. 1990년대에 입학한 우수한 이공계 출신이 부장급 기술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이들이 은퇴 하였을 때 잃어버린 일본 30년의 평행이론이 기다리고 있다. 삼 성전자의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전자 산업의 쇠퇴와 부흥에 국한하지 말고 한국, 일본, 중국의 사회 전반에 대한 심층 연구로 큰 개혁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혁명적 발상이 없이는 삼성전자 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