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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생각] 조환복 전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다, 잠재력 믿어야" 

 

주중 경제공사, 주홍콩 총영사, 주멕시코 대사 등 역임…빈곤·궁핍한 국가 현장 목격
“국가 발전에 중요한 것은 사람”…개도국 출신 유학생 대상 동기부여 강의 개설·운영
한국 경제 발전 흐름 소개, DMZ 등 현장 체험…차세대 친한 지도자 양성 목표
“외국인 유학생, 편히 정주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따뜻한 시선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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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복 전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사진=김소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은 ‘리더십’과 ‘과학 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지난 14일 명동의 한 카페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선농문화포럼의 ‘리더십 아카데미’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조환복 전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위원장)를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한 건물 지하에는 100여 명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니 강의실은 아이맥스(IMAX)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영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의실 한 벽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빔 프로젝터를 활용해 강의를 이어간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이곳에서 매해 2회씩 리더십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조 교수가 최근 몇 년간 애정을 갖고 매진 중인 일이다.

선농문화포럼은 서울 사대부고 동창들이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중심으로 2010년 창립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인문 교양 강좌, 오페라 강좌, 선농문화포럼 잡지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가운데 리더십 아카데미는 한국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리더십 아카데미를 이끄는 조환복 교수는 1975년 외교부에 입부해 주중 경제공사, 주홍콩 총영사,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주멕시코 대사,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위원장, 영남대 박정희 새마을대학원 교수를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리더십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피난둥이’로 태어나 국가 발전 과정 목도…해외 경험 토대로 리더십 아카데미 개설 =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들을 위한 동기부여 강의를 이어가는 이유에는 조 교수의 삶과 오랜 해외 생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 교수가 태어나던 시대는 나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던 시기였다. 스스로를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한국전쟁 ‘피난둥이’라고 소개한 조 교수는 본인의 일생을 두고 “잿더미에서 일어난 한국이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화한 국가 발전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그때는 생존이 눈앞에 놓인 과제였고 발전은 생각하기 어려운 시기였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외교부에서 활동하던 70~80년대를 떠올리면 “국외 근무를 하다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면 매번 길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이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모습을 매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개발도상국의 상황도 지켜보게 됐다. 무엇이 이와 같은 차이를 만들었는지 오랜 기간 숙고했고, 지도층 차원의 ‘리더십’과 개인 차원의 ‘주인 의식’이 국가 발전과 인재 육성의 핵심 과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환복 교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에서 상당 기간 일하며 빈곤의 현장을 목도했다”며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여러 각도에서 빈곤과 국가 발전 문제를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는 2017년 9월 선농문화포럼에 리더십 아카데미 개설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수많은 개도국 출신 학생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일부 전문기관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50년 이상 친구인 이규용 나자인 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선농문화포럼 이사장이신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님께서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셔서 리더십 아카데미를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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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아카데미 2024 봄 과정 수료식.(사진=조환복 교수)

 

■ 커리큘럼, 13회 강의·1회 문화 체험으로 구성…“DMZ 방문 인상적이란 평 많아” = 리더십 아카데미는 2017년 가을 과정 개설 이후 2024년 봄까지 총 98개국 62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13회의 영어 강의와 한 번의 문화 체험(필드 트립)으로 구성되며 강의 중 20~30분은 토론 시간으로 이뤄진다. 조환복 교수는 “학생들이 만족할 정도로 넉넉하진 않지만 강의 마지막에 꼭 질의와 토론을 진행한다”며 “학생들의 전공이 다른 만큼 매 과목 내용들이 생소할 수 있어 각자의 직무와 경험을 공유하는 세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강의는 매주 금요일 진행되지만 토요일 하루 학생들과 문화 체험을 하는 시간도 존재한다. 조 교수는 “아카데미의 운영 목적은 차세대 친한(親韓) 지도자 양성을 위한 역량개발과 참석한 학생들 간의 친목 도모”라며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한국에 대한 학생들의 심층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문화 체험을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수원 화성 성터·행궁동, 원주 뮤지엄산·연세대 원주 캠퍼스, 비무장지대(DMZ), 서해수호관 등을 방문했다. 특히 DMZ는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 수료생들에게 매번 좋은 반응을 얻는 장소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서울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삼엄한 경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서울의 안온한 분위기와는 다른 긴장감을 느끼며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평소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인 만큼 학생들의 호기심과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국가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잠재력 믿어야”…사과 속에 든 씨앗의 잠재력 강조 = 리더십 아카데미를 이끌며 다양한 국적과 연령의 학생들을 만났지만, 조환복 교수는 2018년 가을 과정 개회식에 참석한 한 학생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 중에는 젊은 유학생 외에도 중년의 학생들이 존재했는데, 최고령자인 그 학생은 조 교수의 이력을 알고 커리큘럼에 참여한 현직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 부인이었다. 조 교수는 “나이지리아에서 NGO 활동을 하던 부인이 리더십 아카데미 과정에 관심을 갖고 직접 등록해 주셔서 박사학위나 이론적인 내용은 없지만 편하게 들으시라고 이야기했다”며 “부인은 외교 행사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13주 중 10주 강의에 참여했고, 수료증까지 받으셨다”고 회상했다. 인연이 이어져 조 교수는 이듬해 가을 주한 외교단을 위한 ‘한국 경제발전 경험 공유과정’ 강의를 개설하게 됐고, 주한 대사 6명을 포함한 29개국 50명의 외교관이 해당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 교수의 강의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던 이유에는 수평적 리더십과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찰이 있었다. 조 교수는 개인이 발전하기 위해선 내면의 사고방식(mindset)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가난은 오래되고 구조적이기 때문에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선 사람이 변해야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초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사과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과를 깎으면 안에 씨가 몇 개 들어있는지 보이지만, 조그마한 씨앗에서 사과나무 100그루가 나올지, 200그루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 씨앗이 바로 잠재력”이라며 “스스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태도가 나오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생각으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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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복 교수가 리더십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 “세계화는 영어 잘하는 것이 아닌, 국내에 있는 외국인에게 먼저 인사 건네는 것” = 조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정부가 최근 매진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련해서도 외국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조 교수는 마지막 시험에서 ‘한국에 실망스러운 점 5가지’를 묻곤 했다. 답만 하면 모든 학생에게 정답 처리를 해줬는데, 6년간 여러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 교수는 “세계화라는 게 영어를 잘하고 식사 때 칼질을 멋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외국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먼저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우리도 불과 몇 년 전 독일 등 외국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역사가 있듯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인 사람들이 편안하게 정주할 수 있도록 이웃으로 보듬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꿈을 갖고 있지만 자국의 여건으로 망설이는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향해서는 “추후에 때는 온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국의 어려운 여건만을 생각하면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은 나라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 먼저 하라’고 한다”며 “종교에는 기적이 있지만 국가와 경제 발전에는 기적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의 발전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노력이 있었듯 역량을 개발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니 지금 모든 문제를 다 부여안고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미래 지도자의 마음가짐으로 진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바로가기 :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67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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