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가 중요한 이유?

김판규
駐나이지리아 대사
2024년 3월 주)나이지리아 특명전권대사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군 생활과 대학 강의에 이어 외교관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설레임과 함께 ‘아프리카’는 어떤 곳인가? 하는 궁금증이 몰려 왔다. ‘아프리카’하면 흔히 ‘검은 대륙’, ‘다양성의 대륙’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르며 이는 피부색을 넘어 문명의 혜택을 입지 못한 야만적이고 미개한 관습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 하지만 이집트 문명을 비롯한 여러 문명의 왕 국들과 수천 개의 민족이 공존하며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오랜 식민지와 분쟁의 흔적이 여전히 존재하며, ‘보코하람’(Boko Haram,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과 같은 테러집단이 아직도 활개를 치는 위험한 곳인 반면 어느 대륙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곳, 그곳이 바로 ‘아프리카’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거인 나이지리아(Giant of Africa)
1960년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중·서부 쪽에 위치한 인구 2.2억 명(세계 6위), 국토 크기 약 92만 ㎢(한반도의 4.2배), 명목 GDP 4,700억 달러의 대국이자 2023년 기준 원유 매장량 세계 11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0위의 에너지 부국으로 경제, 인구, 역내 평화 및 안보 관련 역할 등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아프리카의 거인’이라는 별칭이 딱 맞는 국가이다. 적도 지방대에 위치한 나이지리아는 기니만과 사하라 사막의 영향으로 건기(겨울/봄)와 우기(여름/가을)로 구분되며, 고온 다습한 남부와 고온 건조한 북부의 상이한 기후특성을 보이고 있다. 12~1월 중에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섞인 하마탄(Harmattan, 회색의 미세먼지와 함께 부는 바람)은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이지리아는 하우사(30%), 요루바(20%), 이보(20%) 등 약 250개 이상의 민족이 500여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북쪽지역은 대부분 이슬람교(50%)를 남쪽지역은 기독교(48%)를 믿고 있으며 종교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고 있으나, 북쪽지역에서 이슬람교도들의 기독교도 습격사례가 최근까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편 1470년 최초로 포르투갈 인들이 나이지리아 서해안 라고스(Lagos)에 상륙한 이후 16세기 중엽부터 영국은 다수의 노예무역회사를 설립하였으며 1815년부터 노예무역이 금지되자 야자유와 원료를 수입하는 무역으로 전환하여 나이지리아의 경제권을 장악했다. 이후 영국은 1861년 라고스 지역에 대한 영토권 획득을 시작으로, 1900년 나이지리아 전역에 대한 식민보호령(C olony and Protectorate of Nigeria)을 선포하고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을 파견하여 지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치를 요구하는 독립운동이 전개되자, 1957년 런던회의에서 나이지리아 동·서부 지역에 대한 자치정부 수립을 승인한 후, 1960년 10월 나이지리아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이후 쿠데타에 이은 군부 통치시대를 겪게되는 과정에서 분리 독립을 원하는 동남부지역의 비아프라공화국(The Independent Republic of Biafra)이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2년 반(1967.7월~1970.1월)에 걸친 내전이 발생했다. 이 내전은 영국, 소련,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 해관계에 따라 개입하면서 국제분쟁의 양상으로 발전했으나 결국 연방정부군의 승리로 내전이 종료 됐다. 이와 같이 나이지리아는 잦은 쿠데타(총 7회)에 이은 군부독재와 민정이양을 반복했으나 2015년 3월 야당 후보인 부하리(Buhari) 후보가 승리하면서 나이지리아 역사상 최초로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달성됐으며, 2023년 2월 대선에서 티누부(Tinubu)후보가 당선되면서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나이지리아의 현재와 미래(Present & Future)

역사적으로 국가·조직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민족, 언어, 종교 등 3가지를 주요 요인을 꼽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다양한 민족(250개)과 언어(약 500여개), 종교(이슬람 50% vs 기독교 48%) 등 3가지 갈등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이로 인한 직접적인 충돌을 경험했고 지금도 발생중이거나 잠재되어 있다. 이에, 나이지리아는 국가통합(Un it y )을 최 대의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별 인사배분원칙(Zoning System)’은 연방정부인 나이지리아 36개 각 주(State)에서 최소 1명씩의 연방정부 장관을 배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비아프라 내전 이후인 1991년 수도를 국가 서남부에 위치한 ‘라고스(Lagos)’ 에서 중앙에 위치한 ‘아부자(Abuj a)’로 이전함으로써 국가통 합의 의지와 함께 나이지리아의 양대 도시를 각각 정치·행정과 경제·통상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 위치한 ‘IBB골프장’에는 ‘어린 나무 근처에선 무벌타 드롭을 허용한다.’는 로컬룰(local rule)이 있다. 이는 ‘어린 새싹은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규정이기도 하다.그러나 건물은 물론 골프장에도 무장경비원을 배치해야만 하는 치안문제, 높은 영·유아 사망률(세계 3위)과 빈부격차(빈곤층 1억 명), 낮은 청렴도 등 사회 곳곳에 산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 그러나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국가 지도자들. 이것이 현재의 아프리카 모습이라면, 그 가운데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시민들… 이것 을 보면서 미래의 아프리카 모습을 상상해 본다.
君子不遇國不興(군자불우국불흥)
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나라가 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