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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나는 새 큰뒷부리도요
허정균
전 한겨레신문 기자
뉴스서천 국장
오리과 철새들이 북상을 하고 나면 서천갯벌은 도요물떼새들 차지이다. 이들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한국의 서해 갯벌에 들른 것이다. 물갈퀴가 없는 도요물떼새 무리들은 헤엄을 칠 줄 모른다. 썰물이 되어 갯벌이 드러나면 이들은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칠게, 바지락 등을 잡아먹으려 한 달 이상 머문 다음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향한다. 9월이면 월동을 위해 다시 호주나 뉴질랜드로 가다가 서해갯벌에 들른다.
도요목 도요과에는 80여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큰뒷부리도요는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후 가을이면 서해갯벌에 들르지 않고 태평양을 종단해 뉴질랜드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간다.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비밀은 2007년에야 밝혀졌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에서 남행길에 오른 큰뒷부리도요는 무리를 지어 2000~3000미터 상공을 한번도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로 날아갔다. 8월 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 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 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1만㎞가 넘는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비행을 한 것이다.
이 기록은 사람들이 측정한 새들 가운데 가장 긴 비행 기록이라고 한다. 제트여객기로 약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처럼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갈 때 한반도 서해안에 들르지 않는 이유는 풍향을 이용해 비행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을 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갯지렁이 등 영양분을 최대한 많이 먹는다. 무거우면 비행이 어려우므로 지방을 최대한 모으는 대신 내장을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500g 정도인 이 새의 몸무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보잉 747의 경우 중량의 45퍼센트가 연료 무게라 하는데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이보다 연료 비중이 높은 셈이다.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여 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이 섬에서는 거의 목격되지 않고 있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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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는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그 이유로는 남행길과 달리 북행길엔 기류를 활용할 수 없고,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물갈퀴가 없어 헤엄을 칠 줄 모르는 도요새는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밀물 때가 되면 물 밖으로 물러나 안전하게 쉴 곳이 필요하다.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서해갯벌은 이들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곳이다. 그러나 갯벌 환경의 변화로 먹잇감이 줄어들고 각종 개발 사업으로 밀물 때 물러나 쉴 곳이 줄어들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도요새들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물새팀장은 “새만금에서 4만~5만마리까지 큰 무리의 붉은어깨도요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00~2000마리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서천 연안의 갯벌도 날로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진펄이 쌓이며 이들의 먹이가 되는 갯지렁이나 칠게 등 저서생물들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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