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가진 AI가 조만간 나타난다
글 임흥순 / 한양사이버대교수 / 전 KBS기자
성큼 다가온 AI(인공지능)의 시대, 앞으로의 인류는 어떻게 변화할 까? 이광형 KAIST총장은 “조만간 AI는 감정과 자아의식을 가질 것 이다. 즉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까지 갖게 되는 때가 곧 오게 된다. 아울러 개체 보존의 본능과 종족 보존의 본능을 갖게 되면서 자아의식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시기 는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에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래학자이기도 한 이광형 총장은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자유의지로 만들어 가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환경이나 도구 와 상호작용하면서 역사가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구가 나타나면 거기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지는 경우가 많 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구’가 ‘AI’로 변화하면서 인간의 사상 또 한 바뀔 것이라고 내다 봤다. 따라서 AI와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하 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85년 전 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그는 2021년 2월 KAIST총장으로 취임했다. 1999년 81부작으로 방영된 TV드라마 ‘카이스트’에서 TV를 거꾸로 놓고 보는 괴짜교수 박기훈의 실제 모델이다. 교내 연못에 거위를 키워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직접 만나 본 이광형 총장은 자그마한 체구에 괴짜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온화하고 예의 바른 신사의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광형 총장을 서울 종암동에 있는 서울사대부고 도서관에서 인터뷰했다.
사람들은 이광형 총장이라고 하면 괴짜 총장이라는 인식이 강합니 다. 원래부터 남들 보다 튀는 성격이신지요?
(웃음)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그렇게 옆길로 샜는지. 사실 저는 오 랫동안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친구들과 얘기를 재미있게 한다거나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잘 하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죠. 학교 다닐 때 는 그러다가 옆길로 새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교수가 되었을 때부 터인 것 같네요. 제가 총장이 되었을 때도 주위 사람들이 이광형 같 은 사람이 총장 되기가 어려운데 예외적으로 됐다고 하더군요. 메 인스트림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내 길로 쭉 가다보니 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미래의 기원’이라는 책을 쓰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저술을 하셨는지요?
“일반적으로 역사를 연구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와 동시에 환경이나 도구와 상호작용하면서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원자탄이 나타남으로써 인류 문명사가 바뀌었고 컴 퓨터와 자동차, 비행기가 나오면서 역사가 바뀌는 거지요. 그런 관 점에서 역사를 새로 정리하고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기원’에 보면 앞으로 AI가 감정을 갖고 자아의식까지 가질 것이라고예측을하셨지요?
“AI는 앞으로 감정은 너무 쉽게 가질 것이고 자아의식을 갖는지 여 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자아의식이 무엇이냐 하는 것부터 정의를 새로 해야 합니다. 저는 자아의식이라는 것은 개체 보존의 본능과 종족보존의 본능을 가지면 자아의식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거지요. 이런 정의에 동의한 다면 저는 인공지능은 조만간 그런 자아의식을 가질 거라고 봅니 다. 즉 AI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 자기를 복제하는 능력을 갖 게 되는 거지요. 머지않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자아의식을 갖 는 AI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AI의 진화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 을해야할까요?
“자아의식을 가진 물체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 온다면 협동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야 겠지요. 잘 받아들여서 구성원으로 만들어 야 합니다. 공존하려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야 하겠지요. 왜냐하면 AI의 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면도 있는데 자아의식까지 갖게 되면 그걸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공존의 지 혜가 필요합니다. 그런 새로운 질서를 저는 휴 머니즘 2.0 이라고 부릅니다. AI의 부작용만 얘 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질문하고 싶어요. 막을 수 있 으면 막아보라고요. 그런데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AI를 잘 활용해서 질서를 만들고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연구 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AI기술은 세계적으로 어느정도의 수준에 와 있고 앞으로 기술확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AI기술에서 가장 앞서 가고 그 밑으로 뚝 떨어져서 한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정도가 다음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AI는 국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는산업규모와자본력이작아서어려움이있습니다. 그래서특화된 AI분야, 그러니까 뷰티AI라던가 헬스AI, 케이팝AI 같은 특별한 분 야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을 이어 가려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할 까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일어선 것은 인적 자원개발 때문 아니겠습니 까? 앞으로도 국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많이 기르는게 핵심 이겠죠. 구체적으로는 미래 분야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AI도 미래 분야구요 뇌과학이라든지 양자기술, 에너지와 핵융합, 인공광합성 같은 분야가 글로벌 지형입니다. 우리 인류가 피할 수 없는 길입니 다. 그런쪽을 이제 중점적으로 개발 해야 합니다.”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고 미래세대에게는 무슨 얘기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학창시절에 존재감도 없었고 평범하게 지냈습니다. 공부는 상위권에서 하 정도였지요. 다만 끊임없이 노력하면 내가 바뀐다는 신념은 있었습니다. 모교 교훈 중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문 구가 있습니다. 그 문구가 제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나침반 역할 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국가와 사회에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 각을 많이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신 만의 꿈을 찾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 꿈은 나의 별을 찾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별이 있어요. 혹시 내 별이 남들보다 작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 별을 찾아서 나만의 길을 가는 겁니다. 그렇게 나의 별을 찾아서 쭉 가다보면 어느덧 길이 열리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별에 서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