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서
한국의 무형유산에
관심을 가진 이유
한국의 무형유산에
관심을 가진 이유
유네스코와 한국의 무형유산정책, 민속원, 695쪽
임돈희ㆍ로저L.자넬리 외
임돈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서울사대부고 15회 졸업
임돈희ㆍ로저L.자넬리 외
임돈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서울사대부고 15회 졸업

모든 문화는 나름대로
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문화상대주의. 유네스코는 2001년에 문화 다양성을 선언하고 2003년에는 다양성과 평등성을 골자로 하는 ‘무형 문화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한다. 이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문화유산 (유형유산) 협약’ (1972) 이 후 30년만이고 한국에 비해 40년 늦은 선택이었다. 이 협약에는 무형유산을 가름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라는 말이 없다. 만리장성은 위대한 작품이기에 유형문화재가 됐다는 식의 배경 이유 말이다. 즉 모든 문화는 나름대로 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볼쇼이 발레가 고깔이나 갓을 쓴 무당들이 칼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치는 행위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각 지역의 민속문화가 비합리적이고 야만적이라는 인식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나타난 서구의 실증주의, 합리주의에서 비롯됐을 뿐이고, 정교하고 섬세한 서구식 엘리트 문화에 비해 동양이나 기타 지역의 민속 문화가 낡고 뒤떨어진 문화라고 여겨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남성위주의 문화에 비해 여성위주의 문화가 실제로 세상을 지배한다는 페미니즘 문화론도 함께 등장한 결과라고나 할까.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2001/2008), 아리랑 (2012), 김치와 김장 문화 (2013), 줄다리기 (2015, 필리핀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공동 등재), 제주 해녀문화 (2016), 씨름 (2018 남북한 공동 등재)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무형문화재는 23종목. 19종목에 저자가 앞장서 서 관여했다. 이 책을 펴낸 목적도 우리나라가 무형유산의 선진국임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1962년 발포된 문화재법은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나누어 관리토록 했다. 초대 무형문화재분과 위원장 (1961~1967)을 지낸 임석재(任晳宰, 1903~1998) 전 서울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자의 선친. 저자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을 지냈으니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무형유산은 이들 부녀가 관리했다고나 할까. 유네스코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한국의 ‘인간문화재 Living Human Treasures’ (법적 용어로는 무형문화 기능보유자) 제도가 1993년에 유네스코에 소개되면서부터이다. 1993년 유네스코는 각국에 한국과 같은 인간문화재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 그 사이 그리고 그 이 후에 저자는 유네스코의 등재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관련 세미나나 학술대회에 적극 참여, 참가하면서 세계 유형문화유산의 지위 격상은 물론 한국 무형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제1부 한국의 무형유산 보호정책에는 문화재보호법과 무형문화 제도, 정책의 변화, 국가유산청 출범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법과, 무형 문화유산과 공동체, 典型 등과 관련해 황권순, 함한희, 허용호 등 전문가의 기고도 실었다. 제2부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정책이 어떻게 태동했는지, 협약의 내용은 무엇인지가 기술돼 있다. 제3부에는 2003년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 협약 이후 한국의 무형유산 지형의 변화된 모습을 박성용, 김용구, 함한희의 기고를 통해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의 아리랑, 김치와 김장문화 등의 등재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유네스코 이름으로 수여했던 아리랑 상 (2001~2005) 과 전주시가 주관하는 전주 세계무형유산 대상도 그 추진 과정과 현 상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모든 주제에 대한 빈틈없는 자료가 눈길을 끈다. 유네스코와 한국의 모든 결정, 행사, 세미나까지 그 배경과 분석이 곁들여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민속학 박사 학위를 받은 동국대학교 종신 석좌교수이자 학술원 회원. 현시점에서는 공동체 중심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원형 위주 정책에서 변화와 재창조를 인정하는 典型주의로의 이행이 핵심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또 인위적 보호의 문제, 문화의 권력화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는다.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한 직후 ‘우리 고유문화가 중심이 된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보고 싶다’던 그의 바람 (609쪽)은 영화 케데헌 (K-pop demon hunters)의 성공으로 현실화 돼 더 할 나위 없이 감개가 무량하다고. 그럼에도 무형유산센터 건립, 연구인력 강화, 관련 NGO의 수 증가, 한국인 유네스코 총장 등장 등, 희망목록을 나열하는 이 팔순 저자의 눈은 소녀처럼 반짝인다. 다음에는 불교 색채를 뺀 발우공양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고 싶다면서. 이 책의 인세도 모두 무형문화학회에 기증할 예정이다. 공동저자로 표기된 故로저 자넬리 RogerL. Janelli 박사는 저자의 부군으로 함께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민속학 박사학위를 받고 인디애나대학교 명예교수, 캘리포니아소재 버클리 대학 초빙교수를 지낸바 있다.
글 김춘옥
언론인, 前 단국대학교 교수
언론인, 前 단국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