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김재섭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사대부고 58회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사대부고 58회
전면 폐지는 해답이 아니다.
문제는 법의 존재가 아니라, 적용과 책임이다.
문제는 법의 존재가 아니라, 적용과 책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국회의 원들이 지난해 12월 2일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법률안 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국가보안법이 일제강점기 치안 유지법을 계승한 악법이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 악용돼 인권 침해가 반복됐다고 주장한다. 냉전 체제가 해체됐고 대한민국이 유엔 회원국이 된 만큼 존속 근거가 사라졌다는 논리도 함께 내세웠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쟁은 새롭지 않다. 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은 집권할 때마다 같은 문제 제기와 같은 결론을 반복해 왔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개정이나 보완 논의는 뒷전이고, 다시 전면 폐지부터 꺼내 들었다.
정치권의 판단과 달리 민심은 다르다. 한국갤럽이 12월 셋째 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국가보안법 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과반을 넘었 다. 국회 입법 예고 사이트에는 폐지 반대 의견이 11만 건 이상 접수됐고, 관련 전자청원에는 15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 정치는 폐지를 말하지만, 국민은 유지 를 선택하고 있다. 민주당의 태도는 여기서 더욱 분명해 진다.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에서는 언제나 ‘국민 여론’을 앞세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전 담재판부 설치 논의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높다”며 이를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표현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조차 여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처럼 국민 다수가 ‘유 지’를 선택한 사안에서는 그 여론이 고려 대상에서 사라진다. 기준은 여론이 아니라 유불리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호출되는 ‘국민 여론’은 설득의 근거가 아니라 불신의 근거가 된다.

폐지론자들이 문제 삼는 조항은 제7조와 제10조다. 제7조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제10조는 침묵의 자유 침해 논란을 받아 왔다. 문제 제기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조항이 문제라면 고치면 된다. 적용이 문제라면 통제하면 된다. 그런데도 결론은 늘 전면 폐지다. 문제 제기와 결론 사이의 간극이 크다. 여당의 폐지 논거는 이미 헌법 안에 있다. 헌법은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을 통해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제한을 명시적으로 허용한다. 자유는 보호되지만 무제한은 아니다. 그런데 여당의 주장은 이 헌법 구조 자체 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번 법률안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헌법 질서와의 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다. 헌법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면 폐지를 밀어 붙이는 입법이라면, 그 판단 기준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실제 적용을 보더라도 ‘사상 처벌법’이라는 프레임은 과장돼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헌법재판소의 한정 합헌 결정과 판례를 통해 적용 범위가 대폭 좁혀졌다. 제10조 역시 모든 침묵을 처벌하지 않는다. 쟁점은 법의 존재가 아니라 적용 기준을 지키느냐의 문제였다. 헌재 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려 왔지만 이번 폐지 법률안은 이러한 판단의 축적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경찰청은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에 대해 국회에 ‘신중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최근 수년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송치된 인원은 150명을 넘는다. 위협은 과거형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한 법이 아니다. 그러나 불완전하다 는 이유로 국가의 방어선을 허무는 선택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자유는 안보 위에서 작동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폐지가 아니라 헌법의 틀 안에서의 정비와 엄정한 집행이다. 입법은 상징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