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행자
나혜숙
前 오금고등학교 국어교사
카메라와 쌍안경
멋진 탐험을 꿈꾸는 여행자.
멋있어요!
어쩌다 새를 보게 되셨어요?
어떤 새가 제일 예뻐요?
새가 그렇게 좋으세요?






탐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이런 저런 칭찬의 말을 들으면 귀가 얇은 나는 은근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매사 무덤덤해지고 단조로운 일상에 매몰 될 수 있는 나이에 부러움을 사고 가슴 설레는 일상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나는 카메라와 쌍안경을 챙기며 새벽 탐조를 나서는 나의 모습을 사랑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퍼지는 나무 향기,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생명의 소리로 가득한 자연 속으로 한 발짝 들여 놓을 때의 행복감이란!
>처음부터 탐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었다. 모든 세상사가 단계가 있듯이 나 역시 30년 넘게 다니던 교편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하고픈 것을 찾아 열심히 배웠다. 압화 (프레스플라워), 커피 바리스타, 숲 해설
>가, 자전거, 가죽공예 등등 앞으로 살아갈 인생 2막에서는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싶었다. 배움은 하나같이 즐겁고 유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숲 해설가 과정에 눈길이 갔다. 생태계의 위기라든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이라든지, 우리가 어떻게 지켜야하는지 등 이런 철학적 화두가 나를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님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잠재되어 있었던 걸까?
>어쨌거나 나는 인생 2막의 전환점으로 선택한 숲 해설가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르침이었다.
>나는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자연을 만났다. 하루하루 즐겁게 자연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던 어느 날 작은 나무 속에서 잘 숨겨진 새둥지가 눈에 띄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였는데 무게 중심과 위치까지 어찌나 정교하게 지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둥지가 떨어지지 않게 옆 나뭇가지에 야무지게 감기까지 했다. 긴 곳은 길게, 짧은 곳은 짧게 길이도 정확하게 맞췄다. 대체 누가 이 집을 지었을까? 어떤 엄청난 새인 거야? 특별한 새를 상상했는데 주인공은 뱁새였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그 뱁새? 주먹만한 작은새가? 1cm나 될까한 그 작은 부리로 이 집을 지었다고? 놀라웠다. 감히 누가 요 작은 새를 미물이라 할 수 있을까? 뱁새 둥지를 보면서 새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을 때 결정적으로 나를 새 바라기로 빠져들게 한 사건이 있었다. 새들의 천국이자 탐조인들의 성지로 알려진 충남 서천군 유부도에서 도요들의 아름다운 동료애를 목격한 것이다. 물때 시간에 맞춰 섬에 도착해보니 수천 마리 도요가 환상적인 군무를 펼치고 있었다. 한 마리가 날아오르는 것을 신호로 순식 간에 수천 마리가 날아오르며 보여주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몸짓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예술이다. 어느새 섬은 새들의 세상이 되고 우리는 관객이 되어 상상을 넘어서는 거대하고 완벽한 자연의 매스게임에 빠져들었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 되돌아 나오는데 몇 마리 도요들이 해안가에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날개를 크게 다쳐서 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새들은 다친동료를 버려 둘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일명 헬퍼!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가슴 떨리는 감동이었다.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보았다. 그들은 붉은어깨 도요새 였다! 이후 나는 새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동네에서 시작한 새 바라기가 어느덧 8년 되었다. 그 동안 전국을 누비며 많은 새들을 만났다. 여름이면 남쪽나라 무더위를 피해 번식하러 찾아오는 꾀꼬리, 파랑새, 새호리기, 붉은배새매, 제비, 호반새, 청호반새,찌르레기, 칡때까치, 뻐꾸기,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흰눈썹황금새, 팔색조, 긴꼬리딱새, 되지빠귀, 호랑지빠귀, 소쩍새, 솔부엉이, 쇠솔딱새 등 여름철새를 만나고 겨울이면 먼 북쪽 나라에서 날아오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두루미류와 독수리,물수리, 참수리 같은 맹금류와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기러기 등의 기러기류, 쇠오리,호사비오리, 적갈색흰죽지, 흰죽지, 댕기흰죽지, 청둥오리, 가창오리, 원앙, 비오리 등의 오리류와 큰고니, 고니, 혹고니 등 고니류를 만났다. 심지어 배를 타고 나가야 만날수 있는 흰눈썹바다오리, 바다오리, 흰수염바다오리 등 바다오리류와 아비류, 슴새 등 바다새도 만났다. 아주 드물게 길 잃은 새도 만났다.
>현재 지구상에 사는 새는 약 10000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는 대략 600여종이다. 탐조 초기에 국내에서 400종만 봐도 원이 없겠다던 나는 그걸 채우고도 몽골,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국, 중국 등 으로 탐조 여행을 떠난다. 알면 알수록 더 가까이하고 싶은 게 사랑이라면 그만큼 새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새는 나에게 정말 귀하고 소중한 보물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세상이 전부라 생각하던 나에게 더 크고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려줬다. 서로 배려하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연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엮여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나에게 탐조는 행복으로 가는 아름다운 여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