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6km 남극대륙
김영미 대장
한국 첫 단독횡단
참 ~ 대단한 여성들이 많다. ‘허명 虛名’으로 판명나서 실망시킨 분들도 많다. 그러나 알짜배기도 많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2024년 11월 8일. 칠레의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 4시간동안 보잉여객기, 다음은 경량 비행기로 30분. 이곳에는 이미 10월 28일에 도착했다. 비행 이동의 첫 번째 조건은 기상 상황. 10월 26일에 서울을 출발했으니 13일이 지나서야 출발점 허큘리스 인렛에 섰다. 마지막 비행기 조종사가 상공에서 세 번을 돌았다. 이 광활한 빙붕 (氷棚 남극의 대륙을 잇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남겨진 모습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기에. 오래전부터 상상했던 자신의 모습을 확실하게 남기고 싶었다. 남극은 하얀 캔버스. 길은 없다.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해 1월 17일까지 69일 8시간31분 동안 1786킬로를 걸었다. 혼자 오로지 두 발로 걸어서 남극을 횡단한 4번째 인물이 됐다. 아시아인으로는 첫 번째. 도착 후 절로 눈물이 났다. 펑펑 울었다. 2월 6일에 한국에 돌아왔으니 100일의 서사(敍事) 였다.
스캇과 아문젠이 최초로 확인해 은구슬로 표시되어있는 남극점은 해마다 위치가 다르다. 빙하가 움직이고 지구의 자전축이 변하기에. 최초로 남극 조약에 가입한 12개국의 국기도 이정표이다. 남극점은 남위 90도, 해발 2835미터. 한라산 (1947m)보다 9백미터 더 올라가야 한다. 1시간에 2~3km의 속도로 매일 10~12시간 이상을 걸었다. 보이지도 않는 시간이 쫓아오니 도망가기 바빴다. 출발점에서부터 남극점까지 1170km. 무동력(無動力). 이후는 미국기지에서 23kg의 식량과 연료를 보급 받았으니 무동력은 아니란다. 출발점 위도 80도, 남극점, 도착 점인 위도 85도 레버렛 빙하까지. 남극을 횡단했다.
김영미대장의 기록은 세계 4번째 이기는 하지만 횡단 거리는 제일 길다. 2011년 영국 여성은 김대장과 역방향의 루트지만 1744km의 거리를 2번의 보급; 2018년과 그 이후 미국 남성
2명의 횡단 거리는 1400km 로 짧았지만 보급은 받지 않았다. 횡단 거리와 상대적 보급에서 단연 우위를 기록했다. 김대장이 정복한 세계 7대륙 최고봉이다. 아시아 최고봉은 에베레스트; 유럽의 최고봉은 러시아에 있는 코카서스 산맥 엘브르즈; 북미의 최고봉은 알라스카의 데날리; 남미의 최고봉은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 아콩카구아; 아프리카 최고봉은 킬리만자로; 오세아니아 최고봉은 파푸아뉴기기의 칼스텐츠; 남극의 최고봉은 빈슨매시프.

횡단 시작이다. 먼저 스키로 땅을 찍어본다. 눈이 단단하면 끌기가 좋다. 어깨 벨트로 연결해 허리로 끄는 썰매는 무게만 100 kg 나 된다. 몸만 하나이지 주요 장비는 모두 2개씩이다.
노르딕 스키 바닥 40cm에는 모헤어로 된 씰이 붙어 있어 밀릴 때 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낮은 온도 때문에 자꾸 떨어져 나간다. 겉옷은 입은 것이 전부이고 2000m 이상 높이에서 껴입을 여분 내복이 한 벌. 모자와 옷은 판매 중인 제품을 리폼했다. 10년 전부터 후원 받고 있는 노스페이스 애슬리트 (Northface Athlete) 기술개발팀이 준비해 줬다.
11월에 출발했으니 여름이다. 49일간 초속 10미터 이상의 블리자드 (blizzard 폭풍눈보라). 오래 쉬면 땀이 안에서 얼어붙는다. 숨이 고드름으로 변해 얼굴 전체를 덮는다. 숨쉴 때 기도가 쩍쩍 얼어붙는 상기도 감염의 위험이 있다. 동상 방지용으로 고글에 안면 마스크를 꿰매 붙였다. 바람이 심한 날은 2시간 삽질해서 눈벽을 쌓은 후에야 텐트를 칠 수 있었다. 텐트와 침낭의 성능이 대단해서 얼었던 옷이 녹아 몸이 다 젖는다. 그걸 체온으로 말린다. 한 달이 지나니 겉옷은 갑옷처럼 뻣뻣해졌다.
속옷과 양말은 10일에 한 번 갈아입었다. 병이라도 걸리면 이날씨에 구조하러 오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극도의 공포심마저 들었다. 위도 1도를 넘을 때마다 인스타그램 음성사서함을 이용했다. 보낼 수는 있지만 받지는 못하는. 출발 전 보이스 레코더에 지인들의 응원 멘트를 녹음 갔다. 외로움 덜 느끼려고.
하루 3,800칼로리를 보장하는 건조식 840g과 물 녹일 연료0.25l. 열흘이면 10kg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몸에서 체중도 빠지고 에너지도 줄어든다. 고추장 500g을 20일 만에 다 먹어치웠다. 그 무게라도 빨리 줄이려고. 백야. 생체리듬이 깨졌으나 초반 2주는 골아 떨어졌다. 익숙해지니 바람 소리 하나에도 잠을 설쳤다. 종일 초콜렛 등 단것을 먹었지만 양치질은 저녁에만 했다. 눈을 녹여 물 만드는 데 2시간 이상. 세수는 코인 티슈로. 아껴야 하니 얼굴 대신 물집 생긴 발 닦는데 양보했다. 그것도 부족하니 상처 난 맨발은 차디 찬 눈에 문질렀다. 남위 89-90도 사이는 자연보존 지역이라 응고제가 들어있는 배변봉투를 사용해서 썰매에 넣고 다녀야 했다. 그러니 썰매의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지는 않았다.
1980년생. 강릉대 산업공예 섬유디자인과 99학번이다. 왜 이 고생을 했을까? 처음부터 재미있었다고. 남극횡단 이후는 행복하단다. 대학 1학년때부터 등반 원정을 다니다 백두대간 가려고 3학년때 휴학 했다. 작은 키에 체력이 달리니 모래주머니 달고 달리기, 수영, 자전거, 암벽 등 훈련을 지독히도 했다. 올림픽에만 출전 안했지. . .
‘저 수평선 끝을 향해 걸으면 좋겠다.’ 남극 대륙 최고봉을 오른 후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상상해보았다. 오은선 여성대장과 함께 했던 등정이었다, 자연이 얼마나 무섭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깨달았을 때였다. 횡단을 위해 10년을 준비했다. 체력을 위해 65kg까지 몸을 살찌웠다. 현지에서 51kg이 됐다. 몸이 받은 스트레스로 근육, 장기, 위 모두 약해져 있다. 혈액이 깨끗해야 회복이 잘되니 지금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 2~3개월 후에 체중은 회복되겠지만 체력이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성공적인 등반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란다. 더 나이 들어 동네 뒷산 약수터를 다니더라도 등산, 등반은 꼭 계속하겠단다. 남극 횡단 보다 더 극적인 시간은 없었다며. 극한의 육체적 활동이므로 인간에게 등반의 시간은 짧다. 남극 횡단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우리 모두 대단한 인생을 산 것 일께다. 대단한 김대장.
글 김춘옥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前 KBS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