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조로 보는 세계사
이원복 前덕성여대총장 / 먼나라 이웃나라 著者
덕성여대에 전임강사로 부임한 이래 모든 과정을 다 겪은 교수는 내가 아마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전임강사에서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정년퇴직하던 해, 학교의 제안으로 석좌교수직을 맡고 3년 뒤에 총장직까지 했으니 교수 경력으로는 풀코스를 밟은 셈이다. 석좌교수란 말만 그렇지 사실상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학교 홍보에 기여하라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그러나 삼십 년 교수 생활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강의 안 하는 교수”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 교양과목 한 강좌를 맡아 몇 학기 강의를 무보수로 했다. 이게 나를 석좌교수로 임용해 준 학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두어 학기 지난 다음에 이건 학교에 대한 보답이기는 하지만 그 누군가 외래교수(지금은 이렇게 부르지만 당시에는 시간강사) 한 사람의 강의 하나를 빼앗는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대학에 강의 시간을 얻지 못해 애태우는 고학력 인플레 시대에 나까지 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에 특강 같은 1회 성 강의 외에 학기 강의는 불러주지도 않지만 절대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선농문화포럼에서 학기 강의를 요청해 왔을 때 기꺼이 응한 것은 우선 문화포럼의 특성상 내 강의가 다른 강사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또 연세가 지긋한 수강생들이라 공감대가 형성되어 내 스스로가 재미있게 강의할 수 있어서 매 강의가 즐거웠다. 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좀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수강생들의 역사와 세계에 대한 시각을 더욱 넓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혀 새로운 주제를 선정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최근 현대사를 제외하고는 세계 전체 역사가 민주 제도가 아닌 군주제이다. 이는 군주 즉 황제나 국왕이 정점에 있고 모든 것이 왕에게 실권이 있건 없건 (예를 들면 영국 국왕이나 일본 천황처럼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 경우나 프랑스나 러시아 제국과 같은 절대 군주가 다스리는 경우) 왕실, 왕궁 즉 권력자들 중심으로 역사가 펼쳐지는 만큼 그 나라 왕조의 성격을 보면 현대까지 역사의 성격이 드러나고 그 나라의 역사를 좀 더 피부에 닿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배웠듯 역사를 뭉뚱그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 등을 알아보는 것보다 주요한 나라들의 왕조 역사를 들여다보면 날줄, 씨줄처럼 다 얽혀 있어 이를 하나하나 풀어보면서 훨씬 더 재미있게 역사를 알 수 있다.
여덟 번에 나누어 하게 될 세계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나라들의 왕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 가장 강력한 왕권을 누렸던 루이 14세를 비롯한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 1589년 앙리 2세가 연 이후 마지막 국왕인 샤를 10세가 1830년 퇴위할 때까지 이 왕조는 228년간 절대주의의 상징이자 로마 가톨릭교의 수호자로 수많은 전쟁과 혁명과 복고를 거듭한 파란만장한 왕가이다.
2. 1273년부터 1918년까지 무려 645년이란 유럽에서 최장기간을 통치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다민족, 다문화 제국을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제국 권력과 지방분권을 균형 있게 조합한 동 유럽 문화의 중심이었다.
3. 영국은 튜더-스튜어트-오라녜-하노버-작센코부르 왕조 등 복잡한 왕조가 특징인데 그만큼 영국의 역사가 왕실 중심이 아닌 의회 중심으로 왕권과 의회의 갈등이 심한 역사이다.
4. 1613년 열린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는 가장 강압적인 전제 왕조로 1917년 무너지고 황실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5. 오스만 제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허브로 1299년부터 1922년까지 603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관용과 포용적인 이슬람 통치를 했다.
6. 인도의 무굴제국은 1526년부터 1857년까지 331년간 인도 대륙을 통치했는데 절대다수가 힌두교도인 인도를 15% 정도에 불과한 이슬람 정권이 지배했다.
7. 일본의 천황 제도는 기원전 660년에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기원후 7세기부터라고 본다. 만세 일계(万世一系)라 하여 한 가문이 1400년 이상 대를 이어 오고 있다.
8. 스페인의 역사는 1516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혈통(카스티야 공주-오스트리아 왕자)인 카를로스가 왕으로 즉위하며 합스부르크 왕가가 1700년까지 이어진다. 그 뒤 부르봉 왕조가 왕위를 빼앗아 지금의 펠리페 6세에 이른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있다.
올가을에 반갑게 만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