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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으로 본 선비의 됨됨이와 풍류

손철주 미술평론가

 

선비3.png

 

옛 그림은 장르에 따라 그리는 비결이 따로 있습니다. 옛 선비들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장르는 초상화이겠 지요. 초상화를 그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꼴을 그려 얼을 살리기’랍니다. 꼴은 외모, 얼은 정신입니다. 외모에서 정신을 찾는 것이 초상화의 핵심이지요. 외모 에서 어떻게 정신을 찾을 수 있습니까. 그 키워드는 ‘성 어중(誠於中) 형어외(形於外)’입니다. 곧 ‘마음에 성의가 있으면 겉으로 모양이 드러난다’는 말이지요. 겉모양은 마음 씀씀이를 짐작하게 만듭니다. ‘초상’이란 말의 뜻을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은 ‘생긴 것이 닮았다’는 뜻입니다. 이때의 ‘닮음’이란 얼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생 각까지 아우르는 말이겠지요. 옛날 초상화는 꼴과 얼이 하나로 합쳐져 있으니, 모델이 되는 그 사람의 생김새와 마음씨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선비들의 풍류는 어떠했을까요. 예부터 이런 말이 있었 습니다. ‘서울 양반은 입는 옷 사치, 호남 양반은 먹는 음 식 사치, 영남 양반은 사는 기와집 사치.’ 잘 먹고 잘 사 는 양반이라 해도 올바른 양반은 풍류정신을 알면서 노 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했을 테지요. ‘풍류’는 바람 風, 흐를 流를 씁니다. 그만큼 풍류의 의미는 변덕스럽고 다 채롭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멋과 운치를 즐기 는 아려한 삶의 태도’로 풍류의 의미는 대체로 굳어집니 다. 지나쳐서 방탕한 경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옛 그림에 등장하는 선비들의 풍류는 시서화 정신에 바 탕을 둔 웅숭깊은 인문적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들의 풍 류세계를 그림으로 만나보는 일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겠지요.

 

단원 김홍도(金弘道)는 표범의 가죽을 그린 아주 독특한 를 남겼는데요. 살아 있는 표범이 아니고 왜 하필 표범의 껍질을 그렸 을까요. 껍질을 그려 놓으니까, 표범의 무늬가 더 선명하게 보이죠? 여기 에 답이 있습니다. 옛날 《주역(周易)》에 보면, ‘혁’이라는 괘를 설명하는 괘사가 나와 있는데요. 가죽을 혁(革)이라고 하죠? 피혁은 겉껍질이라는 뜻입니다. 주역에 혁괘(革卦)를 설명하는 대목에 ‘대인호변(大人虎變) 군 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고 했습니다. 대인은 자기가 바 뀌는 게 어떻게 바뀌느냐 하면 가을철에 호랑이가 털갈이 하듯이 바뀐다 는 얘기입니다. 군자는 어떻게 바뀌느냐. 표범이 털갈이 하듯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인은 혁면이라, 낯짝만 바꾼다고 했지요. 여기서 표변 (豹變)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표변이 뭐라고 나옵니까? 그냥 약속이나 신의를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순식간에 바꾸는 것을 보 고 저사람 표변했다고 하죠? 원래 그 뜻은 표범이 가을날 털갈이를 하듯이 변한다는 얘기로 좋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원래의 표변이 나쁜 의미로 전 용이 된 것이죠. 군자는 표범이 털갈이 하듯이 변해야 한다. 그만큼 자기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손권(孫權)의 참모인 여몽(呂蒙)이라는 사람 이 있었는데, 여몽이 머리는 대단히 좋은데 노력을 안 했다고 해요. 군자가 되어서 책 읽기를 게을리 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손권이 하루는 여몽을 불러서 얘기를 합니다. “자네는 재주도 좋고 말이지, 머리도 상당 히 좋은 사람인데, 어찌하여 노력을 게을리 하는가?” 군주가 한마디 하니 까, 여몽이 큰일 났다 싶어서 그때부터 작심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변했 느냐! 여기서 어떤 얘기가 나오느냐, ‘사별삼일 괄목상대(士別三日 刮目相 對)’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선비는 사흘만 헤어졌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 고 봐야 할 상대로 바뀌어 있다.’ 이런 얘기입니다. 군자의 개혁이 그런 겁 니다. 사흘 만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갱신시키는 놀라운 개혁! 이것이 바로 표변입니다, 표변! 그러니까 단원의 이 그림은 아마도 사대부 집안에서 자 기를 개혁하기 위해 목표를 정한 벼슬아치가 이런 그림을 부탁해서 걸어 놓고 자기 교훈으로 삼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매미 그림도 있습니다. 매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선비의 삶과 관련이 있습니다. 매미의 수명은 어떻습니까? 고작 일주일 남짓입니다. 그 기간 신나게 울다가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목숨이 짧지요. 다만 매미 는 애벌레 시절이 깁니다. 성충이 되기까지 땅 속에서 7년 이상을 기다립 니다. 매미는 나무로 올라가기까지 오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것 이 선비나 사대부들이 지녀야 할 덕목과 닮았습니다. 옛 문인이 말했어요. 매미는 오덕(五德)을 갖고 있다고 말입니다. 첫 번째가 ‘문(文)’입니다. 매 미의 이마를 보면 더듬이가 있지요? 그것을 보고 갓끈이라고 생각을 해서 옛날 사람들은 매미도 문자 속이 있을 거라고 믿었지요. 그래서 매미의 첫 번째 덕목이 ‘문’입니다. 두 번째는 ‘청(淸)’입니다. 매미는 무엇을 먹죠? 깨 끗한 나무 수액을 먹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덕은 ‘맑을 청’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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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염(廉)’입니다. 매미는 남이 지어놓은 곡식을 축내지 않죠? 쌀, 보리에 입을 대지 않아요. 그러니까 염치가 있는 겁니다. 네 번째는 ‘검(儉)’ 입니다. 매미는 자기가 살 집을 따로 짓지 않습니다. 매미는 부동산 투기를 안 하는 것이죠. 검소하게 살기 때문에 ‘검’입니다. 마지막 덕이 무엇이냐? ‘신(信)’입니다. 매미는 여름 내내 울다가 철이 바뀌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죠? 그래서 신의가 있습니다.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 이 다섯 가지가 매미의 오덕입니다. 매미의 오덕은 선비나 사대부, 벼슬할 사 람이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덕목입니다. 매미를 보면서 선비와 군자가 지 켜야 할 덕목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이지요. 벼슬아치들이 쓰고 있는 모자를 오사모(烏紗帽)라고 부르는데요. 오사모를 보면 날개처럼 옆으로 나와 있 는 것이 있죠? 이게 매미가 날개를 펼친 겁니다. 임금의 모자는 익선관(翼 蟬冠)이라고도 하는데, 날개 익(翼), 매미 선(蟬)자가 들어있죠. 그 매미 날 개가 우뚝 서 있습니다. 매미가 날개를 쫙 모아 비상하는 그런 기상을 보 여 주는 겁니다. 벼슬하는 이들의 관모에 매미의 날개가 붙은 것도 다섯 가지 덕과 연관됩니다.

 

양반이 벼슬을 마다하고 내려와서 은거를 하면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알 아봅시다. 단원 김홍도가 그런 그림을 남겼습니다. 단원의 는 선비 집안의 인테리어를 엿보게 합니다. 먼저 그림 속의 저 선비가 맨 발인 것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선비의 정신이 얽매임 없는 자유를 누린 다는 의미겠지요. 선비가 들고 있는 것이 당비파(唐琵琶)입니다. 시서(詩 書) 뿐만 아니라 음악을 즐길 줄 알아야 참다운 군자가 된다고 일찍이 공 자가 말씀하셨지요. 왼쪽에 보면 천으로 싸 놓은 뭉치들이 있는데, 이게 전부 다 서책입니다. 바닥에 보면 파초(芭蕉)가 있습니다. 선비 집안에 파 초가 있는 것은 그저 관상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독학하는 것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당나라 때 중국의 회소(懷素)라는 아주 유명한 서예 가가 있었는데,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붓글씨를 연습할 종이를 살 수 없 어 넓은 파초 잎에 먹을 갈아 붓글씨 연습을 했습니다. 쓰고 나서는 물에 한번 설렁설렁 흔들면 먹이 달아나니까 또 쓸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파 초는 독학의 의미가 생겼습니다.

 

그 옆에 붓이 있고 벼루가 있습니다. 문인들의 네 가지 벗을 문방사우(文 房四友)라고 하지요. 지, 필, 묵, 연입니다. 그 앞에 선비 발치에 놓인 것이 ‘생황(笙簧)’이라는 악기입니다. 입에 대고 불면 구슬픈 소리가 나는 관악 기죠, 칼도 있습니다. 칼이 품고 있는 상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칼’이라 는 말에서 우리가 느끼듯이 자신의 게으른 마음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깨 어 있는 정신이나 진실, 이런 것이 칼이 내포한 상징입니다. 그 때문에 문 인도 칼을 하나씩 집안에 두고 있었습니다. 뒤쪽에 보면 표주박이 있습니 다. 표주박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아마 술이 들었겠죠. 비파를 뜯고 생황을 불고 연주하다가 또 흥이 나면 술을 마시고 저기 있는 두루마리를 펼쳐서 또 시 한 수를 적고 그랬겠죠. 단원의 그림에 들어 있는 글을 보면 이 선비의 의사를 알 수 있습니다. 紙窓土壁(지창토벽) 終身布衣(종신포 의) 嘯詠其中(소영기중). 종이로 창을 만들고 흙으로 벽을 바른 곳에서 평 생 삼베옷 입고 살지만 그 속에서 노래하고 읊조리리라. ‘포의’를 입고 산 다는 말은 벼슬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관복을 입지 않는다는 뜻이지 요. 벼슬을 안 해도 좋다, 종이로 만든 창 그리고 흙으로 지은 벽, 그 속에 서 노래하고 시를 지으며 살고 싶다. 참 소박한 꿈입니다.

 

 

책 소개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2011, 오픈하우스)는 미술과 인간의 삶을 절절하게 다루는 저자 고유의 미문美文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는 스테디셀러다. 고 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함은 극적劇的인 문체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그림뿐 아니라 그림을 그린 작가의 성정까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그림이라고 예외 일까? 이 책은 그림에 관심은 많은데 보는 법을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사 람들을 위해 저술된 것이다. 저자는 그림은 즐겨야 할 대상이므로 편견 과 독단으로 가득한 감상일지라도 아는 대로 자신 있게 이야기해보라고 권하면서 그와 가깝게 다가서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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