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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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어느 날 밤 꿈에 바다 위, 산에 올랐는데 산은 모두 구슬과 옥이었고, 뭇 봉우리는 온통 첩첩이 쌓여 있었다. 흰 옥과 푸른 구슬이 반짝거려서 눈이 어지러워 바로 볼 수 없었고, 무지개구름이 그 위를 에워싸니 오색 빛깔은 곱고도 선명하였다. 옥 샘물 몇 줄기가 벼랑 사이에서 쏟아지는데, 콸콸 하는 소리 가 옥패 울리는 것 같았다. 두 여인이 있었는데 나이는 스물 남짓하였고 얼굴은 모두 빼어나게 고왔다. 한 사람은 자주빛 노을 옷을 입었고, 한 사람은 푸른 무 지개 옷을 입었다. 손에는 모두 금빛 호로병을 들고 사뿐사뿐 걸어와 내게 절을 하였다. 시냇물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니 신기한 화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는 데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난새와 학과 공작과 비취새가 좌우로 날며 춤을 추고, 숲 끝에선 온갖 향기가 진동하였다.

 

위에 인용한 선경(仙境)은 허난설헌(1563~1589)이 꿈속에서 노닐었다는 선계의 풍광이다. 26세에 요절한 그녀가 가본적도 없을 울릉도를 마치 눈 앞에 보는 듯이 그려놓았다. 우리는 이렇게 선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울릉도-독도에서 치유되어 돌아왔다. 울릉도의 지형도는 해발 986.7m의 성인봉(聖人峰)을 정점으로 흘러내린 5각형의 산괴다. 반짝이는 흰옥과 푸른구슬이 붉은햇살과 어지러이 어울려 바닷물에 반사되면서 기슭을 찰바닥 거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새들이 춤추고 이름모를 꽃들이 계곡을 수 놓으며 온갖 향기를 뿜어내는 울릉도! 바다 멀리 속세와는 완전히 격리된 섬! 20여년전 성인봉 등반 체험이 울릉도를  ‘내 마음속의 山, 유토피아의 심상(心象)’으로 뿌리 내리게 했다. 울릉도는 겸제정선이 한떨기 피어 오르는 연꽃 봉우리 처럼 그려낸  ‘금강내산’과 조응하며 애 터지게 속삭이고 있다. 그 보다 더 절실하고 절박한 심사는 독도이리라. 내 마음속에 이상향의 축도(縮圖)로 간직되어 있는 울릉도를 찾아가는 여정은 가을이 한껏 무르녹은 10월 30일에서 11월 2일까지 3박4일이었다. 선농문화포럼이 주관하는 ‘강릉-울릉도-독도, 제4기 스터디투어’였다. 우연히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힐링 테마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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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청량리역에서 8시에 모여 기차로 원주까지 한시간 남짓. 원주에서 강릉항 쾌속정을 타기 까지는 코레일 연계버스를 이용했다. 오대산 월정사에 들렀다. 일주문을 지나 좌우 자연에 전시된 설치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약 1km 전나무 숲 길을 걸었다. 월정사 경내 성보박물관에 박물관대학 민화연구반이 출품한 민화를 감상하고 덤으로 조선왕실의 궤 도장찍기를 하면서 동심에 젖기도 했다. 월정사를 둘러본 후, 한상 잘 차려진 산채정식 오찬을 즐기고, 안목커피 거리로 이동 해 운이 좋게도 ‘카페보헤미안’에서 바리스타 1세대인 커피명인(名人) 박이추씨가 직접 내리는 커피를 음미 할 수 있었다. 영진 해변에 들러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모래사장을 달려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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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에 우리나라 유일의 시내에 위치한 천곡천연동굴과 동굴박물관을 탐방했다. 천곡천연동굴은 4~5억년전에 생성된 석회암 수평동굴로 국내최장의 천정용식구로서 용이 용틀임을 하며 지난 흔적처럼 꿈틀거리는듯한 장관을 보인다. 그 밖에도 커튼형 종유석, 석회화단구, 종유폭포와 희귀석들이 어우러져 수억 년 전태고의 신비를 엿볼 수있다 . 묵호에서는 어촌이 예술 둘레길로 변신한 논골담길언덕을 유유자적 넘어가서 뱃길을 지키고 있는 묵호등대에서 잠시 휴식. 조심조심 출렁다리를 건너 촛대바위 해안에서 회정식으로 정찬을 드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해 냈다. 어두운 밤바다를 끼고 다시 동해로 돌아들어 보양온천 호텔에서 첫날의 숨가쁜 일정을 온천욕으로 풀어냈다.

 

둘째 날   이른새벽 5시 기상. 강릉항으로 이동. 8시에 울릉도행 쾌속정 승선. 저동항에 도착하니 3시간 뱃길에 더러는 뱃멀미로 얼굴이 노래졌다. 그래도 3일간 단골식당의 점심밥은 푸짐하고 맛깔스러워 빠르게 생기가 회복됐다. 어쨌거나 잔뜩 기대에 부푼 울릉도 첫 날 오후일정도 어제 못지않게 빡빡하다 .

 

* 저동항 → 도동 → 사동 → 통구미 → 현포 → 천부 → 나리분지.

 

저동은 울릉군 개척당시에 일대 갯벌에 모시가 많이 자생 했기 때문에 모시갯벌이라 부르다가 지명을 한자로 표기 하면서 모시 저 (苧)자를 써서 저동이라 했다고 한다. 울릉도 서북면의 관문항구 인현포 (玄圃) 는 코끼리바위와 노인봉, 송곳봉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쪽 송곳봉의 그림자가 바다에 검게 어린다하여 현포라 불린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원으로 자연사/역사박물관처럼 옛 정취와 너와지붕을한 우 데기집이 고즈넉이 보존되어있다.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되면서 형성된 화구원이다. 화구원 안에있던 알봉(538m)이 분출하는 바람에 지금은 북동쪽 나리마을과 남서쪽 알봉마을로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 되어있다.

* 태하항목 :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코끼리바위, 노인봉, 송곳봉, 산골마을 등 울릉도 비경을 한눈에 감상 할수 있었다.

* 예림원 : 울릉도 특산의 나물, 꽃과 나무, 생명과 자연, 문자 조각 목각과 설치 작품 등이 조경과 조화를 이룬 조각공원이다. 경관이 빼어나서 머리 위로는 노인봉이 굽어보고, 저 아래 탁 트인 바다전망 안으로는 코끼리 바위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다. 나는 향기에 취해 섬백리향 꼬마화분 셋을 스태프와 나누고, 조상님 위하듯 보살피고있다 .

 

셋째 날  마침내 대한민국 만세! 독도 가는 날. 제발 바람이 잔잔해 주길!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저동항 활어 직판장을 지나 촛대암 방파제길을 걸으며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수평선을 환하게 밝히며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보고서야, 독도 접안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갖기로 했다.

 

<오전> 내수전 일출전망대 → 봉래폭포 관광지구

울릉둘레길 따라 올라간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그리 멀지 않은 바다에 떠있는 아담한 죽도와 관음도를 바라볼 수있었다. 봉래폭포 관광지구로 오르는 계곡은 가을빛에 흐드러지게 물들어 있었다.  삼나무 숲삼림욕장(森林浴場)과 땅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공기가 항상 4도를 유지하면서 바위틈으로 용출되는 풍혈 (風穴), 그리고 울릉도 화강암인 조면암, 화산재가 압착 응고된 응회암, 잡석이 촘촘히 박힌 집 괴암 등 3단 Y자 떨어지는 높이25 m의 봉래폭포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는 울릉도 최고의 명승지로 꼽힌다.

 

<오후> 독도. 천연기념물 제336호.

두 개의 바위섬과 사이에 작은 바위로 이뤄진 우리나라 동쪽 끝 화산섬이다. 일본과 심각한 영토 분쟁의 중심에 있는 독도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에서 지증왕 13년에 우산국을 복속시켰다고 기록돼있듯이 512년부터  명백하게 대한민국 영토다. 멀리 독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우리 모두의 가슴이 뭉클하며 눈자위가 붉어지기 시작한다. 접안가능이 1년 365일 중 30일도 채안된다니,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에 상달된 것이 분명하다. 경비병의 환영 거수경례를 받으며 접안에 성공. 독도는우리 땅! 감격적인 첫 발을 밟았다.

 

<저녁나절> 미니버스로 한참을 이동, 약초만을 먹여 기른 한우, 약소정식을 먹고 만족스럽게 돌아오는길에모두 촛대바위에 들러 사진도 찍고 방파제길 산책을 하면서 울릉도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넷째 날  오후 3시! 울릉도를 떠나야하는 날! 원래 일정은 자유여행으로 되어있지만, 우리는 남은 시간의 1 분 1초라도 알뜰하게 보내기로 했다. 오전에 뱃길15분 죽도 관광을 하고도 동항으로 돌아와 뜨끈한 따개비 칼 국수로 점심을 잘먹었다. 아름다운 죽도의 총각 주인이 죽도와 관광객을 돌보고 더덕농사를 힘들게 지며 외롭게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올 봄 에 대구에 살던 도예가 새댁을 맞아 신혼살림을 차리고 KBS 인간극장 에도 소개됐다. 낭만적인 꿈을 꾸던 외딴섬 청정지역을 돌며 우리는 깊이 힐링 되었지만, 드넓은 섬을 가꿔야 하는이들의 노고는 한이 없을 것 같다. 옛 이상향에는 힘든 노동이 없다던데. 오후는 도동부두 좌해안을 따라 깎아지른 해안절벽길, 자연동굴,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 바다위로 놓인 데크길과 다리, 암반아치 등 비경을 감상하며 행남등대 전망대에 올라 우리가 걸어야 할 해안 지질공원을 바라보고, 저동 해안산책로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3시에 저동항을 떠나, 낙조를 보며 6시에 강릉항에 도착, 강릉 기와집에서 순대국 저녁을 먹고, 예정대로 서울에 도착했다. 알찬 내용과 일사분란한 시간관리와 조직체계 속에서 몸은 곤했지만, 마음은 휴식과 회원들간의 따사로운 교감으로 한껏 즐거운 여행이었다. 벌써 제5차 선농문화포럼 스터디투어를 기다리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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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막연하게 울릉도가 ‘내 마음속의 山, 유토피아’로 자리한 이유가 분명해졌다. 손타지 않은 땅 끝 바다 끝 낯설고 아름다운 섬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같다.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은 5多의 섬, 뱀, 공해, 도둑이 없는 3無의 섬이기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연중 섭씨 12.3도라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반기는섬, 사람의 노고에 감사하는 섬. 수확량 보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섬. 그래서 그 섬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밭풍경이있다. 섬의15%만이 경작지이고그 대부분이 산비알 산나물밭인데, 수확한 나물을 실어나르기 위해서 레일이 초록밭을 이리저리 휘돌며 멋진 곡선을 그리고있다. 사람과 살아있는 모든 목숨, 보이는 자연과 보이지 않는기운(氣韻)이 어울려 하나가 되어 푸르게 푸르게 생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같다. 다음에 울릉도-독도를 찾아 가면 그 땐 또 어떤 얼굴로 맞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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