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2016.05.08 14:41

달걀의 신비 - 권오길

조회 수 3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달걀.jpg

 

달걀의 신비

 

글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뒷밭에서 수탉 한 마리가 암놈 댓 마리를 거느리고 고개를 치켜들었다돌렸다 두루 살피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짬만 나면 울대를 한껏 빼고는 연이어 꼬~끼오! 그러고 나면 어느새 다른 집 수탉이 울고…,이렇게 돌림으로 하루 종일 그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수놈이 암놈을 쪼는 일이 없다. 물론 암놈이 달려드는 일도 결코 없다. 이것이 의초로운 닭의 금실(琴瑟)이다. 동네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닭 한 쌍이 식장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그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달걀은 크게 흰색과 갈색이 있으니

 

털색이 흰 닭이 흰 알을 낳고, 갈색인 것은 갈색 알을 낳는다. 엄마품은 제2의 자궁이라 하던가. 드디어 알을 안는다. 죽음을 마다않고 시련의 시간을 모질게도 견뎌내는 빛바랜 어미 닭은 초췌하며 몸이 축나고 털도 빠지고 파리한 것이 꼴같잖다. 똥을 누기 위해 잠깐 비우는 것 말고는 맨입으로 옹송그려 눌러앉아있다. 지루하게도 몸부림치며 틀어 안기를 스무 하루, 열매에 씨앗이 들었듯이 달걀에 병아리가 들었었다! 알을 깨는 아픔 없이 새 생명의 탄생은 없다. 둥지안에서 마침내 피붙이, 새 생명의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님 은혜는 백골난망(白骨難忘)이로소이다. *줄탁동기(啐啄同幾)라, 병아리가 알 속에서 부리로 알을 쪼고 어미도 새끼 소리를 알아듣고 알을 쪼아준다. 병아리의 부리는 약한지라 부리 끝에는 노란 원뿔 모양의 딱딱한 돌기인 난치(卵齒,egg tooth)가 붙어있어 그것으로 껍질을 깬다. 모름지기 서로 동시에 힘을 합쳐야 큰일을 이룬다. 병아리는 두 번 태어나니 곧,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드디어 병아리가 태어난다. 부활절달걀(easter egg)의 의미를 알듯하다!

 

쪼르르 쫑쫑,

 

어미 따라다니는 병아리 떼! 갑자기 솔개가 덮치는 날에는 순식간에 어미 품에 들어가 숨는다. 언제나 긴장하여 사납기 짝이 없는 어미 닭이다. 저녁때면 어리를 열어서 싸라기를 흩어주어 안으로 끌어드린다. 밤공기가 추워지면 어느새 어미 가슴팍에서 고개만 쏙쏙 내 밀고 있다. 이렇게 어미가슴에서 자란 병아리라야 나중에 새끼를 잘 돌본다.

그런데 알을 안길 때 달걀 말고도 오리 알이나 꿩알을 안기기도 하니 그것들이 어미로 알고 따른다. 어미로 각인(刻印)된 암탉이다. 새벽닭이 어찌 제시간을 알고 운담? 닭 몸에 ‘생물시계 (biological clock)'가 들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이나 닭이나 어둠에서는 송과샘(松科腺,pineal gland)에서 멜라토닌(melatonin)이 많이 분비하여 잠에 들지만(시차증후나 불면에 이 호르몬을 씀) 동틀 무렵 여린 빛에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닭이 잠을 깬다. 이기적인 인간들은 밤늦게까지 닭장에 불을 켜두어서 멜라토닌 분비를 늘려서 산란을 촉진 시키기도 한다.

 

달걀은 살아있는 단세포다!

 

달걀 하나의 무게는 57그람이 기준이다. 겉의 달걀껍데기와 안에 있는 두 겹의 얇은 알 막과 흰자위까지 합쳐 모두가 세포막에 해당하고, 노른자위(난황)가 세포질이며, 노른자의 양쪽에 알 끈이 붙어있어서 항상 위로 자리를 잡는 배반(胚盤,germinal disc)이 핵에 해당한다. 달걀표면에는 7,000여개의, 눈에 안 보이는 작은 홈이 그득 있다. 표면적을 넓게 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덧붙이면, 뭉뚝한 쪽에 있는 공기집(그러므로 달걀을 냉장고에 보관 할 때는 뭉툭한 부분이 위로 가게 세움)에는 공기가 들어있고, 양분을 산화하여 에너지를 낸다. 그러므로 오래된 달걀이면 일수록 내용물이 점점 줄어들어 안이 비어 꿀렁인다. 그래서 삶은 달걀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것은 오래된 알이요 잘까지지 않는 것은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을 삶은 다음에 너나 할 것 없이 찬물에 식힌다. 왜? 어떤 노른자는 샛노란데 어떤 것은 거무스레한 것이 푸르스름하다. 후자는 달걀노른자에는 들어있는 철분(Fe)과 황(S)이 37℃ 근방에서 황화철(FeS)이 된 탓이다. 결국 찬물은 철과황의 결합을 막아서 노른자가 제 색을 내게 된다. 어라! 달걀

에 화학이 숨어있었구나!?

 

정신일도 달걀세우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벗들에게 뻐기고 있었지만 동무들은 퉁명스런 반응을 보인다. 화가 난 콜럼버스는 옆에 있던 달걀 하나를 치켜들어 친구에게 그걸 세워보라 한다. 그가 못 세우자 확 빼앗아 책상위에 탁! 깨어 세웠으니, 이것이 발상(의식)전환의 예로 드는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탓에 아무도 달걀을 세워보려 들지 않는다. 달걀은 실제로 잘도 선다. 12시간에 429갠가를 세운 것이 세계기록이다. 믿음과 끈기로, 열 손가락으로 오긋이 감싸 쥐고 세워 볼 것이다. 정신일도(精神一到) 달걀세우기! 오뚝 서있는 달걀에서 더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무릇 창조는 선입관의 타파에서 비롯한다.

 

 

 

*줄탁동기(啐啄同幾)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팍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


  1.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진의 10가지 비밀 - 박중하

        박중하 사진작가   아날로그의 시대, 즉 필름 카메라의 시대가 가고 디지털 사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 국민이 사진작가가 되었다고 불리는게 전혀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다. 심지어는 간단히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전문 사진작가 작품...
    Date2016.05.08 Views188
    Read More
  2. 진정한 성공이란? - 안동현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가? 왜 사람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외모를 예쁘게 가꾸려고 하는가? 왜 그렇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고 하는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보편적인 욕구를 충족...
    Date2016.05.08 Views591
    Read More
  3.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쟁점과 ‘실효지배’ - 유미림

    일본 외무성은 2014년에 ‘다케시마’(독도에 대한 일본 호칭) 관련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2008년에는 팜플렛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열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독도가 일본 영토인 근거를 제시했다면, 2014년에는 이 외에...
    Date2016.05.08 Views323
    Read More
  4. 당뇨도 알고나면... - 심영숙

    20~30년 전에 비해 최근 들어 현저하게 달라진 당뇨교육실 모습이 있다면, 첫째는 당뇨병 발환자의 모습을 예전처럼 흔히 볼 수 없는 것이고, 둘째는 인슐린주사를 맞는 노령 환자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 교육은 백년지...
    Date2016.05.08 Views119
    Read More
  5. 광복 70년 통일한국을 위한 시대적 사명 - 최명상

    우리는 일제의 강점에서 광복된 지 70년이 지났건만 조국은 여전히 분단된 채 북핵 위협과 국론분열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위협을 제거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없을까? 해결방법은 분단된 조국이 하루속히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먼...
    Date2016.05.08 Views75
    Read More
  6. 내 안의 분노 다스리기 - 고영희

    힘든 하루의 일과를 모두 끝내고 자리에 들면서 만나는 나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행복했나요? 아니면 화가 나는 일들만 가득했나요? 우리가 향유하는 하루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의해 좌지우지되며 기분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요...
    Date2016.05.08 Views161
    Read More
  7. 집짓기, 행복한 삶을 담는다! - 연경흠

    우리는 집에서 살아왔다. 현대건축이 들어오면서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도시계획차원에서 정비구역이 확정 되면 여지없이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다. 한옥이든 양옥이든 땅을 밟고 사는 주거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는 선분...
    Date2016.05.08 Views158
    Read More
  8. 공자와 자공, 누가 더 나은가? - 이수태

      공자와 자공, 누가 더 나은가?      글 이수태 수사학연구소 소장       공자는 다들 잘 알지만 자공(子貢)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다. 공자보다 31살 아래였다. 그런 사제(師弟)를두고 공자가 나은가 자공이 나은가 하는 말이 ...
    Date2016.05.08 Views652
    Read More
  9.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대마도 - 정영호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대마도     글 정영호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한국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멀고도 가까운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고들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먼 옛날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선사시대로부터 역사시대...
    Date2016.05.08 Views303
    Read More
  10. 마음을 해킹하라! - 조진형

    ‘내 여친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쯤에서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면 내 남친이 나를 받아줄까?’ 혹시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망설이다가 말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 첫사랑 혹은 짝사랑 얘기는 언제 들어도 가...
    Date2016.05.08 Views9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