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화 다스리기 - 조진형

by 홈페이지관리자 posted May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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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화 다스리기

 

글 조진형(NLP 코칭연구소 대표)

 

남자는 나이가 들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행복하고,

여자는 나이가 들면 나를 배려할 줄 알아야 행복하다.

 

“똑같은 매화를 뭘 그리 많이 찍어요?”

“매화는 같은 매화지만 배경이 다르잖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찍은 매화가 물고기 같다면, 구름 둥실 떠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매화는 한 마리 새와 같고, 한옥을 배경으로 찍은 매화는 버선발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색시 같다. 오늘펼쳐질 내 삶의 배경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구나 공평하게 하루를 공짜로 받는다. 창밖의 새소리가 즐겁게 들리는 이에게는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 창밖의 새소리가 짜증스럽게 들리는 이에게는 괴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가슴에 화를 품고 사는 사람의 하루와 가슴에 행복을 품고 사는 사람의 하루가 다른 것이다.

 

“너, 화났구나?”

“아니야. 화는 무슨…”

"화났는데 뭘 그래."

"내가 무슨 화가 났다고 그래!

웃기지마!"

 

누구나 자주 대하게 되는 흔하디흔한 대화의 장면이다. 얼굴에 ‘화’라고 쓰여 있는데 정작 본인은 화가 난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고 있지 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화난 것을 부정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화병이 된다. 화가 났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때로는 팔 근육에 피를 보내 싸움에 승리할 수 있게 만들고 때로는 다리에 피를 보내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드레날린이고 화이다. 화는 역경을 이기게 해 주고 인내심을 키워 주며 사회적으로는 대인 관계를 조절해 주는 등 다양한 적응력을 제공한다. 그래서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화 에너지발전소를 하나씩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한꺼번에 폭발시키면 핵폭탄보다 무서운 화폭탄이 된다. 화폭탄이 터지는 경우 공격성과 적개심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자기 자신을 해치는 것은 물론 대인 관계를 파괴시켜버린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봉사 삼년’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을 화를 참고 묵혀두는 것을 미덕으로 살아왔다. 특히 여인들의 삶은 그 자체가 인고의 삶이었다. 그렇게 해서 쌓인 묵은 화가 세계 어느 민족에도 없는 ‘화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된장 고추장은 묵어야 제 맛이고 김치도 겉절이와 묵은지 맛이 따로 있으나 유독 화는 묵으면 독이 된다.

 

우리 몸에는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발생하고 또 소멸한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는 NK(Natural Killing)세포가 있어 매일매일 발생하는 암세포를 죽여준다. 그런데 묵은 화가 있는 사람은 NK세포가 감소하게 되어 면역력이 떨어지고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힘이 줄어든다. 다시 말하면 화를 참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묵은 화가 있는 사람은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대신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자학한다. 어차피 세상이 달라질 것도 아닌데 상대방을 탓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욕구를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묵은 화로 인하여 자기 비하를 하게 되면 결국 정서적 결핍으로 인하여 우울증을 가져오게 된다.

 

내게 묵은 화가 쌓여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묵은 화는 풀리지 않은 에너지가 되어 화 덩어리로 우리의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 덩어리의 뭉치를 찾기만 하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숨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자신의 숨소리이지만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을 모으면 숨소리의 느낌을 알 수 있다. 거친 숨소리,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평안한 상태에서 자신의 심장이 되어보자. 그러면 심장의 박동이 전해주는 느낌을 알아챌 수가 있게 될 것이다. 폐가 되어보기도 하고 위가 되어보자. 혈관을 타고 몸의 구석구석 흘러 다니는 혈액이 되어보자. 이렇게 신체의 느낌을 하나하나 느껴보면 뭉쳐진 에너지 덩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화 덩이도 함께 있는 것이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뇌 과학은 우리에게 행복한 세상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쥐어주었다. 뇌 안에서 만들어지는 행복물질, 즉 세로토닌이 그 열쇠다. 세로토닌의 비밀, 스트레스로 에너지 발전소 만들기, 욕구와 감정 느끼기, 명상 호흡법, 지금 여기 깨닫기, 언어를 통한 화 다스리기 등을 알면 묵은 화를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이 아니다.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 배경에 묻어 있는 ‘묵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