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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자공, 누가 더 나은가? 

 

 

글 이수태

수사학연구소 소장

 

 

 

공자.jpg

공자는 다들 잘 알지만 자공(子貢)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다. 공자보다 31살 아래였다. 그런 사제(師弟)를두고 공자가 나은가 자공이 나은가 하는 말이 과연 성립할 수 있을까? 예수가 나은가 베드로가 나은가 하는 질문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공자가 죽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바로 그런 질문이 노나라에서 실제 발생하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질문은 의외로 의미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나는 논어 강의를 할 때 종종 자공이라는 이 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나의 저서 『논어의 발견』도 역시 자공을 이야기하는 것이 맨 처음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질문에 공자의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공에 관한 아주 간단한 기록 몇 가지를 보자. 언젠가 자공이 스승에게 벗에 관해 물었다. 그 때 공자가 이런 대답을 했다.

 

“충고해서 잘 이끌되 안 될 것 같으면 그쳐서 스스로 욕을 당하지는 말 것이다.”

 

공자가 이런 대답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공은 자기 벗의 어떤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해 충고를 했을 때 안 될 것 같더라도 끝까지 개입하여 결국은 자신에게까지 화가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는 말일것이다. 한마디로 자공은 우정에 매우 철저했던 사람으로 스스로를 희생시켜가며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뛰어들던 의리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공자의 답변은 친구도 좋지만 적당히 해야지 지나치게 친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면 우리는 상식적으로 두 경우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자공과 자신에게 피해가 올 정도로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는 공자. 둘 중 누가 더 나은가? 있을 수 있는 물음 아니겠는가? 또 하나의 단편을 보자. 춘추시대 노나라에는 매달 그믐날 제후가 종묘에서 지내는 곡삭제라는 제사가 있었다. 제사 때에는 양을 희생 제물로 올린다. 희생 제물을 올릴 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목에 칼을 찔러 피를 받아내는 의례가 있다. 그것을 보고 자공이 스승에게 건의한다. 제사는 지내더라도 양을 희생으로 쓰는 예법은 없애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에 스승은 이렇게 답했다.

 

“자공아, 너는 그 양을 사랑하지만 나는 그 예를 사랑한다.”

 

한마디로 거부한 것이다. 자, 매달 되풀이되는 한 마리 양의 죽음을 애처로워 하는 자공과 제사를 지내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는 공자. 둘 중 누가 나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질문 아닌가? 또 있다. 자공은 언젠가 이런 질문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같이 그를 좋아한다면 어떻습니까?”

 

물론 자공은 여기서 물은 <그>가 자신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마 자신을 물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추정한다. 공자의 대답을 이러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 선한 자는 그를 좋아하고 불선한 자는 그를 싫어하는 것만은 못하다.”

 

자공이 은근히 자신을 빗대어 물은 것처럼 공자도 역시 자신을 빗대어 대답하였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공.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싫어하기도 하는 공자. 누가 더 나은가? 역시 있을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서른 살이상 차이 나는 스승과 제자를 세워놓고 당시 아무도 누가 더 나은가를 묻거나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였다. 공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공은 42세였다.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였다.

 

실제 자공은 이미 33살 때부터 노나라의 외교적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이 좌전에 기록되어 있지만 특히 공자 사후 약10여년 후 다시 말해서 50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노나라의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인물이 되어 있었다. 단적인 예로 애공 27년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대부 계강자는 월나라와의 외교적 교섭에 자공을 대동하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했을 정도였다. 자공이 공자와 비교된 것은 아마 이렇게 자공이 노나라의 중요한 인물이 되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던 시점, 다시 말해서 공자가 죽고 제법 세월이 지난 후 자공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공자와 비교될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놀랍게도 그 비교는 “자공이 공자보다 낫다”는 것이 었다. 그 첫 발언자는 숙손무숙이라는, 노나라의 권력 제3인자였다. 공자 생전에 공자와 잘 알고 지내었음이 틀림없는 이 정치인이 어느 날 조정에서 다른 대부들에게 “자공이 공자보다 낫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이 돌출발언을 자공의 선배였던 자복경백이라는 사람이 듣고 그것을 자공에게 얘기해주었다는 사실을 특이하게도 논어는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진자금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공보다 조금 더 젊은 사람이어서 공자의 제자라는 설도 있고 자공의 제자라는설도 있고 그냥 주변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어느 날 그가 자공에게 “당신은 공손하십니다. 공자께서 어찌 당신보다 낫다 하겠습니까?” 하는 말을 했다. 그는 역시 공자를 직접 경험하여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공자가 훌륭한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당신의 현재 모습을 보니 당신은 지난 날 그 분의 모습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인다는 고백이었던 것이다. 논어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 두 경우이지만 공자 사후 자공이라는 인물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자공이 공자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은 결코 이 두 명에 그치지 않았을 것임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자공은 이런 외부의 평가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공자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으며 공자는 해나 달에 사다리를 타고는 이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존재라고 선언하기도 했던것이다. 그렇다면 이 우정에 헌신적이었고 세상 미물에까지 미치는 따뜻한 정을 가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여 공자 사후에는 공자보다 오히려 더 훌륭하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들었던 제자 자공은 실제 어떤 사람이었던가? 우리는 그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 과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논어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에 직면하는 일이다. 그것은 숱한 교양 위에 하나의 교양을 더 쌓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건전한 상식 위에 또 하나의 상식을 올려놓는 일이 아니다. 논어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교양을 와해시키고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놓는 일이다. 실제 공자는 생전에 이 문제의 다정다감한 인물 자공에 대해 평가할 때 야박할 정도로 박한 평가를 하였으며 자신이 인정할만한 수준에 결코 미치지 못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공 또한 스승의 그런 평가를 늘 감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 사이에서는 우리의 상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와 유사한 무언가를 하나 더 얻으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한 논어를 읽는 일은 부질없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쌓은 교양이 와해될 수도 있고 내가 집적한 상식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또 실제 그렇게 되는 데에 용기를 가지는 사람만이 비로소 논어를 읽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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