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독한 택시기사 이야기 - 이창우

by 홈페이지관리자 posted May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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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jpg

 

대한민국 국민의 2%에 해당되는 100여 만 명이 택시기사와 그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택시기사의 월수입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정도인 평균 130여 만원인 현실은 OECD 가입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대다수의 택시 승객들도 “어렵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정말 그 돈 밖에 못 벌어요?”라고 하신다. 왜 그럴까? 택시기사란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명퇴를 당하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어려운 처지에 운전면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니 일단 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

 

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택시기사로 취업한 사람의 80%가 3개월 안에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4, 50대의 가장들이 아무 준비 없이 들어왔다가 힘들고 돈이 안 된다며 떠나는 직업. 떠난 그들이 삼성으로 갈까? 현대로 갈까? 다시 찾는 다른 택시회사.

 

그런 이들이 어떻게 승객을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불친절, 난폭운전, 승차거부, 부당요금징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갖고 택시회사를 찾는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택시회사는 없는 것 같다. 유원지에서 자전거 대여해 주듯 이 차 갖고 나가서 돈 벌고 하루에 얼마만 입금하라는 느낌만 주는 곳이라면 택시대여업 정도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법인택시기사 12년 차로 한 달에 삼백만원 정도를 버는 필자는 택시기사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직업임을 믿고 있다. 또한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나이에 월 삼백만원을 벌 수 있다면 좋은 직업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택시기사란 직업은 매력적이다. 아무도 간섭하는 이가 없는 직업. 교통경찰만 빼면 무서운 사람이 없는 직업. 남의 돈으로 세상 유람할 수 있는 직업. 퇴근 후 일거리를 집에 가져가지 않는 직업.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직업.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승객에게 친절 하라는 교육보다는 친절해야 돈을 번다는 교육을, 승차거부 하지 말라는 교육보다는 승차거부를 안해야 돈을 번다는 교육을, 출퇴근 시간을 지키라는 교육보다는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돈을 번다는 교육을.

 

51세에 수천 만 원의 빚을 지고 당뇨, 다리장애를 안고 아내와 두명의 대학생 자녀를 먹여 살리려 독한 마음을 먹고 시작한 택시기사 생활로 ‘도전하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것은 비단 택시기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며 나이 먹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중학교 때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