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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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jpg

 

20~30년 전에 비해 최근 들어 현저하게 달라진 당뇨교육실 모습이 있다면, 첫째는 당뇨병 발환자의 모습을 예전처럼 흔히 볼 수 없는 것이고, 둘째는 인슐린주사를 맞는 노령 환자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

교육은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당뇨병 환자 중 흔하게 당뇨발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당뇨병동 6인용 남자환자 병실에는 6명의 환자 모두 ‘당뇨발’로 치료 중인 때도 많았고, 특히 겨울만 되면 당뇨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발에 난 상처로 장기간 입원치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발가락이며 발바닥 발뒤꿈치 심지어는 무릎까지 수술하는 경우도 많았고, 드물게는 한쪽다리 전체 고관절까지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당뇨병동 수간호사였던 필자는 수술부위가 커질수록 드레싱에 사용되는 방포에 베타딘 용액이며 거즈 등 물품을 엄청나게 투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5년 전쯤, 평소에 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당조절을 잘 하던 50대 남자환자 한분이 시골집에서 맨발로 다니다가 발바닥을 뾰족한 쇠붙이에 찔려 곪기 시작했다. 한동안 집에서 나름대로 치료를 했으나 좋아지지 않자 입원해서 시술 치료 후 석고붕대로 감고 퇴원했다. 문제는 퇴원 후부터 심각해졌다.

 

우선은 운동을 할 수 없으니 체중도 늘고 당수치가 자꾸 올라가면서 인슐린용량도 늘어났다. 외래 진료시마다 늘어난 체중은 1년쯤 지나자 입원 전에 비해 무려 10여kg에 달하고 있었다. 혈당뿐 아니라 체중이 자꾸만 늘어난다면서 몹시 우울한 상태로 몇 년을 다니다가 혈액투석도 하게 됐고, 시력도 많이 떨어지더니 병원 방문시 매번 교육실을 들러 상담 받던 발걸음이 언제부터인가 뚝 끊긴 것을 보니 아마도 저 세상으로 가시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이후로 교육실을 거쳐 간 환자 중 이렇게 심한 발 합병증 환자를 당뇨병동이나 외래에서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고, 발에 문제가 생겨 방문하는 환자도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줄어든 것을 볼 때 당뇨병 환자에 있어서 교육이, 특히 발 합병증 예방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간파하고 1981년 당뇨교육실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설한 김00 교수님의 혜안과 당뇨교육의 엄청난 효과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당뇨병 환자의 고령화

우리사회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게 되면서 당뇨병 환자도 어김없이 고령화되어 요즘엔 70~80대가 되는 연세에 인슐린 주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배우는 환자와 가르치는 교육자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게 하는지...

 

72세가 되신 할머님께서 당화혈색소 8.6으로 인슐린(란투스) 10단위를 아침식전에 맞게 되셨다. 환자인 할머님께서는 남편과함께 교육을 받으러 오셨는데 시작부터 심상치 않으셨다. 당사자인 환자분도 보호자인 남편도 무섭다며 주사를 서로 못 놓겠다고 언성을 높이시는 바람에 바로 교육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말씀드린 후에야 가까스로 교육을 받기는 했는데 두 분 모두 한 시간이 넘게 끝날때까지 서로 상대방 보고 주사를 놓으라고 미루면서 마지못해 교육을 받았고 실습을 어렵게 통과하고 귀가했다.

 

교육 3일후 확인차 전화를 드렸더니 할머님께서 받으셨다. 주사는 남편이 놔 주시는데 당도 안 떨어지고 배만 많이 아프다고 하신다. 3일후에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이번에는 할아버님께서 받으셔서 주사는 잘 놓고 있는데 당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라가서 아침식전에도 300이 넘는다고 하시며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목소리만 높이셨다.

 

주사기 속의 인슐린은 많이 줄어 있는데 당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가다니...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빠른 시일내에 다시 병원에 오실 것을 권했으나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다며 1주 후에나 오셨다.

 

교육받고 가신지 2주가 되던 날, 교육실에 들어오시기가 무섭게 당이 안 떨어지는데 인슐린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시는 보호자 할아버님께 직접 주사준비를 해서 연습용공에 주사를 놓아 보시라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님께서는 주사바늘의 겉마개와 속마개를 모두 빼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주저 없이 주사부위에 대고 힘껏 누르시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주사약은 밖으로 다 새고 주사부위는 얼마나 아프셨을까!

 

언젠가 다른 분이었지만 겉마개는 빼고 속마개만 남긴 상태로 주사를 놓아 당이 떨어지지 않았던 적은 있었지만 이게 겉마개까지 안 빼고 주사하는 경우는 필자도 처음 보는 일이라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연습할 때는 제대로 하셨는데 하루 만에 까맣게 잊어버리시다니... 가져간 안내책자도 무용지물, 적어드린 교육실 전화번호도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서로 미루시더니... 당화혈색소도 9.5 까지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 달 만에 교육실에 다시 들린 두 분의 표정이 모처럼 밝으셨다. ‘교수님께 당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받았어요. 고맙습니다!’ 주스 한 박스를 책상에 올려놓으며 환하게 웃으셨다.

 

주사를 잘못 놨다고 크게 상심하고 가신 이후로 이 두 분은 만사 제쳐두고 숙제 하듯이 한 달 동안 매주 한 차례씩 교육실에 오셔서 주사법을 확인받고 용량조절 방법도 배우셨다. 그러면서 눈에 띄게 당이 떨어지고 있었고, 간식도 줄이는 등 저혈당도 없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계셨다.

 

‘이제부터는 당신이 주사 놓을 수 있겠지?’ 교육실을 나가시면서 할아버님께서는 여전히 할머님을 보채셨다. 처음에 잘못 주사하신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셨는가 보다. 

 

노인교육은 왕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는 반복과 확인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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