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해양분쟁의 이해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오늘날 동아시아는 국가간 해양분쟁과 해양 으로부터 제기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위협 때문에 무력 충돌을 수반하는 해양위기가 언 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지역으로 꼽히 고 있다.
예를 들면, 중·일간의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尖閣列島)를 둘러 싼 동중국해 분쟁과 항행자유 의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남중국해 갈등은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결론에 쉽게 도달하게 한다. 국제정치 사전에 따르 면, 위기는 관련 행위자들이 서로 배척되거나 양립될 수 없는 목표를 추 구할 때 발생하며 행위자간 관계에 있어서 과거와는 매우 다른 전환점을 제기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현재 동아시아 해양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해양 의제에 대해 관련 당사국간 법률적 견해 또는 사실인식의 합의 결여’ 로 정의되는 해양분쟁이다. 이는 1920년대에 이미 現 국제사법재판소 (ICJ)의 전신인 상설국제재판소(PCIJ)에 의해 정의된 개념이다. 동아 시아 지역에 있어 해양분쟁은 1950년대 초기부터 야기되었으며, 1990 년대 말기부터는 그 수가 급격히 증가되었을 뿐 아니라 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최근 이 지역의 해양분쟁 제기 건은 무려 1백여 사례에 이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분쟁은 크게 (1) 소도서에 대한 영유권 갈등 (2) 해양경계선 획정 대립 (3) 해양자원 관리 및 배분에 대한 이견 등 으로 분류되지만 유엔해양법협약이 정한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제3국 군사활동 허용 여부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최근 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대해 항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하고 영 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남중국해 일부 도서에 대해 매립활동을 함으 로써 이의 합법성과 의도를 둘러싸고도 관련국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인공도서 매립은 남중국해에서의 미· 중간 항행의 자유 논쟁까지 불 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해양분쟁은 그 배경으로 대체로 5가지가 꼽히고 있는 데 이들은 (1)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연안국 해양관할권(특히 EEZ와 대륙붕) 확대 (2) 해양자원 중요성 및 도서의 전략적 가치 증대 (3) 분쟁 해결에 적용되는 국제법의 한계 및 비효율성 (4) 냉전 종식 후 국제갈등 조정 장치의 미비 (5) 민족주의 감정 및 정서의 부상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요인들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군사적 충돌로 발전될 수 있는 일련의 위험한 행동들이 이어져 해양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으 며, 이외에도 해적행위·해양오염·불법조업 등도 지역안보를 해치는 위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해양분쟁의 평화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이며 해양위기에 어떻 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평화적 분쟁 해결방법은 당사자 직접협상·사실 조사·조정·중재 및 사법적 수단 등이 동원될 수 있겠으나, 해양안보 문 제는 본질적으로 유동성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포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우발적 사태의 방지 및 회 피에 주 목적을 둔 ‘해양위기관리체계’(MCMSs)의 구축과 긴장요인을 사전에 제거해 오해 및 오판 가능성을 줄이고 평화 및 안보 강화에 목적 을 둔 ‘해양신뢰구축조지’(MCBMs) 실행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해양위기관리체계’ 구축에 이용될 수 있는 방안은 (1) 관련국 해군사령 부 간 ‘핫라인’ 또는 직접 통신체계 구축 (2) 해양안보 문제 논의 전략 대 화 시행 (3) 충돌방지를 위한 표준 함정 운용 절차 규정 채택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해양신뢰구축조치’로는 (1) 함정 상호 방문 (2) 해적·재난 구 조 등 초국경적 의제에 대한 실제적 협력 (3) 공동 해상순시 및 정보공유 (4) 다자간 해군 회의 및 훈련 참가 등을 들 수 있다.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이러한 ‘해양위기관리체계’ 및 ‘해양신뢰구축조치’ 에 대한 동시추구만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발생을 방지하 고 동아시아 지역에 남아있는 냉전적 구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국가들은 해양위기 관리와 신뢰구축에 관련된 다양한 조치·제 도·방안 등을 적극 모색하고 시행할 것이 요망된다. 일례로 현재 진행 중 인 남중국해에서의 행동규약 채택을 위한 협상도 이 지역의 신뢰구축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가능한 시급히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국 가간 상호 오해를 줄이고 해양위기 관리 및 신뢰구축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국가들은 유엔해양법협약 아래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호 행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일단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분쟁해결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