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조회 수 1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현숙

영화평론가, 외국인영화제집행위원

 

 

한국영화 1백년사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 5편의 선정리스트. 봉준호, 이 창동, 허진호, 윤종빈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아직 현역에서 활약 하는 감독들이기에 이 리스트가 바뀌는 순간은 한국영화가 도약하는 순간일것이다.

 

1_1.jpg

1. 미치도록 잡고 싶다! 〈살인의 추억〉

형사 수사물이라는 장르적 재미의 토대 위에서 시대성과 주제의식, 편 집과 리듬감각, 연기, 롱테이크(초반 논두렁 씬)의 모던한 카메라로 영 화가줄수있는쾌감의 1백프로를경험한다.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두 형사가 질주하는데 송강호, 박해일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단역배우들까지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다. 등 이후 나온 한국영화들 특히 농촌 스릴러들은 거의 모 두 의 디테일과 호흡법을 따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명의 희생자를 낸 화성 사건이 미제로 끝났듯이 영화도 범 인을 잡지 못하고 패배한다는 결말을 내는데, 형사무비의 치명적 결함 이라고 여겨졌던 점이 오히려 매력이 되었다. 4년 후 데이빗 핀처감독 이 을 발표했을 때 을 모방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내러티브와 정조가 흡사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들의 실패담 과 은 ,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과 더불어 21세기 스릴러 5대걸작으로꼽힌다.

 

2_1.jpg

2. 전도연, 무시무시한 몰입의 연기 〈밀양〉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은 문학적 사 유와 철학, 리얼리즘의 연출이 어우러진 이창동 최고의 상업영화. 만일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작품상을 노 렸다는평가를받았을것이고수상했을것이다. 젊은 미망인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사 간 곳은 밀양. 태양의 도시에 서 여자는 단 한 점의 빛도 없는 지옥을 경험한다. 어린 아들을 유괴살 인한 동네 학원장이 체포돼 수감된 가운데 엄마는 주위의 친절한 권유 로 교회에 나가 하나님에게 의지하고 절박하게 매달린다. 마침내 죄인 을 ‘용서’할 수도 있다고 여기는 단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범인은 이미 (한발 먼저) 하나님께 참회하고 은총과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고통 과 사투하는 아이 엄마와 달리, 범인의 마음은 평화롭고 얼굴색은 윤기 나며 태도는 자약하다. 소설의 엄마는 자살하지만 영화의 엄마는 반격 을 시작한다. 하나님을 향한 반격을… 절대자와 대결하는 여자의 몸부 림을보는일은고통스럽다.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이야기를 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 리고 그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한 줄기 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걸작으로 꼽는다. 영화는 저 멀리 아름답고 푸른 하 늘을 첫 장면으로 시작하고, 누추하고 더러운 땅을 비추며 끝을 맺는 다. 비밀스런 햇빛, 경남 밀양을 이야기의 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바로 도시의이름에있다.

 

3_1.jpg

3. 한국멜로 최고의 걸작 〈8월의 크리스마스〉

멜로 감독의 첫 째 조건은 여자에 대한 독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데이 빗 린 감독의 가 멜로 고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한국감독으 로서 여자라는 오묘한 대상에게 가 닿을 줄 아는 감독은 허진호 이외에 는 없다. 심은하 최고의 미모와 연기력, 말하지 않는 그 무엇, 절제의 화 법으로도눈물짓게하는한국멜로의금자탑. 는 소나기 내린 한여름의 초록에서 시작한다. 운동 장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는데 젊은 남자는 혼곤히 낮잠을 잔다. 사람의 일상적 행위에서 죽음과 가장 유사한 동작으로 주인공을 소개하 는 것이다. 허진호표 멜로에서 죽음은 사랑과 항상 동행한다. 연애를 생 명체처럼 인식하고 연애의 생로병사를 다루는데 능숙한 솜씨를 보이는 이유가거기에있다. 가수 김광석의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에서 시나리오를 착안, 주인공을 사진관 주인으로 설정해 스스로의 영정사진을 찍은 씬을 출발점으로 해 영화를구상했다고감독은말한바있다.

 

4_1.jpg

4. 나쁜 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동료들끼리의 배신을 다룬 의 한국형 갱스터코미디. ‘을의 분노’의라는 정서적 뜨거움에만 호소하는 지금의 한국영화와는 격이 다 르다. 오직 능구렁이 같은 처세와 임기응변과 인맥으로만 사회에 기생 하는 최익현(최민식) 캐릭터는 한국적 현실에 밀착한 스토리와 결합해 관객의아드레날린을자극한다. 건달들은 그를 ‘대부’라 부르지만 존경하지도 않을 뿐 더러 자기들 세계 의 일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공생할 뿐이다. 말론 브란도의 캐릭터 조형술과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최민식인데, 그 자 체로재미를선사한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 마초적인 매력을 유감없 이 보여준다. 8~90년대 남성패션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살아있네’와 같 은 명대사를 무심히 내뱉는데, 삼청교육대 출신 전문 양아치의 아우라 가 문신만큼이나 눈부시다. 자신의 대학 졸업 작품 와 데뷔작 등 모든 작품마다 주연으로 쓰고 있는 윤종빈 감독의하정우사용법이무르익었음을느낀다.

 

5_1.jpg

5.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

와 더불어 우열을 가를 수 없는 허진호의 멜로 걸작. 연애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자라는 진리의 확인 도장을 찍는다.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가는 생몰의 과정이 살아있는 생물의 그것처럼 펼쳐진다. 이영애의 ‘라면 먹을래요?’ ‘자고 갈래요?’는아직도패러디되는유명한대사이다.

사랑이 시작되고, 연애가 시작되는 부분은 아름답다. 봄날 새벽, 서울에 서 강릉까지 좋은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내려오는 여자는 아스팔트 위 에서 서성이며 기다리고, 마침내 허리를 꺾어 안아주는 남자의 장면은 한번 보면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봄날은 짧고, 또한 반드시 간다. 전성기 이영애의 미모에 놀라고, ‘바라보는 연기’를 펼치는 유지태에게 두 번 놀란다. 화사한 햇볕 속에서 화사한 양산을 쓰고 가는 할머니의 뒷 모습을 통해 죽음을 묘사하는 연출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 변하는 것을 믿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려는 안타까움에 위안을준다. 이봄은가지만또다른봄날이올거라는.


  1. 테마로 보는 영화 : 세상의 모든 계절 / 무지개의 끝 - 김현숙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마이크 리, 2010년     고전 할리우드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50년대, 영국에는 소위 키친 싱크 리얼리즘이라는 영국식 리얼리즘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새로운 문예사조는 문학과 미술을 거쳐 영화계에도 당도했는데, 작은...
    Date2021.09.05 Views328
    Read More
  2. 노후파산시대, 당신의 전략은? - 강창희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몇 년 전 일본 국영방송 NHK가 ‘노인 표류–노후 파산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방송한 내용이 번역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노후 파산’ 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노인들에게는 천국...
    Date2021.09.05 Views400
    Read More
  3. 매생이 - 권오길

    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교수시절에 자주 들렸던 춘천 ‘다우등심집’에서 겨울이면 바다풀인 매생이 국을 자주 먹었다. 매생이국은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기 때문에 술 꾼 속풀이 술국으로 그만이란다. 매생이 국에들어가는 재료는 많지 않...
    Date2021.01.31 Views481
    Read More
  4. 테마로 보는 영화 : 새로운 시작/가족/여행자 - 김현숙 영화평론가

        베스트 이그조틱 메리골드호텔 (2012년, 존 배든감독)     “늙은이들을 싫어하는 나라가 많아요. 이들을 아웃소싱하면 성공할 거예요”   “와이파이하고 무선하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브로드밴드 (고속 데이터 통신망)하고는 어떻게 다른지요?” 인터넷 ...
    Date2021.01.31 Views278
    Read More
  5. 테마로 보는 영화

    테마로 보는 영화 김현숙 영화평론가외국인영화제집행위원 Something New, Something Old <어벤져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하녀>, <기생충> 21세기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때 마블과 DC 코믹스를 떼놓는 일은 불가능하다. 마블 그래픽이 창조한 슈퍼히어로...
    Date2020.02.12 Views586
    Read More
  6. 삼국유사 깊이 읽기 - 신종원

    삼국유사 깊이 읽기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삼국유사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삼국유사』는 왕력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야기(narrative)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낸바 삼국시대(통일신라, 후삼국 포함)의 인물이나 사실에 관...
    Date2020.02.12 Views372
    Read More
  7. 새해엔 화를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 김진혁

    새해엔  화를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새해가 되면 목표로 삼는 것이 하나 있다. 자꾸 욱하는 나로부터 벗어났으면 하는 기도를 드린다. 화를 조절하기 위해 심리학, 문학, 철학책 등을 읽고 마음 다스리는 강의와 설교...
    Date2020.02.12 Views392
    Read More
  8. 국사봉에 올라 - 안종선

    국사봉에 올라   안종선 성보풍수명리학회장   해마다 신년(新年)의 첫날이면 산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목적도 각각이다. 신년을 맞이해 기념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재촉하거나 나름의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
    Date2020.02.12 Views317
    Read More
  9. 의사소통과언어 예절 - 이주행

    의사소통과 언어 예절   이주행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언어 예절은 의사소통의 윤활유다. 의사소통이란 표현자(화자나 저자)가 일정한 상황에서 일정한 목적을 위해 언어로써 수용자(청자나 독자)에게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해 전달하면, 수용자 가 ...
    Date2020.02.12 Views936
    Read More
  10. 더 큰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를 말한다 - 윤덕균

    더 큰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를 말한다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현 시국을 난국으로 표현한다. 운전자를 자처하던 북미협상은 쇼로 끝나가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의 좌우 격돌은 해방 후 신탁과 반탁으로 대립하던 시절로 돌아갔다. 미국, 중국...
    Date2020.02.05 Views32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