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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클로드모네,<인상, 해돋이> 1872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인상주의 미술과 문학

에밀 졸라와 인상주의

 

박은영
문학박사, 미술사가

 

 

 

 

 

 

 

에두아르 마네, <에밀 졸라의 초상> 1868년, 오르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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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형성된 미술사조로서, 기존의 예술 전통을 탈피하고 혁신적 전환을 이룩해 현대미술의 시초로 여겨진다. 인상주의 미술은 작품의 주제, 소재, 표현기법 등 예술제작의 문제뿐 아니라 예술 자체에 대한 인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에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1874년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등 일군의 진보적 화가들은 프랑스 화단의 보수성에 반발해 독자적으로 그룹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 클로드 모네는 <인상: 해돋이>라는 작은 풍경화를 출품했는데 그 제목에서 ‘인상파’라는 그룹 이름이 탄생했다. 전시를 관람하던 평론가가 거칠고빠르게 그려낸 그림들을 보고 그저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조롱 섞어 붙인 명칭이었다. 그러나 화가들은 이 명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1886년까지8회에 걸쳐 ‘인상파전’을 개최하며 새로운 방식의 회화를 전개해 나갔다.

 

 

 

인상파 화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며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도 매 순간달라진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그들은 사물을 마치 불변하는 것처럼 확고하게 재현하는 기존 회화의 태도를 거부하고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시각적 효과를 재빨리 포착해 기록하고자 했다. 따라서 인상주의 회화는 과거의 역사나 종교 같은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현재 일어나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대상과 경험을 중시하며, 정밀한 세부묘사나 기교보다는 신속하고 단순한 표현을 선호하고, 매끄럽고 정교한 표현 대신 거친 붓자박은영문학박사, 미술사가에두아르 마네, <에밀 졸라의 초상> 1868년, 오르세미술관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1872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50Lecture Note VI국과 생략된 형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러한 인상주의 미술에 대해 당시 보수적 평론가들의 시각은 냉담하고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부 진보적 문인들 중에서는 새로운 미술의 향방을 알아보고 옹호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에밀 졸라가 그런 인물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동료였던 에밀 졸라는 과학의 방법을 문학에 적용한 자연주의 소설의 창시자라 불린다. 졸라는 인상주의를 광학의 법칙을 추구한 재현 예술로 간주하며 문학의 자연주의와 동등하게 생각했다.

인상주의 운동이 탄생하기 전부터 이미 졸라는 인상파의 선구자 격인에두아르 마네를 눈의 정확함과 손의 단순성을 갖춘 현대적 화가라고칭했다. 마네가 <올랭피아>를 그려 세간의 혹평에 부딪혔을 때, 졸라는그 그림이 독창적 언어로 자연을 해석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졸라는 진정한 화가에게 주제란 그림을 그리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마네가 여러 가지 사물을 조합한 것은 그저 색채나 구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림의 내용보다는 조형적 요소에 의해 작품의 가치가 결정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마네는 <에밀 졸라의 초상>을 그려 두 사람이 공유한 미적 관심사를 표현하고 졸라에게 경의를 표했다. 1877년 제3회 인상주의 전시에서 졸라는 클로드 모네의 철도역 그림을 보고 크게 감화를 받았다. 기차와철도에 매료된 모네는 파리 도심에 새로 생긴 ‘생 라자르 역’을 소재로12점의 연작을 제작했다. 모네의 그림에서 철골 및 유리로 지은 현대적건축물과 힘차게 포효하는 검은 기관차는 산업화한 도시의 발전상과그에 대한 자부심을 역력히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유리를 통과한 빛과엄청난 수증기의 운무 속에서 모든 사물의 형태는 모호해져 우리 눈에흐릿하게 겨우 잠깐씩만 포착될 뿐이다. 근대화의 상징인 기차와 철도는 졸라의 소설 『인간짐승』에서 핵심 무대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며인간의 질주하는 동물적 본능을 투사하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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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생 라자르 역> 1877년, 오르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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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 <다리미질> 1884년, 오르세미술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은 인간의 내면과 환경을 마치 자연과학자가 해부하듯 예리하게 관찰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낱낱이 파헤쳐 밑바닥에감춰진 일말의 추악함까지도 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설『테레즈 라캥』에서는 도시의 서민 여성이 운명의 굴레와 욕망의 틈바구니에서 비극적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에드가드가의 그림 <실내>는 이 소설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그림에서 두 남녀는 결혼 첫날밤인데 서로를 멀리하고, 침실에는사랑의 온기 대신 음산한 공포의 분위기가 감돈다. 육체적 욕망에 사로잡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두 사람에게 위장된 행복이나 요행은 결코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드가의 그림 <다리미질>이나 <압생트>는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과 연관된다. 그림에서 다리미질을 하거나술병을 든 채 하품하는 여자는 『목로주점』의 주인공이 운영하는 세탁소의 열악한 환경과 나태한 일상을 연상시킨다. 또한 술 취한 사람들은목로주점이 노동자들을 불러들여 취하게 한 뒤 결국 중독 시켜 파멸에이르게 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드가와 졸라는 각각 미술과 문학에서 부르주아 계층과 대조적으로 유전적 질병이나 가난한 환경, 알콜 중독 같은 욕망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전락하게 되는 도시 노동자 계층의 유형들을 제시했다. 에밀 졸라는 인상주의를 빛이 사물의 색과 형태에 일으키는 효과를 과학자처럼 정확히 알아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주의 그림이 스케치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것은 눈앞의 장면을머리가 아닌 눈의 감각에 따라 진실하게 포착하려 했기 때문이다. 졸라와 인상주의자들은 모두 과학자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눈에 들어온 현실의 단편들을 무심한 듯 드러냈다. 그것은 수시로 변하는 빛의 작용, 순간순간 스쳐가는 군중의 시선, 되풀이되는 일상의 권태로운 노동, 그리고 질주하는 기차나 기계의 소음과 같이 흔히 마주치는 근대적 삶의 모습이다. 바로 이러한 시대성의 표현이인상주의 회화를 단지 미술 내의 혁신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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