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 관한이해와 오해
글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아주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다. 남들은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는 자기 역사나 역대 지도자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수반이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13년간이나 이 나라를 이끌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이나 동상 하나 버젓하게 서 있는곳이 없다. 새세대 국민이 그 분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란 겨우 분단을 고착시킨 책임자요 독재자의 전형이라는 심히 편향된 부정적 정보뿐이다. 일본을 패망시킴으로서 우리의 해방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대한민국 탄생과 김일성의 6.25 남침에 대한 방어, 전후 재건에 불가결한 도움을 주었던 우방 미국에 대해서는 반미일변도의 교육밖에 시키지 않는다.
자기 나라의 근원을 그처럼 소홀히 다루고도 나라가 괜찮을 것인가?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역사를 제대로 앎으로써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며 인간이 어떻고 사회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배우자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는 조상들의 미덕을 기림으로써 가문의 전통과 긍지를 쌓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이다.
민족, 또는 국민이란 역사적 기억의 공동체 이상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기억의 공유가 곧 단결심의 토대가 되고 고통스런 경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의 반추는 국민적 긍지의 원천이 되고 지도자에 대한 신뢰는 곧 정치적 안정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비판의식은 성인이 된 후에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건설의 어려움을 알 수 없는 나이에서부터 기성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역대 지도자들 모두가 마치 친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부정부패의 달인이었던 듯 어린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니 이것이 국가파괴의 행위인가 건설행위인가.
역사에는 아픈 기억이 많고 지도자들 가운데 공과를 함께 지니지 않은 사람이란 없다. 강력한 지도자일수록 저항도 강력하게 받으며 어느 정부치고 부정부패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우는 없다. 더욱이 국민은 모두 정직하고 똑똑한데 지도자들만 부패하고 무능하다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 교육의 내용이 이처럼 反대한민국적으로 왜곡된대 대해서는 남북한간의 체제대치라는 비극적 상황에서 원천적 설명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이 나라가 태어나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들과의 싸움 속에서 태어난 나라이며 강력한 반공정책을 추구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 때
문에 자유민주주의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억울한 희생자들도 많이 나왔다. 그 부작용으로 결국 공산주의 체제 자체에 관해서 무지한 상태로 남아있으면서 역사왜곡을 통한 그들의 집요한 선동선전공세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드디어는 우리 눈이 아니라 저들의 눈으로 자국의 역사를 보도록 세뇌 당하는 오늘의 처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어린 세대에게 자국의 역사를 부정일변도로 해석하고 자국의 역대 지도자들이나 우방들 모두 타도의 대상으로 알도록 가르친다면 그래서 득을 볼 사람이 이 나라의 미래 주인공들일까, 그들의 맞수나 적들일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한국 현대사에 관한 이해와 오해’는 오는 10월 6일에 진행될 예정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선농소식 6pag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