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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성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에너지의 대명사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녹색을 품은 광합성의 본체인 엽록체(葉綠體)는 긴긴 세월동안 세포가 바뀌어 온 탓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시절, 약 15억 년 전에 애당초 독립해서 살던 원핵(原核,핵이 없는)호기성세균(好氣性細菌)이 숙주(宿主)인 진핵(眞核, 핵이 있는)세포에 꼽살이 끼어들어 함께 살게 되었으니 그것이 미토콘드리아로 이고, 그런 원시세포에 엽록소와 남조소를 가지고 있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남조류(藍藻類,cyanobacteria)가 쳐들어갔으니 이를 세포진화설(細胞進化說,hypothesis of cell evolution), 또는 세포내공생설(細胞內共生說,theory of endosymbiosis)이라 한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유전이란 핵의 염색체(유전자, DNA)가 대물림하는 핵유전(核遺傳,nuclear inheritance)을 말하는데, 이들 내림물질(유전자,gene) 탓에 어느 자식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는다. 헌데,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는 핵이 아닌 세포질에 들어있어서 다음대로 이어지니 이를 세포질유전(細胞質遺傳,(cytoplasmicinheritance)이라 한다. 세포질유전(모계성유전) 설명을 조금 보탠다. 0.1 mm 크기의 난자에는 세포막과 세포질(세포소기관)을 다 가지고 있지만 0.06 mm 밖에 안 되는 정자는 정핵(精核,머리)과 몇 개 안되는 미토콘드리아가 붙어있는 꼬리(편모)만 있어서 도통 세포질이 없는 괴이한 세포이다(처음 정모세포는 세포질을 가졌음). 어찌하였거나 난자에는 30만개의 미토콘드리아를, 정자는 유전정보가 담긴 머리와 헤엄칠 꼬리 사이에 고작 150개를 가지고 있고, 수정하면 정자가 가지고 들어온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송두리째 부숴버린다고 한다. 결국 수정란 속에는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없고 고스란히 어머니의 것만 들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성유전, 또는 세포질유전이다. 너와 나, 우리의 미토콘드리아는 단연코 어머니의 것! 그렇다면 인류의 조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것인데,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모계의 유전물질(mtDNA)을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찾아 따라 올라가면 그 뿌리가 보인다. 그것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어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진화의 유물이요 흔적인 그녀의 mtDNA가 모조리, 잇달아 우리에게도 전해온다.

검은 할머니의 그것이!

 

이를테면 생명의 본산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끝없이 사무치는 모정(母情)을 찾아도 좋을 듯. 품안에 포실하게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를 어른거리게 하는 미토콘드리아여!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미토콘드리아는 내 몸에 오롯하게 남아 있나이다!

 

입덧의 까닭은?

세상에 이런 희한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메뚜기나 귀뚜라미(그놈들을 잡아먹은 사마귀)의 배속에서 자란 파렴치한 기생충(寄生蟲)이 화학적으로 숙주(宿主)의 뇌를 자극하여, 그것도 한밤에 그들로 하여금 강이나 연못으로 찾아가 거침없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게끔 한다면? 이렇게 빌붙어먹는 것들이 주인의 행동(行動,behavior)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수가 수두룩하다. 기생충이 특수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직?간접으로 숙주의 중추신경계와 내분비계(內分泌系)를 충동질하기 때문이라 여기지만 그 까닭은 확실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뇌도 호르몬도 없는 곰팡이(fungi)가 제 홀씨(포자)를 흠씬 퍼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곤충이 죽을 때 벌렁 나뒤집어지게 해놓기도 한다니….

 

이야기를 본론으로 데리고 온다. 어찌하여 아기를 가지면 어김없이 입덧이 나는 것일까? 메스껍고 구역질나는 오심구토(惡心嘔吐), 임신 2주면 시작하여 12주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쪽같이 살아져 버리는 입덧. 입덧을 영어로는 morning sickness라 하는데 이른 아침 공복 때에 심하기에 붙은 이름이고, 그렇다고 아침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를 삼신할머니의 시기질투라고 해야 하는가. 의학이 날고 기어도 아직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입덧(악조증, 惡阻症)은 태아를 보호하는 긴요한 생리현상이며 태반(胎盤)이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신 3~4개월까지는 태아의 기관발생이 가장 활발할 시기다(이 시기 지나면 입덧이 잦아듦). 이때 만일 임산부가 게걸스럽게 아무거나 마구 먹다보면 음식에 묻어(들어) 있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세균에다 농약, 중금속은 물론이고 어류나 육류기생충이 들어와서 태아에 해를 끼쳐서 기형아출산이나 조산, 유산의 위험이 늘게 된다. 이런 저런 약도 태아엔 그지없이 해롭다. 입덧을 못 참아 약을 먹는다. 부디 삼가라. 입덧 치료제로 쓰였다가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던 약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섬뜩한 탈리도마이드다. 탈리도마이드증후군(Thalidomidesyndrome)을 일으킨 약 말이다. 여느 약치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없으매….

 

어이없는 해석에 마뜩찮게 여기지 말 것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놀랍게도 음식을 못 먹게 한 주인공이 바로 엄마 배 속의 나였다. 좀 매정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지만 ‘어머니는 숙주요 태아는 기생충’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짓궂게도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바꾸는 예가 바로 홑몸이 아닌 임부(妊婦)의 입덧이었다니! 허허, 어미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몰염치한 태아 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질이도 못 생긴 발칙한 자식! 이제 결론이다. 고통스런 입덧은 건강한 임신의 신호로 유산위험을 줄이고, 기형아가 될 확률도 낮추며, 지능지수(IQ)가 높은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이를 앙다물고 모질게도 참는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고맙습니다!

 

 

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의 <달팽이 박사의 자연이야기>는 오는 10월 11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선농소식 7pag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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