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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찬미1.jpg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희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신여성 소프라노,

조선 음악산업의 역사를 개막하다.

 

박채선과 이류색 이 두 기생에 의해 녹음된 <이 풍진 세월>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여명이라면 1926년 소프라노 윤심덕에 의해 녹음된 <사의 찬미>는 본격적인 음반 산업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비극적인 팡파레 였다.

이 노래와 이 노래의 주인공이 비극적인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윤심덕 스토리는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이 세 편의 여주인공이 모두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첫 번째로 영화화한 1969년 안현철 감독의 <사의 찬미>의 히로인은 당대 최고의 인기 여우 문희 였고, 두 번째로 영화화한 1990년 김호선 감독의 동명의 작품의 주인공은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장미희였다. 뮤지컬 <사의 찬미>의 타이틀 롤 또한 한국 뮤지컬 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윤석화가 맡았을 정도이니 도대체 저 이십년대의 윤심덕에게 무에 그리 깊은 곡절이 있기에 이토록 잊을 만하면 새롭게 리메이크되는 것인가?

 

사의찬미2.jpg

윤심덕과 <사의 찬미>라는 노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도 윤심덕이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몸을 던져 동반자살했다는 얘기는 어찌어찌 귀동냥으로 들어 안다. 이 비극적인 드라마의 매혹의 핵심은 동반 자살, 그것도 유부남과의 불륜의, 참으로 낭만적이게도 현해탄 밤바다의 관부연락선 상에서의 투신자살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20세기 대중문화계엔 수많은 죽음의 스캔들이 있었다. 커트 코베인이나 마릴린 먼로의 경우처럼 스타의 자살과 의문사는 대중들에게 가장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죽음의 센세이셔널리즘만을 따진다면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 자살은 아마도 20세기 전세계 스캔들의 엄지손가락에 걸릴 만한 사건일 것이다. 이들 이후로도 많은 스타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드라마틱한 정도에 있어서 이들 커플에 비견될 만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사실이지만 윤심덕과 그의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서 식민지 조선의 대중음악사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1926년 8월 5일 동아일보가 이 불행한 연인들의 정사(情死)를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면서 이 사건은 한반도의 인구에 회자하게 되었고, 죽음 직전에 일본 오사카의 이토오(日東) 레코드 회사에서 윤심덕이 녹음한 <사(死)의 찬미>의 음반이 출시되자마자 한반도 전역에서 유성기 신드롬이 일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죽음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효율 높은 미약(媚藥)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복제의 본질을 지니는 자본주의는 생명마저도 복제하려 들지만 그러나 죽음만큼은 복제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시대에 죽음은 결코 복제되지 않는 마지막 진본인 것이다.

 

하지만 윤심덕과 김우진이라는 식민지의 두 지식인의 죽음이 무엇인가를 분만하지 않았더라면 이들 죽음에 대한 열광은 무성한 가쉽에 소진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들의 사후에 발매된 <사의 찬미>는 이들 죽음의 기록이자 신화의 증거가 되었다.

 

이들이 자살했는지 혹은 타살당했는지 죽은 자는 말이 없고 현해탄도 침묵 중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식민지 여성 앨리트의 에로틱한 희생제를 통해서 한국의 대중음악사가 본격적으로 발진하였다는 사실이다.

 

 

강헌 음악평론가의 <사의 찬미 속에 숨은 비밀>은 오는 9월 13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선농소식 7pag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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