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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몇 년 전 일본 국영방송 NHK가 ‘노인 표류–노후 파산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방송한 내용이 번역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노후 파산’ 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노인들에게는 천국인 나라로 알려져 왔다. 일본의 노인세대들이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경제의 고성장에 힘입어 취업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정년도 보장돼 있었고 내 집 마련 등 자산형성에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 연금제도도 정비돼 있어서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매월 받는 공적·사적 연금에 자신이 저축해둔 돈을 약간만 보태면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일본에서 특집 방영 당시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600만명 가운데 200만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파산상태에 빠져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파산에 빠지는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연금수입만으로 생활비가 크게 모자라는 경우이다. 퇴직연금이 없는 기업에 종사했거나 자영업자, 농업종사자인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연금이 국민연금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연금수령액은 1인당 최고금액이 우리 돈으로 65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부부가 같이 살고 있고 건강할 때는 문제가 안된다. 두 사람의 연금만으로도 최소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할 때는 어떤 일을 해서라도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부부가 사별하거나 이혼을 하게 되면 연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병이라도 나게되면 일도 할 수 없을뿐더러 병원비, 간병비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점차 저축통장의 잔고가 줄어들고 노후파산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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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은 고령화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노후파산 문제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노후파산에 대한 대비수준은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더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 모아둔 노후자금이 크게 모자란다. 인생에서 재산이 가장 많을 때는 50대인데, 202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0대의 가구당 평균 총 보유자산은 5억1000만원 정도이고, 이 중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 9900만원을 뺀 순자산은 4억1100만원 정도이다. 50대 후반에 4억1100만원 정도의 순자산을 갖고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에서 살고 있는 주택가격 평가액이 3억570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보유 금융자산은 540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5400만원으로 어떻게 30~40년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주택을 팔아 노후자금으로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715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팔려고 내놓을 경우 과연 주택가격이 유지 될 수 있겠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학교 교직원과 공무원을 제외하면 연금수입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고령세대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노후파산에 대비해서 각 연령대별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우선 20~30대의 직장인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부터 가입해 연금을 통한 노후자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시작해야 할 것은 건강 리스크 관리이다. 운동을 습관화하는 한편 특수질병보험 하나쯤은 들어둘 필요가 있다. 자녀 리스크 관리 또한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위에서 자녀교육비, 결혼비용 등 자녀 리스크 관리의 실패로 노후 파산에 빠지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에 들어서면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5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은 경우에는 부채상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 부채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활수준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퇴직 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50대부터 시작해야 할 것은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2020년 여름 한국은행에서 주요국의 구매력평가(PPP) 환율기준 가구당 순자산을 발표한 일이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53만8,000달러로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5억8천만원 정도 된다. 미국, 호주, 캐나다는 우리나라보다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프랑스가 52만1,000달러, 이웃나라 일본은 48만6,000달러이다. 프랑스도 일본도 우리보다 몇 십 년 앞서 자본축적을 시작한 나라들인데 이들 나라들보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70%가 금융자산이고 부동산 비중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 비중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해 간다면 부동산 편중의 자산구조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동안 일본에서 나타난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도에는 일본도 부동산의 비중이 60%정도로 지금의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2019년 현재로는 이 비중이 절반 정도로 줄어있다. 앞으로 10~20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지난 30년 동안에 60%에서 30%로 줄어든 첫번째 이유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다. 이 현상은 ‘일본 3대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택지 지가지수(1982=100) 추이’에 잘 나타나고 있다. 1982년에 100으로 출발해 1991년 피크시에는 290까지 상승했다가 2020년 현재 120 수준에 있다. 두번째 이유는 일본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현재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집에 한이 맺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집 없으면 어때? 빌려 살면 되는 거지’ 이런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가진 돈이 없더라도 은행에서 융자만 받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사회분위기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도 30년 전에는 내 집, 내 땅에 대한 애착이 지금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한 곳에 정착해 사는 농경 문화를 가진 나라들은 이동을 전제로 하는 유목민 국가나 해양 국가와 달리 내 집, 내 땅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들이 내 집 마련을 시작하고 도시화 과정에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전한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시작하면서 주택가격을 장기상승 시킨 것도 양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1991년을 정점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국면으로 바뀌면서 내 땅, 내 집에 대한 집착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도시화 과정도 끝났다. 오히려 최근에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역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러시도 끝났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은 최근 수년 동안의 부동산투자 붐에 가려져서 일본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변화 상황이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나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도시화율은 이미 90%로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러시도 조만간 끝나게 될 것 이다. 저출산, 고령화 또한 과거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년, 내년의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10~20년 후 노후대비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노후생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또 하나의 원인은 부동산 투자방식이 상당 부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입자의 권리가 세지고 세법 등 관련 규정이 복잡해지면서 개인이 부동산 임대를 하기가 너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사람들의 부동산 투자는 실물 투자보다는 리츠, 부동산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리츠나 부동산펀드는 금융자산에 포함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자산이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면 안 된다. 보유자산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면 우선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이가 60전후 퇴직 무렵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반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10년 후, 20년 후 일본에서와 같은 부동산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하우스푸어는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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