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음악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작곡된 오페 라는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로 알려진 〈에우리디체〉를 비롯 해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근대 오페라의 효시로 일컬어지 는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그리고 하이든과 리스 트,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 등 약 백여 편이 존재한다.
음유시인 오르페오는 리라(lyra) 연주의 달인이었다. 그의 리 라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난폭한 맹수가 온순해지고 생 명도 없는 목석이 춤을 추고, 날아가던 새도 길을 멈췄을 정 도라고 한다. 오르페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체와 결혼했는 데, 어느 날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고 만다. 사랑하는 에 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오는 그녀를 찾아 저승으로 떠난다. 망자가 아니면 건널 수 없는 죽음의 강을 구슬픈 애가로 뱃 사공을 설득하여 강을 건넌다.
저승의 신 하데스를 만나 에우리디체를 풀어줄 것을 간청하 며 눈물로 노래 부른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구슬퍼 복수의 여신들도 눈물을 흘리고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마저 도 감동해서 에우리디체를 지상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그러 나 하데스는 지상으로 가는 동안 절대 에우리디체를 돌아보 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단다. 오르페오는 하데스와 단단히 약조하고 에우리디체의 손을 잡고 지옥을 떠나 이승을 향해 달려간다. 드디어 몇 발자국만 더 가면 태양이 빛나는 이승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승에 가까워질수록 오르페오의 마음에 의심이 깃든 다. 에우리디체는 잘 따라오고 있겠지? 혹시 너무 급하게 달 려오다 그녀의 손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이제 한 발자국만 더 가면 이승. 오르페오는 이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보고 에 우리디체는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고 만다. 절망에 빠진 오르 페오는 죽음으로 에우리디체에게 간다.
작곡가들은 왜 그리스·로마 신화 속 수많은 영웅을 제쳐두고 오르페우스를 이토록 편애하는 걸까? 절대적이고 변치 않는 사랑? 아니면 아내를 구하러 저승까지 쫓아간 절절한 사랑? 에우리디체를 저승에서 살려낸 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오르페오의 노래이다.
뱃사공을 설득한 것도 오르페오의 노래이고 저승의 신을 감 동시킨 것도 오르페오의 노래이다. 죽은 에우리디체를 살린 것은 편작의 의술이나 신약이 아닌 오르페오의 노래 즉 음악 이었다. 작곡가들은 음악에 죽은 사람을 살릴 힘이 있다고 믿었고 그 음악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바로 오 르페오 신화이다.
어지러운 세상. 흔들거리는 마음.
어둠 속에서 당신을 구원해 줄 노래 한 곡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