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홈페이지관리자 posted May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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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기록에 도전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문화전사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고, 고구려 천리장성도 만리장성으로 편입시키려하고, 윤동주 시인을 중국 시인(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을 보노라면, 동북공정의 끝은 어디일까 불안하다. 가야금, 장고, 팽이 돌리기의 원조국이 중국이라는 억지주장은 우리에게만 억지 주장이지 이미 국제적 공인을 얻고 있다.

 

중국이 주장을 관철시키는 수법 중의 하나가 기네스북 기록을 만드는 일이다. 2012년에는 9백 명이 장고를 연주하여 기네스에 올랐고, 팽이 돌리기, 상모돌리기 등도 모두 기네스기록을 통해 중국이 종주국임을 선포하였다.

 

문재숙 교수 (이화여대,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 23호)는 요즘 ‘가야금 지키기’라는 문화전쟁을 시작하려한다.

 

“다른 분야는 내가 어쩔 수 없지만, 가야금만은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 문교수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작년 8월 중국 용정에서 8백54명의 연주자가 가야금을 합동 연주하여 기네스에 올림으로써 ‘가야금의 고향은 중국’이라는 주장을 관철시키는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가야금을 배워간 사람이 중국에서 인간문화재가 되고 중국정부로부터 엄청난 재정지원을 받더군요. ‘딴 생각 말고 가야금은 중국악기라는 것만 연구해라’는 것이지요.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2015년 가을에 <1004금의 어울림>이라는 공연을 통해 기네스 기록을 깨려고 합니다. 말 그대로 1천4명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거지요. 중국기록이 8백여 명이니까 연주자 숫자로써 압도하는 수밖에요.”

 

가야금연주자로서 교수로서 그동안 배출한 제자만 해도 1백 명은 거뜬하고, 그 1백명이 각기 10명씩 데리고 오면 1천명은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은 사람들보다 “이 행사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분”들로 1천4명을 구성하고 싶다한다. 그래서 일부 구성원은 일반인 지원자로 선발하여 6개월간 무료 레슨을 해주며 훈련시켜 행사에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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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는 합리적 가격으로 대량 주문하고자 제조업체와 논의 중”라고 귀뜸한다. 연주할 곡은 모두 3곡.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이미 정해졌고 나머지 한 곡은 진취적이고 발랄한 템포의 곡으로 정하려한다고 밝힌다.

 

“독도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화를 먹히면 정신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제가 박사에, 교수요, 인간문화재입니다. 카네기 홀 연주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명예나 욕심이 있어 이 일을 하겠습니까? 단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요, 가만있으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싸우겠습니까? 가야금을 들고 싸워야지요” 문교수는 내년 가을로 예정하는 기네스 공연을 위해, 2015년 한 학기를 안식년으로 삼아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보다 머릿수를 늘려서 기네스 기록을 갱신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이론적 근거와 배경을 다지는 일입니다. <가야금을 통해본 한국음악사>를 쓰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그동안 가야금 실기 외에도 한국 음악사를 주로 가르쳐왔으므로 문교수의 이번 저술은 그의 연구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일이자, 2천년 한국 가야금 역사를 체계화시키는 학술적 의미도 크다. 그는 현재 의정부시 주관으로 국제가야금페스티벌을 2년째 열고 있다. 3회가 되는 내년도 페스티벌에서 이 <1004금의 어울림>을 펼칠 것이다. 미군이 쓰던 의정부 비행장의 넓은 활주로 위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남녀 1천 4명이 제각기 가야금을 타고 있을 광경은 상상만 해도 흐믓한 일이다. 문재숙 교수는 둘째딸 ‘이하늬의 엄마’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문교수를 인터뷰하면서 탤런트이자 미스코리아인 이하늬에 대해 얘기 나누지 않을 수 없다.

“하늬 얘기가 나오면 걱정이 70%, 대견스러움이 30%예요. 조마조마, 조심조심 그렇지요. 인터넷 열고 ‘이하늬’ 검색해봐서 별일 없으면 ‘오늘은 무사히 잘 지나갔구나’ 안심한답니다.”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강하고 털털했던 둘째딸.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츄리닝 복 대신 드레스를 입고, 내가 도저히 사줄 수 없는 고가의 가방과 옷도 협찬 받으니 참 묘하지요?”하고 웃어 보인다. 맏딸 슬기와 둘째딸 하늬 모두 서울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했고 엄마 뒤를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모범생이었던 슬기는 예정된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고 부산지법 판사와 혼인하여 순탄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이하늬는 최근 동료연예인 윤계상과의 열애설을 인정하고 공개 연애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교수의 반응은 소탈하기만 하다.

 

“에그, 그냥 딸 하나를 뺏긴 기분이지요. 하지만 둘이 진정 서로를 사랑한다니 지켜볼 밖에요. 게다가 드라마의 주연도 맡아하고(SBS 주말극 <모던 파머>)...자기 분야도 아닌 곳에 가서 저만큼 당당하게 성공을 하는데... 나는 이만 손을 놔야겠다 싶어요. 더 이상 참견하면 방해만 되겠더라고요.”

 

그래도 이들 세 모녀는 해마다 가야금 합동 연주회를 함으로써 하늬의 ‘가지 않은 길’의 아쉬움을 달랜다. 이번에 엄마가 계획하는 <1004금의 어울림>에 대해 슬기는 물론 하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5년 가을 의정부 비행장에는 문재숙, 이슬기, 이하늬 세 모녀를 필두로 1천4명의 천사가 금(琴)을 타는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글 김현숙 前 TV저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