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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jpg

 

 

혁명(革命)이 없었던 역사

 

서양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었던 동양사회!

이것이 세계 문명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이유이자 그 자리를 서양에 내주게 된 이유다.

 

글 남경태 (인문교양서 저술가)

 

 

 

 

혁명2.jpg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릴 때 품었음직한 유치한 질문을 역사에 제기해 보자. 과거에 동양과 서양이 정면대결을 였다면 어디가 이겼을까? 순전히 상상으로 답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15세기까지는 동양이 이겼을 것이다. 단순히 군사력만이 아니라 인구, 경제력, 행정력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양은 서양에 크게 앞섰다. 단적인 예로, 군대의 규모만 봐도 7세기에 수나라의 고구려 원정군은 무려 113만 명이었던 데 비해 서양의 경우 고대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군은 불과 4만 명이었고 17세기 30년 전쟁에서도 4만 명이면 여전히 엄청난 대군이었다.

 

하지만 15세기 이후 그 관계는 역전되었다. 서양사에서 제국주의시대라고 불리는 18~19세기에 서양은 동양을 사실상 정복했으며, 그 여파로 오늘날에도 정치적 정복은 아니지만 경제, 문화, 제도에서 서양 문명이 글로벌 문명의 토대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동양은 왜 서양보다 앞서 선진 문명을 일굴 수 있었고 왜 나중에는 뒤지게 되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한 가지다.

동양은 서양보다 훨씬 먼저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었다. 이 점은 동양이 오랫동안 세계 문명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이유이자 결국 그 자리를 서양에 내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철도와 기차가 발명된 19세기 중반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보의 전달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를 능가하지 못했다. 굳이 더 빠른 것을 찾자면 봉화와 전서구가 있겠지만, 봉화는 간단한 정보밖에 전달하지 못했고 전서구는 비둘기가 남의 손에 들어가거나 중간에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 확실한 정보 전달 수단이 되지 못했다.

 

서양의 역사가들은 그런 환경에서도 동양 사회가 일찍부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중국의 경우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대륙을 통일한 뒤부터 신해혁명이 일어난 1911년까지 2천여 년 동안이나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수직적 제국 체제가 유지되었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온갖 정보와 중앙 정부의 행정 명령이 각 지역으로 전달되는 데 며칠이나 몇 달이 걸리는데 어떻게 중앙집권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을까?

 

동양식 왕조는 오늘날처럼 정보를 바탕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아니라 한반도 정도의 면적만해도 원활한 정보의 전달은 불가능했다. 이런 조건에서도 중앙 권력의 힘이 각지에까지 뻗었던 이유는 바로 지배자의 권위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의 구심점인 지배자의 권위는 하늘이 부여한 것이었다. 그래서 동양의 지배자는 늘 천리(天理)를 내세웠다. 전란이 일어나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도 군주만은 살아야 했던 이유는 천리를 받는 주체가 사직(社稷)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식 왕조에서는 국민들보다 사직이 살아 있어야 국가가 존속할 수 있었다. 사직은 정치적 권위의 근본이었다. 이에 비해 서양의 역사에서는 한 번도 동양식 왕조처럼 지배자가 절대 권력을 누린 적이 없었다. 서양사에서 동양식 왕조에 가장 근접한 왕조들이 등장하는 시기는 17~18세기의 절대주의 시대지만, 명칭이 무색하게도 그 시기 유럽 군주들의 왕권은 동양의 지배자에 비하면 전혀 절대적이지 못했다. 고대에는 한 명의 절대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국가 체제가 훨씬 더 진보적인 체제였다. 동양이 모든 면에서 서양을 앞섰던 이유는 거기에 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일찌감치 안정적인 권력구조와 사회구조를 갖춘 탓에 동양에서는 사회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왕정, 과두정, 공화정, 대의민주제 등이 여러 차례 실험된 서양에 비해 동양 세계는 처음에 찾아낸 정답에만 내내 집착했을 뿐 체제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바로 혁명이 부재한 역사였다.

 

혁명3.jpg

 

산업혁명의 상징 증기기관과 주도권 상실의 상징인 아편전쟁

왕정, 과두정, 공화정, 대의민주제 등이 여러 차례 실험된 서양에 비해 동양은 처음에 찾아낸 정답에만 내내 집착했을 뿐 체제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았다. 이것이 세계 문명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이유이자 그 자리를 서양에 내주게 된 이유다.

 

당대에는 큰 고통이겠지만 혁명은 역사를 강하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마약을 끊는 고통을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듯이 구체제의 오랜 역사적 폐단을 근절하는 고통은 무용한 고통이 아니다. 지배자가 늘 전제 권력을 누렸고 피지배계급이 늘 충심으로 복종했던 동양의 역사에서 부재한 것은 바로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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