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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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에서 만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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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가면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한국의 노선버스가 양곤 시내를 오가는 것.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신기해서 즉시 카메라를 찾는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버스에 한글이 쓰여 있어야 진짜 한국산 버스로 믿는다는 것. 가슴이 뿌듯해진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인도에 가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기사가 백미러로 힐끗 보더니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물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대뜸 휴대폰 얘기를 했다. 자기 딸이 좋은 대학에 갔는데 입학 선물로 삼성 휴대폰을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딸에게 신형 삼성 휴대폰을 사주고 자기는 딸이 갖고 있던 중국산 휴대폰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딸이 대학 들어간 것보다 삼성 휴대폰을 가지게 된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반년 사이에 미국을 두 번 다녀왔다. 미국의 최남단 섬, 키웨스트(Keywest)에 갔다. 마이애미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던 곳을 찾아가던 중 부근 골목길에서 차가 2대 주차돼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대는 현대 투싼, 다른 한 대는 기아 포르테였다. 맙소사, 좁은 골목이 한국 차로 점령돼 있다니.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봤다.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섬에 한국산 자동차를 파는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자동차를 파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현대·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 정도였다.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그 나라의 힘을 상징한다.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경제가 뻗어 나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주저앉아 있다. 요즘에는 휴대폰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구별하기도 한다. 자동차와 휴대폰을 동시에 수출하는 나라는 지구상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서 10개국이 채 안 된다. 해외에서 만난 한국 제품은 그래서 우리에게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는 말라위는 1인당 GNP 300여 달러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이 나라의 수도 리롱게(Lelongwe)에는 국제공항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공항은 1980년대 초 우리나라의 공영토건이 지었다. 당시 중동 의 건설 경기가 퇴조하자 사우디에 있던 중장비를 말라위로 옮겨 국제 입찰을 통해 수주했다. 당시 공영토건 현장소장의 따님이 자라서 말라위 한인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부터 30년도 훨씬 전인 1980년대에 이 먼 곳까지 와서 공영토건이란 한국 기업이 국제공항을 지었다니 놀랍다. 이렇게 진취적이었던 회사는 당시 장영자 사건이라는 정치적 스캔들에 휩싸여 지금은 사라져버렸다. 이런 기업이 계속 성장했더라면 우리의 경제 영토가 얼마나 넓어졌을까. 새삼 한국의 정치가 야속해진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 안을 살찌운 공영토건의 기업가 정신만은 계승됐다. 말라위에 있는 100여 명의 교민들은 무역으로, 건설로, 호텔로, 식당으로, 부동산 개발로 말라위 경제에 기여하면서 잘살고 있다. 그리고 모국의 제품을 거래하거나 모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안에서 못한 애국을 밖에서 실천하고 있다. 

 

길거리에 서 있는 대형 입간판만 봐도 반가움과 자부심을 같이 느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외국에 국빈 방문 가서 길거리의 한국 대기업 광고판이 너무 반가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개선문 사거리에는 LG전자의 광고판이 있다. 우리로 치면 남대문시장 같은 곳에는 가게마다 LG 광고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 버펄로의 하얏트 호텔이나 아디스아바바의 호텔방 TV는 모두 LG 제품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 옥외 광고판 120여 개가 하룻밤 사이 철거됐다. 사전 통보도 없었다. 한국 옥외 광고 기업이 2025년까지 사용권을 갖고 있었지만 베이징 시 당국이 환경 정비를 이유로 갑자기 철거해버렸다. 기업의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라 우리의 자부심에 상처를 준 막가파식 행정이었다. 사드, 북핵 등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냉혹한 국제 질서를 광고판이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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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에 갔다가 지갑을 분실한 적이 있다. 그 안에 신용카드도 있어서 경찰서에 분실신고를 하러 갔다. 경찰관은 신용카드 발행회사를 묻다가 삼성카드라고 하자 눈을 크게 뜨면서 되물었다. 휴대폰 만드는 삼성이 카드도 하냐고? 당시 워싱턴 시내에는 갤럭시 X의 출시를 앞두고 대형 광고판이 곳곳에 있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애플이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회사를 가지고 있나? 이런 의문이 순간적으로 스쳐갔던 것 같다.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 있을 때 우버를 아홉 번 탔다. 참 편리했다.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가 없어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줬다. 더구나 한글 앱을 사용하니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하차하면 바로 서비스를 평가해달라는 문자가 온다. 5개의 별로 평점을 매겨 달라는 것. 평점이 낮으면 다음 배차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그러니 기사들이 친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쓰지 못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인데 언제까지 물건 잘 만드는 것만으로 먹고살 건가. 가슴이 답답했다. 한국 사람은 차를 참 잘 만든다. 그러니 잘 팔린다. 피츠버그 시내를 한 20분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승용차를 세어보니 총 47대, 그중 7대가 현대·기아차였다. 9대의 우버 차량 중 2대가 현대·기아차였다. 거기다 운전자의 반 정도는 삼성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우리의 자랑스런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나라를 살찌우고 있고, 나라 밖에서는 공유경제라는 거대한 영역이 새로 태어나고 있다. 그런데 규제가 한국의 소비자를 갈라파고스에 가둬놓고 있다. 잘 만들어진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유경제의 거대한 플랫폼 위에서 남의 나라 소비자만 살찌우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숙박했던 에어비앤비 숙소도 그러했다. 냉장고나 TV는 모두 LG 제품이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물건을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심지어 방도 하나 없다. 그러면서도 이 회사는 세계 최대 가전 회사인 LG나 130만 개의 객실을 보유한 최대 호텔 체인 매리어트보다 훨씬 큰 기업 가치를 자랑한다. 모두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낸 새로운 영역이다. 이런 곳에 눈을 떠야 한다. 성장하는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효과를 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이다.


최근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밖에서 만난 한국 기업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어렵다는 것은 늘 있던 얘기고 이걸 극복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주재원들의 반응은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하고 뿌듯하게도 한다. 이들이 곧 애국자, 경제 전쟁 시대의 의병들이다. 정부의 뒤처진 경쟁력,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 이들이 주도하는 경영 환경이 야속하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버티고 있는 한 우리 경제 또한 밝다는 것이 밖에서 만난 한국 경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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