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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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대나무를 심자

 

함기수
前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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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대나무를 심자함기수前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칵테일파티나 잔칫집은 언제나 화려하고 시끄럽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섞여서, 저마다의 식견과 관심사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유익한 지식과 정보가 오갈 터이다. 그러나 아무 관심사나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단지 소음에 불과하다. 칵테일파티 효과라는것이 있다. 파티의 참석자들이 시끄러운 주변 소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자들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집중해 받아들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구석진 곳에서의 ‘덩샤오핑’이라는말이 들린다.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드렁큰 타이거’라는 소리가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얘기는 귀에 들리는 것,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지각(selectiveperception)’ 또는 ‘선택적 주의’라고 한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문동(文同)이라는 문인이자 화가인 사람이 있었다. 자는 여가(與可)로 인품이 고결하고 박학다식하며 시문과 글씨,특히 대나무 그림(竹畵)에 뛰어나 후세에 묵죽(墨竹)의 창시자로 추앙받았다. 평소 그를 가까이하며 존경해 왔던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해야 한다(故畵竹,必先成竹于胸中)’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여가가 대나무를 그리려고할 때는, 가슴속에 이미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與可畵竹時,胸中有成竹)라고 했다. 이는 흉유성죽(胸有成竹), 즉 대나무를 그리기 위해서는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하는 바, 모든 일을 하는 데에는반드시 마음속에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문동(文同)의 대나무 그림이 그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나무를 좋아했고 대나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 자기집 앞뒤 마당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가득 심는다. 그리고 그는 날마다대나무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죽림(竹林)에 들어가서 대나무가 자라는 모습, 가지 치는 상태, 잎이 우거지는 모습, 죽순이 나오는 모양과 자라는 모습, 대나무의 길이와 굵기, 댓잎의 모양과 색깔 등을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대나무의마디가 많아야 수십 개, 눈을 감으면 마디가 보이고 마디가 흐트러져도 다시 곧을 걸 알았다. 이렇게 하며 날이 가고 달이 흐르자 어떤 계절, 어떤 날씨, 어떤 시각의 대나무 형상이라도 모두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게 됐다.
전국 시대 위(衛)나라에 계량(季梁)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길을 가는데 마차를 타고북쪽으로 가는 사람을 만났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남쪽에 있는 초나라로 간다고 했다.그렇다면 당연히 남쪽으로 가야할 것이지 왜 북쪽으로 가느냐고 묻자 그가 쓸데없는 참견이라며한 대답이 이러하다. “방향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냐, 어느 쪽으로 가든 길은 결국 초나라로 통해 있을 것이다. 나의 말은 준마라서 아주 잘 달리고, 마부는 말몰이 솜씨가 뛰어나며, 또한 나는 노자까지 두둑하다” 남원북철(南轅北轍),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위왕(衛王)이 조나라를치기 위해 무리한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계량이 왕에게 천하제패라는 목표와 전혀 부합되지 않은 행동임을 간언하면서 예를 든 것으로, 오늘날 마음과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여기에경제적 보수가 따른다면 이를 가장 성공한 것으로여기면서 부러워들 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주변에는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목표와 꿈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있으되 언감생심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사는 것이다. 대나무를 그리고자 하나 대나무를심을 앞뒤 마당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나무의 성장과정을 관찰할 여유는 더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스승이 귀한 시절이었다. 알고 싶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문동은 직접 대나무를 심어야 했다.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하루에도 수 없이 좋은 말과 유익한 정보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쏟아져 들어온다. 내가 원하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시공을 초월해 세계 모든 석학들의 의견과 함께 지천으로 주변을 흘러 다닌다.대나무에 대한 모든 것이 친절한 스승으로 주변에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나무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목표와 관심사가 없는 사람에게 칵테일파티는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 국자는 평생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고 한다. 그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모르면서 아무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10년 넘게 있었다고 영어를잘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살면서 시진핑의 임기를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내가 영어를 잘 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그리고 내가 중국을 배우고 더 알아서 앞으로 중국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없다면, 그는 그저 흘러간 허송세월을 후회할 가능성이 많다.
자료(Data)가 나의 소중한 정보(Information)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 정보에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이를 통해 느끼고 터득하게 되었을 때, 이는 나의 지식(Knowledge)이 되고 지성(Intelligence)이 되며, 나의 지혜(Wisdom)가 된다.이 과정은 내가 이루고 싶은 일, 즉 꿈과 목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우선 대나무를 그려 보도록 하자. 그리고 소박하지만 마음속에 대나무를 심도록 하자.그러면 소음 속에서 대나무 소리가 들릴 것이다.안개 속에 자리하고 있던 많은 스승들이 문득 내옆으로 다가와 나의 빈 손에 마차의 채찍을 들려줄 것이다.무언지도 모르고, 자신의 알량한 마차와 노자 돈을믿고 남으로 갈 길을 북으로 방향 잡지는 말아야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을 올바르게 갖고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에 있는 말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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