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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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즐거움.jpg

 

 

 

美에 대한 탐구는 진(眞),선(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지성이 동트던 기원전 6-5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대 희랍에서 미는 비례와 균형, 조화와 통일과 같은 수학적 법칙으로 존재하며,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자연, 무엇보다도 완벽한 인간의 신체를 통해 나타난 미는 그 자체 선이었고 즐거움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도 미가 인간의 감각이나 지각능력에 관련된다는 것을 주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미의 감각적 특질은 신적 경지에 도달하려는 예술가의영감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르네상스기에 들어와 예술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신이 만물을 창조하여 전 우주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했듯이 예술가들은 예술품을 통해 미를 구현하여 인간세상을 풍성하게 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신세계를 비롯한 지리상 발견에 의해 번창한 상업과 교역의 주인공인 누보 리치 부르주아들의 예술품에 대한 대대적인 수요가 있었다. 새로운 산업으로서 예술작품이 대량생산되면서 좋은 예술작품의 선별 문제는 부르주아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미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사회적,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1750년 독일 철학자 바움 가르텐(Baum Garten)은 미학(Aesthetics)이라는 이름으로 미와 예술에 관한 학문을 제시했다. 미학, 즉 에스테틱스는 희랍어로 감각적이라는 뜻을 가진 에스테티코스(aisthetikos)에서 유래한다. 바움가르텐은 어떤 사물이나 행위의 객관적인 특질로 인식되었던 미를 감각의 문제, 즉 취미의 문제로 환원한 것이다. 이제까지 ‘미는 쾌감을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쾌감을 주는 것은 미’라는 출발점에서 미가 재 정의된것이다. 이것은 미의 본질보다 미의 판단에 주목한 것이며, 개개인의 주관적 취향이 미적 판단의 기준이 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개인적 취향에 관한 보편적 합의, 즉 사회적 미적 판단의 일반원칙을 탐구하는 학문인 미학이 태어난 시대는 계몽주의 사상이 진전되던 때였다. 계몽주의를 지배하던 부르주아의 이성적, 합리적, 과학적 성향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과학과 인문, 예술 모든 방면에서 절정에 달한 듯 했다. 전기가 발명되어 전화, 축음기,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자동차와 비행기가 발명되어 탱크부대와 공군이 창설되었는가 하면 노벨상이 제정되었다.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예술가들은 옥외로 나와 눈부신 빛 속에서 그들의 인상에 각인된 갖가지 꽃들과 자연의 모습, 아름다운 여인들을 화폭에 등장시켰다.

 

이 아름다운 시대, 이른바 벨 에포크는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사라졌다.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끔찍한 세상이 펼쳐짐과 동시에 약속이나 한 듯 예술에서 미는 사라졌다. 부르주아 세계의 불의와 위선, 멍청함에 항의하는 예술가들은 모더니즘, 다다이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이름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의 예술작품에서 미와 기쁨을 제거했다. 왜 전범들의 세상을 찬양할 것인가? 미는 완전하고 좋은것이라는 고대의 미론이 부정되었고, 미적 판단에 의해 공유된 미감은 사회적 공감이며 이는 보편적 합의라는 계몽주의 미론의 허구성이 폭로되면서 미와 예술의 재정의가 불가피해졌다.

 

미가 제거된 예술은 예술인가? 예술에서 미가 사라지면 가치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추하고 불편한 현대 예술품을 대면하며 쏟아진 질문이다. 그 답은 예술의 목표는 더 이상 미가 아니며, 예술에서 미는 단지 우연적이라는 것이다. 예술에서 미를 추구했던 예술가들은 예술에서 더 큰 것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모든 재능을 동원하여 쾌감을 주는 미를 표현해왔던 예술가들은 그들을 구속했던 법칙과 형식에서 벗어나서 오직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자신들의 감정과 이념을 표현하는 작업을 본업으로 삼게 되었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역사와 문화, 사회적으로 인간의 절실한 관심사를 환기시킬 때 미는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있지 않을 수 도 있다.

 

이제 미는 예술에서 필수적 요소가 아니다. 그만큼 미의 거부는 예술의 대세로 자리 잡은 듯하다. 여기에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미의 우월성을 찬양해온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대한 수치감과 반성도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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