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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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는 첨단 과학 기술이 다른 학문과 서로 융합해 발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는 기존의 질서와 가치관을 끊임없이 재편해 가는 과정에 있다. 글로벌화하는 시대에 당연히 외부로 시선을 돌리며 개방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내부로 눈길을 돌리며 우리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다.

 

첫째, 한국의 창조적 역사 발전은 소통과 화합의 인문정신을 기본으로 하며 조화를 이루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실천한 대표적 인물로는 신라시대 선덕여왕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라에만 3 명 의 여왕이 존재하는데, 선덕여왕은 그 중 최초의 여왕이다. 632년에 즉위한 선덕여왕은 정확한 시대적 통찰력을 가지고 통일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김춘추, 김유신 등 통일의 역군을 양성하고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하며 통일을 위한 기반을 하나하나 갖춰 나갔다. 또 무엇보다도 통일을 위해서는 신라 내부의 단결과 민생 안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농민과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여러 복지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양 최초의 천문 관측대인 첨성대를 건립했다. 첨성대는 뛰어난 과학 문화유산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선덕여왕이 백성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탄생시킨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더 가치가 크다. 이는 과학적 창의성도 인문주의 정신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정신문화유산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정신문화는 인간주의 정신으로 희망의 세계를 제시해 왔다. 한국의 역사에서 주요 이념 축으로 작용해 왔던 유교는 인간 중심을 표방하고 있는 사상이다. 인간을 중시하고 보다 완전한 인간이 되기를 추구하면서 유교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정치 이념을 제시하였다. 

이런 인간을 소중히 아끼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한 왕은 세종대왕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1396~1450,재위기간 1418~1450)은 조선이 지향하고 있던 인간주의적 이상을 실제 정책에 성공적으로 구현해 한국 역사상 최고의 리더로 꼽히고 있다. 그의 인간주의 정신은 수많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발명품은 한글이다. 한글은 글자 제작의 원리가 매우 과학적이며 배우기 쉽고 조직적이며 다양한 표기가 가능하다.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약 8,000개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어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말과 중국말이 서로 다르며, 한자를 사용하는 데서 겪는 백성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한글이라는 과학적 문화유산이 탄생하게 된 것은 백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과 배려 때문이었다.

세종의 인간주의 정신에 기반을 둔 포용의 리더십으로 세종은 백성들에게 희망의 세계를 열어줬다. 천문 관측기구인 혼천의(渾天儀), 간의, 해시계,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 강우량 측정 기구인 측우기 등의 문화유산은 바로 농업생산력을 높여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세종의 인간주의 정신의 결과물이다.

 

셋째, 한국 역사 문화 속에 담겨진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조화이다.

우선 신사임당의 예술 세계에 펼쳐진 자연 사랑이다. 16세기에 살았던 신사임당(1504~1551)은 그림, 글씨, 학문, 바느질, 자수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고, 현재까지도 몇몇 예술 작품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조선의 대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의 어머니로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하였다는 점에서도 유명하다.

그림 하나를 통해서도 그가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연을 묘사하고, 자연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소망을 표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면서 함께 더불어 호흡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이러한 사임당의 마음은 사실상 전통 시대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한편, 서원의 문화유산을 통해서도 지성보다는 인성 교육에 인간의 순리를 자연의 이치에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가치 지향의 교육과 당장의 성과보다는 시대에 책임을 지고 내일의 참된 길을 열어가는 차세대 교육의 열정들이 새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넷째, 나눔과 베풂, 배려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실천해 왔다.

조선 후기 제주 여성 만덕(1739~1812)의 일생은 바로 나누고 배려하는 삶의 대표적 표상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정조 20년 기사에는 제주 기생 만덕이 재물을 풀어 굶주리는 수천 명의 백성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만덕의 사랑과 나눔의 미덕은 따뜻한 세상을 열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애의 실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게 아낌없이 환원했다. 만덕의 나눔과 베풂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세계화와 개방화, 융합화의 시대적 추세 속에서 인류는 당면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인류 평화와 복지 증진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과연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깊이 사색할 때, 한국의 정신문화에 깃들어 있는 화합과 소통의 정신, 인간주의적 사랑, 인간과 자연의 조화, 나눔과 베풂의 정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진정성은 바로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한국인들이 지향해 왔던 정신문화는 결코 박제화 된 관념의 집합이 아니다. 삶 속에서 살아 움직여 왔던 정신이며,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빚어진 삶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역동성의 원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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