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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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은 ‘패권경쟁’보다는 ‘전략경쟁’ 양상에 가깝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국력에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양상, 즉 패권경쟁(hegemonic competition)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긴 힘들다. 그리고 현재 미중 경쟁 양상은 패권경쟁의 핵심 지표 중의 하나인 패권국의 동맹 이반 현상, 즉 중국의 힘이 미국에 근접하게 되어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동요하면서 중국쪽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동맹전이(alliance transition)’라고 하는 현상이 유럽이나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 미중관계는 정치·경제·외교·안보를 망라하는 세계관 및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갈등하는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략경쟁의 결과에 따라 패권경쟁으로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첨단기술 분야에 한정시킬 경우 미중 간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어 ‘패권경쟁’에 가깝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입지가 워낙 탄탄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전인 2015년 리커창 총리를 통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제조 2025’라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해양공학, 고속철도, 고효율 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농업기기, 신소재, 바이오 등 중국의 미래를 이끌 10대 핵심 산업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계획이 짜여졌다. 향후 산업과 국제 질서를 재편할 기술은 5G를 비롯한 통신기술, 우주기술, 양자 컴퓨팅 기술이다. 그런데 최근 5G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하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는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클린 네트워크는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들이 중국을 배제하는 정보통신기술 (ICT) 네트워크에 참여해 5G 이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가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것을 막자는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시작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클린 네트워크에 가입한다고 해서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끊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국이 클린 네트워크 가입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 ICT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포괄적 분야가 아니라 ICT에 한정해서 한국이 미국 주도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 (win-win)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미국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곧 중국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개되고 있는 기술패권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코로나 백신이나 기후변화와 달리 미중 간 협력의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클린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곧 중국 주도의 네트워크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클린 네트워크는 일반 소비제품을 미국이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플랫폼과 연관된 문제이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발주자가 플랫폼의 표준과 규칙을 미리 정해놓으면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들을 거의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공간이 된다. 미국은 이 문제를 가치의 문제와 연결 짓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플랫폼이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가진 중국이 ‘비민주적으로’ 통제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특히 빅데이터와 AI 등을 시진핑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이미 중국이 이용하고 있듯이 국가 간 관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현재, 세계 경제 규모의 2/3에 해당하는 주요 50여 개국과 180개의 통신회사들이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클린 네트워크 선택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은 ‘반도체 전쟁’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이다. 아무리 빅데이터와 초고속 통신기술이 있어도 반도체가 데이터를 처리해 주지 못하면 AI에서 앞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ZTE, 화웨이, 그리고 플랫폼 회사인 틱톡, 위챗 등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12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한국, 대만,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 CEO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 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내 투자를 강조했다. 이틀 후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중국의 대표적 수퍼컴퓨터 회사인 피튬(Phythium)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대만 차이잉원(蔡 英文) 민진당 정권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중국을 제치고 미국쪽에 서는 대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독립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는 ‘은밀한 거래’를 우려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동시에 중국의 고도성장 기간동안 반도체 생산에 연구와 투자를 게을리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4차 산업에선 반도체, 특히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가 핵심이라고 한다. 군사력의 첨단 과학화와 스마트 국방혁신은 시스템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중국이 한국에 뒤진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중국의 10나노 수준보다 훨씬 앞선 7나노와 3나노급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가졌다가 한국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일본도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 참여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결의다. 반도체의 원조이자 최고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대만, 한국,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게 함으로써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3개 분업 구조인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위탁) 제작 모두를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주도로 대만-한국-일본-미국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공급 망 재구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 망 재구축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클린 네트워크보다는 복잡한 문제여서 우리의 참여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나, 미국과 긍정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올 4월 28일자 중국 관영「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거칠고 예측불가능(brutal and unpredictable)’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광범위하고 예측가능(extensive and predictable)’하다고 표현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대결(confrontation) 일변도였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대결, 경쟁(competition), 협력(cooperation)을 혼합해서 구사하는 것으로 보았다. 전방위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관계 악화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글로벌 타임즈가 중국정부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는 매체는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차별성을 지적한 부분은 현실과 상당히 부합해 보인다.

 

미중 경쟁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중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예: 기후변화, 백신)를 중심으로 한중 협력을 도모하고 협력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결 분야(예: 정보통신, 반도 체)는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중 간 협력과 대결의 중간에 위치하는 경쟁 분야(예: 해양질 서)에서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패권경쟁과 같이 대결적 분야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명료성을 가지고 선택을 내려야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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