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화를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 김진혁

by 선농문화포럼. posted Feb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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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화를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새해가 되면 목표로 삼는 것이 하나 있다. 자꾸 욱하는 나로부터 벗어났으면 하는 기도를 드린다. 화를 조절하기 위해 심리학, 문학, 철학책 등을 읽고 마음 다스리는 강의와 설교도 자주 들었다. 심지어 명상 수련을 하면서 호흡과 감정누르기 등도 공부했지만, 정작 갑자기 나오는 화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화를 내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을 하버드대학에서 실험했다. 화났을 때의 숨을 유리관에 담으면 담황색 찌꺼기로 변한다고 한다. 이것을 쥐에게 주입하면 쥐가 몇 분 내에 죽는다. 1시간 동안 분노의 감정을 모으면 80명까지 죽일 수 있는 독소가 생긴다는 것이다. 분노의 감정은 백해무익하다. 화는 상대보다 자신을 먼저 죽게 한다. 


나만 불행한가?
더운 여름날, 한 청년이 배가 고파 햄버거 가게에 들러 햄버거 하나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야외 벤치 그늘에 홀로 앉아 땀을 식히며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때 으리으리한 고급 자동차 한 대가 햄버거 가게 앞에 멈췄다. 차에서는 비서인 듯한 젊은 사람이 내리더니 햄버거를 산 다음 차 안으로 들어갔다. 우연히 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을 보았다. 청년은 갑자기 화가 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누군가가 사다 주는 햄버거를 저런 멋진 차 안에서 편히 앉아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청승맞게 공원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먹고 있는 내 신세가 정말 처량하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런데 같은 시간, 자동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노인은 벤치에 앉아 햄버거 먹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저 청년처럼 다리가 건강해서 햄버거를 사먹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좁은 차 안에서 먹어야 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고 분하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생각하는 차이가 천양지차다.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존재 자체에서 나오기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노와 다른 이와 비교하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말한다. “인간은 조작하기 위한 하나의 돌이다. 여기에 신의 모습을 조각하기도 악마의 모습을 조작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판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부동산 시세가 떨어질 듯 예상해 팔았는데 팔고 몇 달도 안 되어 그만 몇 억이 올라버린 것이다. 그 이후 살던 동네 근처만 가도 울화통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도대체 아파트 한 평 값이 1억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을 모두 팔면 캐나다 두 개 산다는 거품 소식에 분노한다. 우리나라 땅의 100배가 되는 캐나다 땅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달랑 강남 아파트 한 채만 있는 퇴직자의 경우에도 화가 치밀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래저래 우리 사회는 분노와 화의 사회로 바뀌었다. 


세상에 왜 이렇게 화나는 일이 많을까?
왜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낸 이후에 금방 후회할까?
화 좀 안 내고 살 수는 없는가?
왜 가까운 사람일수록 작은 실수에 더 화를 내야 하는가?화가 날 때 소리치면 기분이 나아질까?
생활 속에서 화를 다스리고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네가 나에게 고통을 주었으니까 나도 너에게 그대로 갚아주면 내 기분이 나아질까?


화에 맞서지 말라
화를 풀기 위한 분풀이는 오히려 고통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화를 발산하는 것은 단숨에 화의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낼 뿐 화의 뿌리는 거기 그대로 존재한다. 화를 무작정 발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화를 표출한다고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거나 화가 줄어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화를 내는 예행연습에 불과할 뿐이다. 자기 마음을 성찰하고 마음의 불을 끌 수 있는 의식적이고 깊은 호흡, 습관적 걷기, 화를 보듬기 위한 자신의 본성 들여다보기, 타인의 내면 들여다보기 등이 좋다. 어떤 종교의 사상을 믿든 가르침을 머리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실천할 때 비로소 변화가 나타난다.


화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이다. 화는 보채는 아이 같다. 화가 난 아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머니가 품에 안아줘야 하지 왜 화를 내느냐고 묻고 따져서는 곤란하다. 화는 무지와 비교하는 그릇된 인식, 이해와 연민의 결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날마다 마음속에 화의 씨앗이 자란다. 밥그릇에 작은 모래라도 섞이면 모래를 골라낼 수 없다. 화 자체를 인정하고 자신과 남을 포용하라. 화를 억압하고 싸워야 하는 존재가 아닌 다뤄야 할 존재로 인식하라. 화를 제대로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지혜의 첫걸음이다. 화에 맞서지 말고 끌어안아라. 그리고 행복을 연습하라.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올해도 다시 도전할 것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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