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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에 올라

 

안종선

성보풍수명리학회장

 

해마다 신년(新年)의 첫날이면 산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목적도 각각이다. 신년을 맞이해 기념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재촉하거나 나름의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에 산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신년이 되어 산에 오르는 사람 중에는 해맞이를 하러 오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해마다 그해의 첫 하루, 즉 신년 첫날에는 명산(名山)마다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인산인해(人山人海)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른다.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태백산, 무등산, 금정산, 계룡산, 월악산, 관악산, 우리가 알고 있는 명산마다 신년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오르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뿐인가. 해돋이의 명소라고 알려진 곳은 한두 곳이 아니다. 동해의 추암(湫岩)은 물론이고 정동진(正東津)과 간절곶, 두무진까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 해의 시작을 축복하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가족과 개인의 안녕뿐 아니라 나라의 발전에 대해 기도하고 축원한다. 


신년이 되면 나는 영흥도(靈興島)로 향한다. 영흥도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속한 섬이다. 2001년에 영흥대교가 개통됐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23.7km 떨어져 있으며, 동쪽 1.2km 지점에는 선재도가 있다. 영흥도에 가기 위해서는 안산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야 한다. 시화호를 건너 대부도를 지나야 한다. 이어 선재대교를 건너 선재도를 통해 영흥도로 이어진다. 이로써 뭍과 이어진 영흥도는 인천 앞바다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뱃길로 1시간이나 떨어진 외롭고 먼 섬이었다. 영흥대교의 개통은 이곳 사람들에게 크나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영흥도라는 명칭이 재미있다. 옛날 중국에서 오던 배가 풍랑을 만
나 암초에 부딪혀 파손돼 침몰 직전에 있었는데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구멍을 막아 육지로 인도해줬다. 그 뒤 신령이 도와준 섬이라 해 영흥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럴듯한 곳에는 그럴듯한 지명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듯한 지명에는 그럴듯한 전설이나 설화 따르기 마련이다. 다른 유래를 보면 원래 명칭은 연흥도(延興島)였으나 고려 말 익령군(翼嶺君) 왕기(王奇)가 정국의 불안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온 식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피신하면서 익령군의 영(靈)자를 따서 영흥도(靈興島)라 칭했다고 한다.


나는 경기도 구리에 산다. 구리에서 영흥도까지는 제법 먼 거리다. 그럼에도 새해가 되면 해맞이를 위해 영흥도로 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영흥도의 전설 때문이 아니다. 영흥도의 명칭 때문도 아니다. 내가 영흥도로 해맞이를 가는 이유는 섬의 이름 때문이 아니다. 물론 이곳에 전하는 전설 때문도 아니다. 영흥도의 주산(主山)인 국사봉에 가는 것이다. 영흥도의 가장 높은 산은 국사봉이다. 국사봉은 해발 123m 높이를 가진 산이다. 물론 이 정도 높이의 산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난 강원도의 지세와 비교하면 이 정도의 높이는 뒷동산 정도다. 그러나 바다에 연한 섬이나 해변에서 이 정도의 높이는 매우 높은 고도이다. 어쨌든 국사봉은 영흥도 최고봉이다. 나는 여러 번에 걸쳐 국사봉에 올랐다. 밤에 오른 적이 있고 낮에도 오른 적이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섬 전체가 불러나 온 듯 한눈에 들어온다. 백령도 방향도 보인다. 이곳에 국사봉이라는 이름이 있게 된 이유가 있다. 고려 왕족의 후예들이 봉우리에 올라 잊혀가는 나라를 생각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국사봉(國思峰)이다. 나는 국사봉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곳에 온다. 국사봉이라는 이름이 이곳 영흥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제도의 국사봉도 나름 유명하다. 거제시 수월동과 옥포 뒷산으로 옥포만을 굽어보고 있는 산의 이름이 국사봉이다. 이 산은 조정의 신하가 조복을 입고 조아리고 있는 모습과도 같다고 해 국사봉이란 이름을 얻었다. 해발 464m의 산으로 영흥도의 산보다는 매우 높다. 이 산은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장군봉이라고도 불린다. 산 밑에는 장군발터가 있고 신선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장군보다 낮은 위치가 신선의 위치인가? 아무튼 이곳의 이름이 그렇다. 


전국적으로 국사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적지 않다. 완주(임실) 오봉산 국사봉, 인천 무의도 국사봉, 경시 성남시 운중동 청계산 국사봉, 금산8경에 드는 국사봉이 있다. 금산의 국사당은 국수봉(國帥峯 또는 國事峯)이라고도 한다. 부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 국사당(國師堂)이나 국사신당(國師神當)을 차려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즉, 하늘에서 내려오는 국수신(國帥神)을 모시는 곳이다. 국수신은 산신당(山神堂), 성황당(城隍堂)과 함께 동신신앙의 하나다. 국사봉이나 국수봉이라고 불리는 산 정상은 전국적으로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사봉은 바로 나라를 위한 제사를 지내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국사봉이 산재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은 하나같이 국가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고 염원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물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일개 국민일 뿐이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나와 나 가족은 물론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떠오르는 해에 빌어봄은 어떤가? 전국에 국사봉은 많다. 전국 곳곳에 국사봉이 있는 까닭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파트 옥상이라고 해서 국사봉이 아닐 수 없다. 반드시 국사봉을 찾아가지 않아도 좋다. 국사봉은 어디에나 있다. 새해 아침,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의 힘찬 기상으로 국가의 미래를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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