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농문화포럼. posted Jan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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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각국을 돌며 받았던 질문, 이제 대답할 때입니다.”
조환복 前멕시코 대사 인터뷰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前멕시코대사 조환복(영남대 석좌교수)은 37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생각해 오던 대로’ 인생의 흐름을 조금 바꿨다. 흐름의 계기는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들, 특히 개발도상국 국가 원수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중에서도 우간다의 무세베니 대통령과의 대화를 잊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빈이었던 무세베니는 농촌개발이라는 국가과제에 골몰해 있었다. 그는 조환복씨와 만나 다음과 같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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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 외국인 유학생에게 강의 중인 조환복교수

 

 

“자금이 준비됐고 관료제를 개혁했는데도 우리는 실패했다. 새마을정신 같은 마인드셋(mindset)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식 경제모델, 특히 70년대 새마을운동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고 부탁했다. “미얀마와 라오스, 나이베리아, 케냐 총리 등도 이구동성이었다”고 조환복씨는 말한다. “한국식 경제발전과 노하우에 대해 수없이 많은, 다양한 질문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그는 “이제 그 필생의 대답을 해줄 때가 됐다”고 결심했다. 특히 미래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대답을 정리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립국제교육원 등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자 장학금을 줘가며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제3세계, 후진국, 개발도상국의 학부생이나 석/박사과정 학생, 현직 공무원들,

 

 

2.jpg나는 타향에서 태어나 평생을 타국에서 떠돌았다.

주로 후진국에서 근무했다.
이방인 정서, 난민정서가 내게 있다.
가난하거나 부패한 조국을 떠나
한국땅에서 분투하는 젊은이들이
제 나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됐을 때
내가 가르친 것이 도움이 되기 바란다

이규용 (주)나자인회장(左)과 조환복 前 멕시코대사(右)

 

한국주재 상사원들과 같이 한국을 배우려고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마침 영남대학교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강의요청을 받았고, 흔쾌히 수락했다. 1975년 외무고시를 거쳐 외무부 공무원에 임용돼 직을 마친 후 2012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평생 국가 혜택을 받아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서 편하게살아왔다. 연금도 받는다. 이제 보답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1주일에 한 번씩 장거리 통근을 하며 3시간짜리 강의를 위해 30시간을 준비하는 교사의 삶으로전환하는 것은 어렵지만 즐거웠다. 국립도서관이 그의 주요 생활공간이 됐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실감났고, 무엇보다도 내 방식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전직 대사가 어쩌다 특강하는건 몰라도 커리큘럼을 짜서 전문 강사가 될 수 있겠냐고 여기던 사람들이 이제 조환복 강의에 대해 시각이 달라졌다.강의를 시작한지 만 5년, 그는 영남대에 올 수 없는 서울 등다른 지역 외국인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2014년에 한국경제발전연구회를 만들어 조환복 프라이빗스쿨을 열 준비를 했던 적도 있다.

“마음은 먹었는데 이를 실천하는 문제에 부딪히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학생모집에서부터 교육장을마련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고무엇보다도 돈이 들어야하니까요” 그의 오랜 친구이자 지인지감의 벗인 이규용((주)나자인 회장)이 그의 오른쪽 날개가 되어준 것이 이때이다. 첫해 두 학기 지원금 3천만 원과, ‘사단법인을 새로 만드는 대신에 선농문화포럼의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준 것도 이규용 회장이다.

“우리는 사대부중 1학년 때 만나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사이이다. 52년을 친구로 지낸 조환복의 마음속에 어떤 꿈이있는지 잘 안다”며 전제한 이규용씨는 “한국에 나와 있는해외의 관리들, 상사원들, 그리고 석박사급 학생들은 제 나라로 돌아가 사회의 리더가 될 사람들이다. <선농 리더십아카데미>를 마치고 돌아가면 친한파, 지한파가 될 것이아닌가? 국익을 위해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한 개인이 하려는 것이다. 앞으로도 리더십 아카데미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식 경제발전경험을 전수하는 아카데미가 지난 7월에 발족한 것이다. 각 대학의 외국학생 담당자, 동아리, 단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해 첫 학기에 모은 학생이 모두53명.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가 학생들이주종을 이뤘다. 첫날 강의에 온 사람은 34명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식사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선농문화포럼에서는 이들의 기호에 맞게 음식이나간식, 음료수까지 세심하게 챙긴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배우면 뭐하나,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우리나라 가보면 다 부패해있는데…’하던 학생들이 “돌아가면 내가 배운 걸 가르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그의 가슴이 뛴다. ‘친구들에게도 권하겠다’, ‘강의 내용이 정말 좋고 교수방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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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이다’ 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리더십 아카데미는 12월15일,14강좌를 모두 마치고 첫 수료식을 치렀다.

“나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인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산 피난지에서 태어났고 원조공여국이 된 오늘까지 살고 있다. 타향에서 태어나 평생을 타국에서 떠돌았다. 주로 후진국에서 근무했다. 이방인 정서, 난민정서가 내게 있다. 가난하거나 부패한 조국을 떠나 한국에서 분투하는 젊은이들이 제 나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됐을 때 내가 가르친 것이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수료식 날 조환복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속담 하나를 패에 새겨 나눠줬다.“The Best Time to Plant a Tree Was 20 Years Ago.When is the Next Best Time?” 나무심기 가장 좋았던 때는 20년 전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언제인가? 학생들은 대답을 알고 있다. “바로, 오늘입니다”
“개발도상국은 대개 해외원조, 즉 돈을 찾아 헤맨다. 원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정신을 바꾸는 것이다. 근면,자조, 협동의 정신은 한국의 고유정신일 뿐 아니라 유니버설 밸류, 모던 밸류”라는 것이 조환복강의의 기본 정신이다. 리더십과 주인의식이라는 교육방향은 다음 3가지로 압축된다. 한국의 발전과 후진국의 도전, 원조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는가,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은 동시에 가능할까? 그가 학생들에게 제안하는 리더십의 방향은 다음의 7가지. 태도의 변화, 원조의존탈피, 부패척결, 여성능력 향상, 농업개발, 불평등 해소,리더십 확립. 여기에 외부 전문가 특강을 통해 북핵문제, 한류,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교육을 한다. 오리엔테이션까지 합해12강을 마치면 수료증을 준다. 모두 영어강의이며 무료.

 

                              글 김현숙 前TV저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