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독한 택시기사의 두번째 이야기 - 이창우

by 선농문화포럼.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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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우

법인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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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약 10만 여명의 택시기사가 근무하고 있다. 그 중 반은 개인택시 기사고 나머지 반은 법인택시기사다. 그들의 가족까지 친다면 서울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비중이 큰 직업군 임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의 경제적 위치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인지라 들락날락 부침이 심한 택시의 세계로 빈털터리가 된 내가 들어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쉽게 들어갈수는 있었지만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정말 택시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51세의 나이, 심한 당뇨병, 쓰지도 못하는 한 쪽 다리로는 그랬다. 입사 첫날부터 남에게 진 빚과 가족을 위해 죽기살기로 운전대에 매달려 15년을 달려왔다. 죽기살기로 해서그랬는지 한달에 3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이 얘기를 듣는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뒤를 돌아다본다. 놀라서 뒤로 자빠져야 하는데 다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택시기사를 꿈꾸는 많은 가장들이 있다. 300만 원을 버는 택시기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택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택시를 못하는 이유가 있다. 택시기사 수입이 너무 적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어렵지만 그 돈 벌어서는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300만 원을 벌고 있는데 한편의 사람들은 그 돈의 반도 안되는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선생님이 돼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되겠네! 초등학생인 손주 놈이 이렇게 대답해 주면 좋으련만……

 

서울에는 25개의 구청이 있고 각 구청마다 구민회관이란 강당을 갖고 있 다. 그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나 선생님이 돼 보자! 20여 곳의 구청교통과 장 앞으로 계획서를 보내 강당을 무료로 빌려 줄 것과 그들은 경제적으 로 어려운 관계로 강사료는 구청에서 지불할 것을 요청했다. 결과는? 요 청하는 내 태도를 보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런데 교수. 시인, 작가, 배우, 개그맨 등에게는 활짝 문호를 개방하고 있었다. 아! 유명인사에게만 강 당을무료로빌려주는규정이있나보네. 구청에서운한마음을가졌던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도 유명해져서 그 규정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한 게 7년전이다. 내가그들이유명인이라알게된것은 TV나라디오를통해보 고 들었고 신문이나 잡지 또는 그들이 쓴 책을 통해 읽었기 때문이다. ‘나 도 그렇게 해보자!’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지난 7년간 유명해지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한 달에 300만 원을 버는 본업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충실하며 하루에 만나는 30여 명의 택시손님들께 유명해질 수 있도 록 도와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하고 틈틈이 글도 썼다. ‘내가 기획사 대표 도 아닌데……’하며 대부분의 손님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실제로 신문과 강연을 주선해 준 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가면서…….

 

2010년 10월호 모 잡지에 16페이지 글을 기고한 것을 필두로 책을 두 권 출 간했고 여덟 번의 강연을 했으며 세 번의 종합일간지 인터뷰와 세 번의 TV 출연 및 네 번의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청에 서 정한 규정에 이르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어쨌거나 나와 택시를 꿈꾸는 그들은 만나야 한다. 지금은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한 때는 은행원 으로, 군인으로, 교사로, 잘 나가는 기업체의 직원으로 활약했던 그들에게 ‘나는 300만 원을 벌기 위해 이렇게 일했으며 15년을 그렇게 했는데도 아 직까지멀쩡하니겁먹지말고나를따르라!’고말해주고싶은것이다. 당신 말대로 해서 3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난 당신보다 더 지독하게 일할 자신 이 있다는 이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할 뿐 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력을 승객과 나누고 공유하는 한 단계 격상된 택시문화를 선도할 것이 확실하다.

 

어서 빨리 유명인이 되어 그들과 만나게 되길 바라는 법인택시 기사 월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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