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2024.01.24 16:59

학교는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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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배움이 이루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곳, 학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지낸 시간이 십수년이고, 학부모가 되어 그리고 조부모가 되어 다시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은 약 50만명인데, 이들은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라고도 볼 수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각각 그 역할과 중점이 다르다. 고등학교는 어떨까? 학교는 어떤 곳인가?
경제학자 김희삼 교수는 고등학교가 어떠한 이미지로 기억되는지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사활을 건 ‘전장’, 거래하는 ‘시장’, 함께하는 ‘광장’, 중에서 어떤 이미지를 가장 많이 떠올렸을까? 한국은 다음 중 몇 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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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전장으로 기억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 이었다(1번). 고등학교는 전투가 일어나는 살벌한 곳인가? 매일의 일상이 그러한 것은 아니겠으나 ‘경쟁’이 일상화된 교실을 떠올린 답변으로 생각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아도 전장의 비중(80%)이 매우 높다 참고로 중국은 2번, 일본은 3번, 미국은 4번이었다.
2023년 현재,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2017년 조사 결과와 달라졌을까?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의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니, 열에 일곱은 전장에 손을 든다. 그렇게 학교가 살벌했나요? 물으니 옅은 웃음을 보인다. 대학 입시가 중요한 일반고(과거 인문 계고)에서는 내신 등급이 다른 학생들과의 상대적인 비교로 산출 되기에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전략, 그리고 ‘해야만 하는 공부’ 에 대한 기억이 커 보인다. ‘고등학교는 전쟁터’라는 한국 학생들의 인식. 수십 년 전에도 그러했고, 수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즐거움과 성장이 없었을 리 없다. 이보다 경쟁의 추억이 크다면 변화는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올 여름 비극적인 소식이 있었다. 2023년 7월, 서울에서 젊은 20대 초등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9월, 대전에서 40대 초등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학부모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옛말인 것은 알지만 충격적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금의 중장년층이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도시의 경우 한 반의 학생수는 50명이 넘었다. 지금은 한 반 에 15명에서 25명 정도, 농촌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한자리 수다. 학급 당 학생수가 이렇게 줄었는데, 가르치는 것은 도무지 쉽지 않다. 대량생산 시대에 맞는 ‘공장 형 학교’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학생들은 특수학생, 경계선 학생, 이주배경학생 등 다양해졌고, 심리 정서적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함께 있다. 그리고 ‘내 아이’만을 생각하고 교실과 교사를 무너뜨리는 ‘괴물부모’가 출현했다. 교사들은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과도한 행정 업무와 학부모 민원 대응을 가장 많이 지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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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변하고 있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지금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대표되는 경쟁 중심의 학교체제는 여전 하다. 일부 악성 학부모와 일부 학생들의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교사 뿐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학부모,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교육 현상과 문제 는 복잡하다. 학교 교육과 관 련된 사회적 인식과 문화와 관 련된다. 모두가 다니는 고등학 교가 행복한 배움터가 되려면 저출생과도 연결되는 명문대 지향, 과도한 사교육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갖는 학교의 역할 을 이해하고,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성숙한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와 교육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 교육의 이념을 알고 있을까? 한자어로 네 자, 광복 후 제정된 교육법에 규정된 후 교육기본법에도 그대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 “홍익인간(弘益 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 교육기본법 -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 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류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간으로 교육하는 것은 학교의 사명이며, 이는 학생 개인과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 학교를 통해 건강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OECD에서는 교육의 지향으로 개인과 사회의 ‘웰빙(well-being)’을 제시했고, UNESCO에서는 교 육을 ‘공동재(common goods)’라 하였다. 학교와 사회에서 ‘잘 살기’, 그리고 함께 ‘잘 살기’ 위해 온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도와야 한다. ‘학교는 전쟁터’에 대한 생각은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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