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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Coda, 션헤이더감독,2021년

 

지난 3월 아카데미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거듭 미루어지자 감독들이 작품을 매만지고 다듬는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파워 오브 도그>, <맥베스>처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범한 가족영화로 여겨졌던 <코다>가 9개의 후보군에 들어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작품상을 받은 것이다.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청인자녀를 지칭하는 단어(Children of deaf adult)이다. 여고생 루비는 부모는 물론 오빠마저 농인인 가족의 등대 같은 존재이다. 아침마다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아다 도매시장에 넘기고 등교한다.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하거나 흥정하는 일은 루비의 몫이다. 부모의 성생활 애로사항도 딸내미의 통역으로 의사에게 전달된다.
루비가 갑자기 서부의 대학으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한다. 노래 소질을 발견한 스승이 버클리음대 진학을 권유하면서 벌어진 날벼락이다. 가족들은 결사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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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가 이기적인가를 따지거나, 딸의 선택을 지지하거나, 부모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쓰는 대신 현란한 손가락의 향연인 수어와 음악의 힘에 집중한다. 특히나 루비가 학교 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음소거를 시키는 예측불허의 연출, 가족들이 열 개의 손가락을 열렬히 움직이면서 다른 관객들과 대학입시장의 심사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 아버지가 딸의 목소리를 느껴보기 위해 루비의 목울대를 손으로 만지는 장면은 자의식 넘치는 여타의 영화들이 주지 못하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아버지 역을 맡은 트로이 코쳐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벨파스트
Belfast, 케네스 브래너감독, 2021년

 

로렌스 올리비에와 케네스 브래너는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극단(RST)이 배출한 가장 유명한 배우이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과 케네스 브래너의 햄릿 중 어느 햄릿이 더 위대한가는 아직도 논쟁의 주제이지만, RST 역사 이래 헨리5세를 브래너보다 더 잘 연기한 사람은 없다는 점에는 모든 평론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올해 60세인 케네스 브래너는 코로나로 녹다운된 지난 몇 년간, 자신에게는 이 봉쇄의 감각이 처음이 아님을 깨달았다. 50년 전 고향 벨파스트의 온 동네가 바리케이트에 둘러싸여 갇혀 살았던 기억이 났다. 봉쇄의 데자뷰에서 출발하여, 소년시절의 자신과 고향을 그리워하던 브래너는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에 대하여 쓰기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는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벨파스트>는 10세 소년 버디의 시점으로 1969년의 벨파스트를 담아낸 브래너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다. 북아일랜드의 고질적인 종교분쟁이 시작되고, 너는 누구 편이냐는 선택을 강요 당해야하는 그 해 여름이 영화의 배경이다. 하지만 소년은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갈등의 전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소년이 이해한 것, 소년이 본 것만을 다루고 보여준다. 소년의 시점 쇼트가 주축을 이루는 이유, 허다하게 많은 북아일랜드 역사영화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최고로 똑똑한 여학생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괴로운 것은 돈 때문에 싸우는 부모님, 폭도들에 저항하는 형과 동네 누나, 손자의 연애 상담에 진심이신 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 누가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남의 아이도 자기 아이들처럼 챙겨주던 동네 인심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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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도는 흑백을 선택한 이 영화의 노스탤지어적 시공간은 고전 헐리웃 영화처럼 우아하고, 색을 빼고 만든 이미지는 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컬러로 만든 몇몇 장면들(소년이 관람하는 당대의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총천연색이다)은 버디의 판타지를 반영한다. 엄마 아빠는 ‘과도하게’ 미남미녀이고, 아빠가 폭도대장과 한판 뜨는 장면은 존 포드의 <리버티 발란티를 쏜 사나이>를 연상시킨다. 이 외에도 <하이 눈>등 서부극의 요소가 많은데, 소년의 눈에 엄마는 그만큼 예뻤고 아빠는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할아버지역: 키어런 하인즈), 여우조연(할머니역: 주디덴치), 주제가, 음향상후보

 

 

 

스트레이트 스토리
Straight Story, 데이빗 린치감독,1999년

 

잔디 깎는 기계에다 작은 트레일러를 매달고 아이오와에서 위스콘신까지 6주 동안 4백킬로를 여행한 73세 남자의 기사를 뉴욕 타임즈에서 읽은 메리스 위니는 이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싶었다. 사이가 틀어져 10년 동안 연락도 않고 지내던 형이 죽기 전에 자신을 한번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을 받고 어리석은 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인데. 메리스 위니가 자작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간 감독이 데이빗 린치라는 점이 반전이다.
극단적일 정도로 초현실적인 부조리극으로 유명한 린치가 이 한없이 디즈니스러운 휴먼스토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그해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후보로 오르고, 앨빈 스트레이트 역을 맡은 배우(리처드 판스워드)는 79세에 영화 역사상 가장 고령의 남우주연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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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이 형에게로 가는 여행은 그 자신의 과거로 가는 여행이다. 길을 가면서 우리는 앨빈에 대해 알게 된다. 그의 고통스러운 과거에 대해서도. 앨빈은 많이 배운사람은 아니지만, 마치 헤밍웨이의 대사들처럼 정확하게 선택된 그의 대사는 시적이고 진실이 담겨있다. 그는 어렸을 때 세상을 경이롭게 느끼던 때가 있었다. 한 때는 최상급 스나이퍼였고 술과 방탕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나은 사람, 더 단순한 사람, 더 정화된 사람이 됐다. 길 위에서 앨빈을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그걸 아는 듯 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로버트 레드포드감독,1992년

 

시카고 대학 영문과 교수였던 노만 멕클레인이 이 자전적인 소설을 쓴 것은 나이가 이미 70을 넘어서였다. 세상에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으로 유명한 문학작품이 여럿 있지만 나는 이 소설의 그것만큼 매혹적인 문장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에게는 낚시와 신앙의 경계가 없었다”라는 과거형 문장으로 시작하여 “나는 물에 사로 잡힌다”(I am haunted by waters.)라는 현재형 문장으로 끝을 맺는데, 특히나 마지막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강물에 홀려있는 늙은 노만의 심장에 그대로 가서 박히는 듯 한 감동을 준다. 감독은 두 문장을 자신의 보이스 오버로 살려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몬태나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몬태나를 몹시도 사랑하는 노만 맥클레인과 폴 맥클레인 이 있고, 몬태나를 몹시도 싫어하는 한 남자 닐이 있다. 몬태나를 사 랑하는 남자들은 플라이 낚시를 궁극의 삶으로 가는 길로 여기지만, 닐은 플라이 낚시의 코드를 어기는 캐릭터이고 결국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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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큰 아들 노만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영화의 동력은 동생에게서, 코미디는 닐에게서 나온다. 지역 신문기자인 폴은 술과 도박을 탐닉하고 금지된 연애를 즐기며 무엇보다도 낚시꾼이다. 하지만 그는 신비한 인물이다. 폴과 닐은‘다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주제에 공히 부합하는 캐릭터이다.
맥클레인 3부자가 함께 하는 마지막 낚시 장면에서 우리는 폴이 마침내 어떤 경지에 다달았음을 목격 한다. 감독은 그 마법같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함으로써 영화를 성공시킨다.
연기자 출신의 감독들의 강점은 캐스팅을 잘한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최대치로 끌어낸다는 점이다. 폴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가 그 사실을 확인해 준다.

김현숙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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